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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성부 Sep 21. 2020

내공 99단 고수의 훈련

이상한 서울 나라의 이방인 5-1

이상한 서울 나라의 이방인

서울에서 일을 하며 각 분야의 사람들과 만나 소통을 하다 보면 이런 생각이 종종 들 때가 있다.      


‘저 사람은 지금 위치에 있기 위해 그간 얼마만큼의 노력을 해온 걸까?’     


자기가 속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전문가가 되기까지는 어마 무시한 노력과 시간 투자, 그리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기술이 필요하다. 


내가 어릴 적에 인기가 있던 영화는 홍콩 액션 영화들이었는데 특히 무림의 고수가 나오는 영화들이 그랬다. 무림의 고수가 되겠다고 다짐한 주인공은 산을 오르고 강을 건너 최강 무공의 스승을 찾아간다. 그리고 최강 무공의 그 스승만 만나면 단박에 자신은 세계 최고 무술인, 그 정상에 앉게 될 거란 상상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현실은 언제나 나의 상상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흐르기 마련이다. 스승을 찾아가지만 주인공은 무술의 ‘ㅁ’ 자를 배우기는커녕 매일 산행을 하며 물을 길어다 나르고 밥을 짓고 청소를 하는 등... 온갖 잡일만 하기 바쁘다. 그런 시간이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사흘, 나흘... 한 달 두 달, 그리고 일 년, 이 년... 오늘만 지나면 무술을 가르쳐주겠지. 이달만 지나면 그럴 거야. 올해만 지나면 반드시 그리 될 것이야! 하지만 야속하게도 스승의 입에서는 무술에 대한 소식은 일언반구 들을 수 없다. 결국 참다못한 주인공은 파르르 하며 스승에게 대든다.      

“도대체 이 지긋지긋한 잡일은 언제까지 해야 하는 겁니까?! 제가 이런 일이나 하려고 여기까지 찾아온 줄 아십니까?”     


그러나 스승에게 그런 주인공의 머리를 들고 있던 지팡이로 세게 내리치면서 “아직 때가 되지 않았으니 잠자코 시키는 일이나 잘”하라고 할 뿐이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주인공은 드디어 스승으로부터 그토록 고대하던 이야길 듣게 된다. 무술 훈련. 스승은 말한다. 그간 잡일만 시킨 것은 ‘기초체력을 다지기’ 위함이었다고. 이제 때가 되었으니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하겠다고. 


그런데 문제는 여기부터다. 그토록 기다리던 무술 훈련을 하게 되었는데 이건 훈련이 아니라 곧 사람을 잡을 것만 같다. 그래서 며칠이 지나 스스로 자진 하산을 하기 위해 스승 몰래 야반도주를 꾀하지만 그것도 금세 들켜서 허사로 돌아갈 뿐이다. 주인공이 최고 무술인이 되는 길은 절대 간단하지 않다.  

   

나는 이 홍콩 액션 영화들을 보면서 고수가 되는 길은 참 쉽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서울살이를 하며 종종 그 영화들을 떠올리곤 했다. 이 험난한 곳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그리고 이곳에서 최고가 된다는 것은, 어지간한 노력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특히 나처럼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내공이 단단하지 않으면 상처 받기 쉽고 좌절로 인해 금방 꺾인다. 그래서 내공에도 훈련이 필요하다.      


3년 전쯤 나는 골프를 배운 적이 있다. 골프를 배우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 기초 단계를 훌쩍 건너뛰고 빨리 잘 치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기초 훈련보다는 잘 치는 사람들의 동작이나 폼을 어깨너머로 봐 두었다가 따라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골프를 잘 치게 되었느냐. 당연히 NO다. 나는 이도 저도 아닌 상태에서 엉성하게 안 좋은 습관만 잔뜩 익힌 셈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 습관을 빼내는데 엄청난 시간을 들였었다. 


그렇게 나는 다시 처음부터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고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배울 때보다 더 힘든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그리고 그 과정을 거쳐 첫 필드에 나갔을 때 중요한 것을 또 한 가지 알게 되었는데 ‘흔들리지 않는 멘탈’이었다. 골프는 고도의 멘탈 싸움이다. 


그래서 상대가 어떠한 샷을 치더라도 그에 흔들리지 않고 나의 페이스를 잘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상대의 샷에 휘둘리는 순간, 지는 쪽은 나이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무슨 일이건 내가 원하는 자리, 바라는 일들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기초훈련’이 제일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사업에서도, 학업에서도, 그리고 어떤 일을 앞에 둔 경우에서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조금 더디더라도 차분히 기초를 닦고 초석을 다져놓은 사람이 결국 큰일을 맡게 되었을 때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힘을 발휘한다. 잘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이미 그 부분에 있어 훈련이 되었기 때문에 몸이 알고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것과 같다.      

고수의 노릇을 하는 건 쉽다. 


그러나 고수가 되는 길은 상상 이상의 고난과 험난한 여정을 겪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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