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도시와 개인의 관계
도시를 발전시키는 원천은 결국 각기 다른 개인이 각자가 사는 도시에 대한 사소한 관심에서부터 비롯된다. 아무리 외부에서 좋은 컨텐츠를 가져와서 그 지역을 활성화시킨다고 해도 결국 지속 가능하려면, 외부가 아닌 내부의 힘으로 가져가야 하는 것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관심은 결국 자신이 살고 싶은 곳은 '어떤 환경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그러면 부족한 것은 무엇이고, 충분한 것은 무엇이며, 보완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하나씩 살피게 된다.
삶을 펼쳐가는, 내가 사는 곳, 내가 사는 지역이, 어땠으면 좋겠는지 그림을 그리고, 실제로 구현도 시켜보고,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겪어보고 - 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다면 더 완벽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곳이 많기 때문에 쉽지 않다. 그렇지만 중요하다. 쉽지 않지만 해야 하는 이 과정을 긴 호흡을 가지고 연습을 해내간다면 언젠가 우리 스스로 의견을 내고 그 의견이 현실화되어 진짜 우리가 만드는 도시가 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도시를 이루고 있는 수많은 요소 중에 내가 기여한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면 얼마나 뿌듯할까? 아주 먼 이야기 같지만 나를 둘러싸고 있는, 가까이에 있는 것에서부터 시작해보면 언젠가 닿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우리나라는) 지역민들이 '공동체'를 위한 토론 및 결정 과정에 참여한 경험이 거의 없다는 점이 근본적인 문제다. 당장 나는 손해를 볼 수 있더라도 장기적으로 우리 지역이 지속 가능성을 얻고 후손들이 오래 그 수혜를 누릴 것이라는 생각으로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아야만 전환의 시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 LAB 2050, 쇠락 도시 위기에서 탈출한 도시들: 말뫼, 빌바오, 포틀랜드, 히가시 오사카 -
어린 시절, 사회/경제 과목 시간에 각 도시마다의 특정 산업에 대해 배우면서 수학공식처럼 외운 '포항=제철, 울산 = 자동차, 거제도(울진) = 조선, 대구 =섬유 '이라는 등식이 그저 당연하다고만 생각했었는데, 당연한 것이 전혀 아니었다. 국가 주도로 각 도시마다의 컨셉과 목표를 세우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반시설들이 세워지고 그 기반시설에 일할 사람들이 유입된다. 이러한 관계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해당 도시에 자리를 잡아 정체성이 형성된다면 상관이 없겠지만, 산업체계가 변화하면서 귀속되어 있는 많은 것들 또한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흐름 안에서 각자 다른 삶을 살아가는 각각의 개인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관계된 사람이 아니라면 전혀 무관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하나하나 따지고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결국 도시 안에서 살아가는 모든 개인이 영향을 받으며 살아간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에 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끊임없이 도시의 발전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음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례 1) 국가산업과 개인의 관계
군산, GM대우 자동차에서 고용된 사람들의 이야기, 도서 <실직 도시>
" 매달 지급되던 180만 원 실업 급여 지급이 마감되는 순간, 재취업을 희망했으나 결국 치킨집을 차릴 수밖에 없었던 현실, 실직한 남편 대신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아내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떠받치던 원룸촌과 상가에 남은 떠돌이 개들, 역사와 문화의 도시에서 기업과 함께 사람들도 빠져나가는 과정 등은 단순히 서쪽 끝 작은 도시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나도 현실적이다."
[내용 출처: 공장이 떠난 도시, 군산의 위기...'실직 도시', 2021년 12월 26일 자, 뉴시스]
근대문화역사 도시이자 전북의 대표적 산업도시이기도 한 군산. 1990년대 서해안 개발사업과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이 제 편 되면서 1996년 대우자동차(이후 GM대우, 한국 GM 군산공장)로 바뀐 공장이 세워졌다. 2010년에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들어서면서 전라북도의 대표적인 중화학 공업지대가 되었다. 그와 동시에 협력업체들도 함께 유입되면서 산업단지가 생기고, 전문계 고등학교와 대학들은 조선업 관련학과를 신설하였다. 군산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을 포함하여 2만 명이 넘는 인구가 유입되었다.
하지만 조선업의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현대중공업은 7년 만에(2017년) 문을 닫았고, 50개가 넘는 협력업체가 폐업했고 5천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2016년에는 한국 GM 군산공장이 폐쇄되면서 1천 명 이상의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잃음과 동시에 무언가를 해야 했고, 연관 서비스산업이 연쇄적으로 무너졌다. 조선업과 자동차산업이 무너지면서 지역이 한순간에 침체되고 그 안에 속해 있던 개인에게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 과연 이러한 관계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단순히 회사 - 노동자의 관계로써만 존재하는 것일까?
고용한 곳 - 고용된 사람 그 이상의 상호관계를 가지고 움직이며, 그 움직임은 지역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결국, 도시가 작동하는 원리 안에서 '도시와 개인의 관계'에 대한 의미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사례 2),3)은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