[인터뷰이 클리닉] 그 세 번째 이야기_기자의 관심을 끄는 메일 기법 외
전략적인 인터뷰를 통한 홍보의 장점은 무엇보다 ‘돈’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이 연구한 보고서를 보면, 어떤 상품이나 회사, 혹은 서비스에 대해 기사화된 것은 똑같은 크기와 시간 동안 신문이나 방송에 보도된 광고보다 10배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바로 ‘신뢰성’과 ‘주목도’ 때문이다. 비용을 고려해도 역시 광고보다는 언론 인터뷰가 잠재 고객과 투자가들에게 다가설 수 있는 훨씬 경제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예를 들어보면, 헬스케어에 관심 있는 친구에게 광고에서 본 제품 정보를 말해주는 것보다 신문 등 매체에서 본 정보를 말해주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 아닐까? 그렇다면 어떠한 전략을 내세울 수 있을까? 앞서서 요즘에는 기자에게 직접 인터뷰를 요청하는 사례가 낯설지 않다고 소개했다. 그만큼 이제 스타트업의 PR은 적극적이다. 자신감도 느껴져서 좋다. 문제는 처음 기자와 대면하기까지의 과정이다.
1. 기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메일로 포장하기
불특정 다수의 기자에게 메일을 보낸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CEO라면 혼자 많은 일을 도맡아해야 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시간은 곧 금이다. 하지만 그 금을 제대로 쓸 수 있다면 더욱 가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바쁘다고, 시간에 좇긴다고, 무작정 똑같은 래퍼토리를 도장 찍듯이 찍어서 메일을 보내기보다, 기자 한명 한명 이름을 거론해 보내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사진 설명) 국내 숙박 앱 서비스를 제공하는 야놀자는 기자들이 업무하기 전인 8시 전후면 어김 없이 보도자료가 오고, 20여분 후 ‘관련 메일을 발송했다’는 문자메시지가 온다(좌측). 메일을 놓치더라도 문자를 보고 필요한 이슈를 검색해 보도하거나 관계자 인터뷰가 가능하기에 능동적인 홍보 기업 사례로 꼽을 수 있다.
나는 하루에도 십수 통씩 보도자료를 받는다. 책상에 앉아 마감하면서도, 외근 중에도 PC나 휴대폰으로 회사 계정 메일을 살핀다. 물론 메일과 함께 메시지가 함께 오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먼저 제목이 확 당기는 메일을 먼저 연다. 글자 수가 너무 길어 중간에 끊기는 일 없이 가급적 압축된 문장으로 짧게 정리해 보내는 것이 좋다. 모바일은 스크린이 작기 때문에 글을 PC처럼 길게 보낸다면 기자의 눈에 ‘요점’이 걸리기가 어렵다. 이해를 위해 출퇴근 사이에 습관처럼 보는 모바일 뉴스를 떠올리면 좋다. 바쁜 시간을 오가며 하루에도 쏟아지는 뉴스 중 내 눈을 사로잡는 뉴스는 ‘강한 단어’로 조합된 ‘한눈에 들어오는 제목’ 아닌가? 기자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기자의 주의를 끌어 메일을 열었을 때 기자 이름을 거론해준다면 이보다 더 반가울 데가 없다. 하지만 수많은 기자들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기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기자의 이메일을 저장할 때 실명으로 저장한 후 ‘개별보내기’로 메일을 발송해보는 건 어떨까? 때로는 홍보관계자 이름의 그룹화된 메일로 보낼 경우, 조금 형식적인 느낌이 있어 다소 아쉬울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내용 첨부에 있어서도 굳이 압축파일을 열 필요 없이, 메일을 클릭하면 한 번에 내용을 볼 수 있도록 발송하는 것이 좋다.
2. 기자를 처음 대면했을 때 준비해야 할 것들
기자를 처음 만났을 때는 가급적 회사소개서 등 참고할 수 있는 자료의 제공을 권한다. 아직 미디어에 노출되지 않았다면 기자는 그 스타트업에 대해 사전 정보와 신뢰가 부족한 상태다. 정보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은 그 정보가 독자의 행동이나 선택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치는 가에 달려있다.
즉 △즐거움이나 오락적인 가치 △장기적인 서비스의 혜택 △행동을 변화시키는 능력 등을 담아야 한다. 이러한 사항 없이는 인터뷰는 물론 기사화가 힘들다. 처음 기자가 스타트업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건 당연하다. 실체를 아직 감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인터뷰를 꺼린다. 여기 말고도 인터뷰를 희망하는 스타트업은 많기 때문이다. 기자는 정확한 사실에 근거한 확실한 정보를 독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처음 기자를 대면했을 때 회사가 언제 설립됐고, 멤버는 누구누구이며, 이력은 어떻고, 현재 제공하는 서비스는 무엇이며, 현재까지 어느 미디어에 노출이 됐고, 자본금과 매출은 어느 정도이며, 향후 계획은 어떤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그러한 기본적인 자료를 기반으로 기자는 향후 취재 아이템과 맞물렸을 때 그 스타트업을 떠올릴 것이다.
3. 예상 질문을 만들어 모범 답안을 만들어 보자
전투 직전, 지휘관은 적의 예상 침투 경로와 공격 루트를 사전에 파악해 이에 대비책을 세우기 마련이다. 인터뷰도 마찬가지다. 사전에 유사한 인터뷰 기사를 스크랩해 자료를 모은 다음 예상 질문을 뽑아 거기에 맞는 답변을 연습하는 것이다. 인터뷰도 일종의 세일즈라고 생각한다. 적절한 질문을 뽑아 거기에 대처하는 능력은 세일즈맨에게는 훌륭한 무기가 된다.
인터뷰도 다르지 않다. 오히려 그렇게 준비하는 것이 곁가지로 빠지지 않고 인터뷰어가 원하는 명료한 답변에 충실할 수 있어서 좋다. 자. 그러면 질문은 어떻게 뽑으면 좋을까? 내가 예전에 읽었던 다니엘 핑크의 《파는 것이 인간이다》라는 책을 인상 깊게 읽었던 적이 있다. 내가 질문을 구성할 때 힌트를 얻었던 구절을 여기에 간략히 소개한다. 하나씩 살펴보자.
1단계_질문을 만들어라 : 시간을 따로 할애해도 좋고, 혹은 짬나는 시간 틈틈이 다른 인터뷰 기사를 보면서 인상 깊었던 질문을 스크랩한다. 메모나 에버노트, 혹은 블로그로 이동해 질문만 뽑는다. 그 질문을 응용해 가급적 많은 질문을 만들어본다. 그렇게 하면 대략적인 예상 질문 루트가 그려진다. 기자마다 묻는 방식만 다를 뿐 기본적으로 얻고자 하는 정보는 대동소이하다. 고치는 것은 나중 일이다. 그리고 그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질문을 가급적 많이 모은다.
2단계_질문을 개선하라 : 일단 자신이 모은 질문에서 개방형 질문과 폐쇄형 질문을 구분한다. 두 질문을 살펴보고 각 질문의 장점과 단점을 구분해 나눈다. 답변이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나눠 별도로 표기한다. 또한 폐쇄형 질문 몇 개는 개방형으로 바꿔 질문을 구성해 본다.
3단계_질문의 우선순위를 정하라 : 이렇게 구성한 질문을 토대로 가장 중요한 질문을 차례대로 뽑아본다. 하나하나 머릿속으로 답변을 떠올려보며 답변 가능한 질문을 별도로 체크한다. 이외에 답변보다 자료로 대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이 역시도 별도로 구분해 놓는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예상 질문을 분석해 놓으면 거의 이 틀에서 벗어나는 경우는 드물다. 인터뷰할 때 자료를 보고 해도 상관없다. 인터뷰에 도움이 될 만한 표나 그래프, 통계가 있다면 출력해서 미리 준비해놓으면 더 좋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인터뷰도 하나의 피치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인터뷰를 왜 하는지 목적을 다시 한 번 떠올려보자. 자신, 혹은 기업의 성공적인 PR을 위해서다. 그렇기에 바쁜 시간과 여유를 쪼개 인터뷰에 나서는 것이다. 내 아이디어가 내 가치관이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있도록, 혹은 긍정적인 이해를 가질 수 있도록 인터뷰 순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