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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민 Dec 13. 2024

지역 서점의 의미와 역할: 강서구의 다시서점 이야기

*해당 글은 저널서울에 기고된 글입니다. 


이경민 / 서울수집 운영자(instagrm@seoul_soozip)

다시서점 김경현 대표의 문화와 삶을 잇는 이야기 (2)

지역서점으로써의  '다시서점'

다시서점 김경현 대표. ©저널서울 정민구

Q. 개인적으로도 책을 좋아해서 서울을 비롯하여 여러 도시의 독립출판서점을 찾아 다녔었는데요. 몇 년 사이 초기 독립출판서점을 비롯하여 지역 서점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에서 서점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서점뿐 아니라 강서구에는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곳이 없어요. 개화동에서 태어나 자란 시인 선생님과 프로젝트 할 때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같은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1960년대생인데, ‘내가 태어나서 자랄 때까지도 없었다. 조금만 버텨봐라. 어떻게든 도움이 될 수 있을 때 도와주겠다.’라고 말씀을 해주셨어요. 근데 제가 생각해 봐도 여기는 없어도 너무 없는 거죠. 

77년도 강서구 화곡동 모습.
97년 강서구청 인근.

어렸을 때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들으려면 강서구는 없고 목동 YMCA 가거나 종로로 가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때는 교통도 안 좋아서 버스 타고 갔어야 했는데, 경복궁 가려면 여기서 1시간 반 넘게 걸렸거든요. 역사를 좋아해서 중앙박물관 가서 역사 교실 수업 들었었어요. 아침 일찍 가서 듣고, 경복궁에 좀 누워 있고 서촌 돌아다니고 하던 것들을 초등학교, 중학교 다닐 때부터 한 거죠. 방학 때 거의 그러고 놀았어요. 그런데 강서구 사람들은 이런 필요성을 못 느껴요. 정확히 말하면 경험이 없어서 못 해요. 동네 사람들은 잘 안 돌아다니거든요.

문화예술이 필요해? ©다시서점

방화동·공항동 사람들은 파주, 일산처럼 차 타고 1시간만 가면 교외로 나갈 수 있으니 가서 회식하고 오고 그게 끝이에요.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측면에서 부족하다는 것을 잘 모르고, 못 느껴요. 못 봤으니까요. 서울 시내로 나가서 놀아본 경험이 있는 친구들만 아는 거죠. 홍대 가면 다양한 것들이 있는데, 여기는 하나도 없어요. 이 동네 친구들이 발끈하는 게 하나 있거든요. 


예를 들면, 

‘어디 살아요?’
‘서울 강서구요.’
‘강서구가 어디에요?’
‘김포공항 옆이요.’
‘김포공항은 김포에 있는 것 아니에요?’
‘화곡동 옆이에요.’
‘화곡동은 어디에요?’
‘목동 옆이요.’


강서구의 위치는 어디에 있을까? ©서울시 생활권계획 중심지 체계


목동까지 이야기해야 알아요. 당시만 해도 마곡은 없었으니까요. 그렇게 발끈하다가 ‘지역 서점을 해야겠다. 정체성을 좀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한 거죠. 관광지에 있었을 때는 이러지 않았거든요. 한국 관광객뿐 아니라 해외 관광객이 왔을 때는 다른 문화가 담긴 것들이니까 선물로 줄 것들을 왕창 구매해요. 저희도 해외 놀러 가면 그러잖아요. 관광지에서는 판매가 계속 이루어져서 생존이 되는데, 방화동에서는 어려워요. 지역신문에서 ‘인터뷰 한번 하면 잘된다.’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거든요. 지역 관련해서 깊이 있게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지원 사업을 신청하기 시작했어요. 한남동에 있을 때는 안 했거든요. 할 필요도 없었고요. 여긴 문화재단도 없고, 문화원은 행사만 하고, 지자체도 중앙정부에서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 있는데 방법을 모르고요. 코로나 때는 더 많은 지원 사업을 신청했어요. 그 해만 60개? 80개? 정도. 눈에 보이면 50만 원이든, 100만 원이든 다 지원하고, 예산 확보해서 동네 지도 만들고 지역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근데 그게 이익이 나진 않잖아요. 손 놓고 있는 것보다 나으니까 지역에서 할 수 있는 것을 맞춰서 하고, 이런 것들이 왜 필요한지 사람들은 잘 모르니까 제 나름대로 설득을 시작했던 거죠. ‘지역 서점은 커뮤니티 공간이라고, 이런 곳이 우리한테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그런데 이런 문제가 비단 강서구뿐일까요.


Q.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사실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은 논외예요. 우리가 생각하는 시민 범주가 넓고 많은 데 비해 그 부분을 바라보는 사람이나 지점은 좁을 거예요. 맨날 와서 하는 얘기는 ‘서점이 왜 필요하냐? 서점이 왜 이런 걸 하냐?’ 그런 얘기거든요. 그 사람의 생각인 거고, 존중은 못 하지만, 들어줄 수는 있어요. 하지만, 저는 ‘왜 이런 게 없지?’라고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의미를 전하고 싶어요. 어른 중에서도 ‘그래도 이런 친구가 와서 이런 걸 하네.’라고 봐줄 수 있는 분들인 거죠. 사람들을 설득하고 이해하는 과정은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판단이 든 거예요. 내 삶으로 보여줘야지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이야기한다고 해서 그 사람들은 듣는 게 아니에요. 반면에 제 말에 공감하거나 동조하는 사람들은 언젠가 결집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언젠가부터 하게 되었어요. ‘서점이 왜 필요한지’를 따지는 사람들은 ‘그런가보다.’ 정도에서 그쳐야지, 안 그러면 사람이 미워지더라고요. 그 사람들은 그 정도까지만 생각하는 거고, 아이들이나 청년들이 받아들이는 건 좀 다른 문제라고 생각이 들어요. 양질의 공연과 교육을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데, 문화 예술 산업 전반을 이해하는 사람이 없는 거예요. 좋은지 아닌지를 구별 못 하고, 공예와 파인아트도 구분 못 하고 방송에 나오는 것이 좋다는 정도의 인식만 있는 거죠. 옳고 그름이 아닌 다양성 측면이에요. 


허준 축제. ©강서구청

작년 허준 축제 할 때 구청에서 연락 와서 축제운영위원회에서 운영위원을 했었는데, 어르신 술 먹는 이야기를 자꾸 하는 거예요. ‘술 먹는 편한 자리를 보장해야 한다.’라고 했어요. 구청 입장에서는 그런 부분을 반영하는 게 어렵잖아요. 지금 중요한 것은 행사 전반에 대한 기획과 운영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건데, 술 먹을 수 있는 자리 배치에 관해서 이야기하더라고요.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할 이야기 아닌가 싶다가도 축제 가 보니까 알겠더라고요. 그들은 그게 너무 행복한 거예요. 막걸리에 파전 먹고, 지역 관변단체가 참여하고요. 기획자 입장에서는 좋은 기획을 해서 건강한 축제를 해야 하지만 이런 부분을 간과해선 안 되겠다는 나름의 반성도 했어요. 하지만 세련되지는 않아요. 맥락도 서사도 없고요. 삶은 없고 사건만 있어요. 농협 텐트를 쳐도 세련되게 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술 먹는 모습이나 연예인 부르고, 폭죽 터트리는 것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요. 그런 디테일에 대한 인식이 없는 거예요. 단어 몇 개에만 꽂혀서 그냥 하던 대로 하거든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은 있다가 없으면 알 거예요.


Q.의미를 넘어 지역서점으로써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상(想)이 있나요? 

지금의 서점이나 커뮤니티 공간으로서의 서점은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살아남은 서당 같은 느낌입니다. 도서관이 향교라면 서점은 서원, 서당 같은 개념이라고 생각해요. 꼭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제 생각입니다. 우리 사회는 자본주의가 못 채운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는데 지역 서점이나 어떤 공간들은 그 못 채운 부분을 채워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어떤 대단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은 없지만, 뭐라도 해야 한다는 책임감은 있어요. 상업 분야에서 일을 하면 글 한 편에 몇 백만 원씩 받는데, 어떤 공공기관과 일을 하면 저의 가치도 평가 절하가 되고, 사람을 낮춰 보니 기가 빨린다고 해야 하나요? 지원 사업은 어떤 면에서 해당 기관의 성과를 만들어주는 거거든요.

다시서점이 제작한 강서문화 예술지도. ©저널서울

근데 어떤 기관에서는 거꾸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기획자도 노동자인데 노동 인권이 있나 싶고, 정량적 성과를 내라고 하지만 그게 당장 가시적으로 보이는 건가 싶어요. 무언가를 지원해 주고 있다고 하지만, 이건 인건비가 쿠팡 알바보다 돈이 안 되는데 뭘 해주는 건지 모르겠고, 갈수록 서류가 늘어나고요. 저희 서점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모습을 그리고 있지는 않아요. 그럼에도 끊임없이 뭔가를 하는 이유는 그 역할을 누가 대신해 주지 않아서예요. 누군가 하지 않는 일을 대신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 서점이 하는 일들은 사실 누군가가 해야 할 일들이에요.


강서구의 서점과 도서관


Q. 다른 자치구에 서점 협회가 있어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우리의 호시절은 도서관이 생기기 전까지였다. 서점의 최대 라이벌은 도서관이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서점이 가지고 있던 기능을 도서관이 흡수 해버린거에요. 원래 참고서를 판매하지 않았는데, 판매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되어 버린 거죠. 도서관이 작은 서점을 지원하는 정책이 있는 곳도 있고, 아니면 모른 척 무시하는 곳도 있고요. 강서구는 어떤가요? 

강서구는 후자죠. 서점 협회에서 전한 말이 어떤 맥락인지 이해는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상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서관이 정규직 사서를 늘리지 않고, 비정규직으로 모든 일을 처리하거나 서점이 개발한 프로그램을 가져가는 일들은 도서관에도 서점에도, 서로에게 좋지 않을 거예요. 다 돈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지만, 그보다 책을 접하는 공간이 희귀하고 희미해지는 현실이 안타깝죠.


Q. 자치구에서 대표 문화기관은 도서관이기도 하잖아요. 홍보할 때 도서관이 지역에 투자하는 부분들이 있나요?

강서구에 도서관 많긴 하거든요. 작은 도서관까지 포함하면 아마도 서울에서 1·2위를 차지할 만큼 도서관은 많을 거예요. 서점도 많아요.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서 4위인가 5위인가 할 거예요. 이 부분은 강서구 인구가 많아 서지 인구 대비로 따지면 적은 편인 것 같아요. 방화동 인구가 8만~9만인데, 증평군이 8만~9만이거든요. 엄청 많이 몰려 사는 거죠. 말씀하신 것처럼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지역 관련 서비스가 근 10년간 많이 늘었는데, 강서구는 기본적으로 ‘왜 이걸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분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도서관은 공공의 목적으로 운영되는 거고 시민이 누려야 할 기본권과 행복권에 포함된다고 생각하는데, 강서구민은 그걸 잘 못 누리는 거죠. 이 동네에서는 도서관 가려면 힘들어요. 등촌동에 살 때는 집 근처에 강서도서관이 있어서 좋았는데, 그 외의 동네는 사람이 많이 사는 곳이 아닌 외곽에 빼놓잖아요. 누가 쉽고 편하게 갈까요? 예산을 좀 더 들여서라도 사람들이 접근하기 좋은 위치에 짓는 방식이 좋은 것 같아요. 


다시서점과 강서구의 미래

2014.05.18. 종로4가 지하도상가. 다시서점 개업식. ©다시서점

Q. 복잡한 상황이 존재하는데, 다시서점은 계속 운영을 이어 나가는 건가요? 

모르겠어요. 딱 10년만 해보고 생각해 봐야지 했는데, 올해 10년 되서 다시 생각해 봐야죠. 내년이면 제 나이도 40세 인데, 나머지 남은 시간은 ‘나의 행복을 찾아다닐까?’하고요. 주어진 일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며 운영하는데 쉽진 않아요. 많은 사람이 공간이 사라지는 걸 안타까워해요. 하지만 단순히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공항동에 오시는 분들도 종종 이런 동네가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시는데 살고 계신 분들 입장은 아닐 수도 있거든요. 타인의 삶을 관람하거나 관망하듯 보는 것이 아니라, 한 걸음 더 다가섰으면 좋겠어요. 이런 일들은 계속 반복되어 왔거든요.


Q. 대표님이 쓴 글에 관광분야와 연계된 해외 사례 답사 내용이 있어서 범위를 넓힐 계획일거라고 예상했어요.

제 생각이지만 중공업으로 돈을 벌었던 시대는 끝났고, 반도체로 버는 수익은 대기업이 가져가는 구조라 그동안 시민들이 돈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들지 못했어요. 그러면 관광과 연계한 번역청이라도 만들어서 문과 졸업생들이 취업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주고, 도서·출판문화를 만드는 통로를 열어줘야 다른 산업들도 더 열릴 거로 생각하는데 못하고 있는 거죠. 일본은 메이지 유신 때 번역해서 외국인들이 일본문화를 소비하는 것이 쉬워졌죠. 요즘 아이들이 가장 하고 싶은 직업이 유튜브잖아요. 번역이 잘되도록 하면 한, 두 명이라도 해당 컨텐츠를 소비하게 되는 거죠. 영화는 스크린쿼터로 성장하게 해줬잖아요. K-POP도 지원해줬잖아요. 출판은 왜 안 되는지 생각하는 거죠. 생각의 폭을 넓혀서 보면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이 엄청나게 많아지는데, 단순 문학뿐 아니라 해외에서 활용하는 기술도 번역해버리면 전공하지 않은 애들도 볼 수 있잖아요. 


저는 후쿠오카 다녀온 이후 삶이 많이 바뀌었어요. 맛집이나 쇼핑하는 것 별로 안 좋아해서 당시 봤던 일본 드라마 촬영지를 갔어요. 후쿠오카 시내에서 1시간 반 버스를 타고 갔는데, 번역이 다 되어 있는 거예요. 그들이 알려준 앱을 다운받으면 번역된 웹사이트를 볼 수 있었어요. 음성 번역도 되고요. 그렇게 되어 있으면 자연스럽게 돈을 쓰고 싶어지거든요. 별거 아닌데, ‘여기 기념품이라도 사고 싶다.’ 이런 마음이 생기는데, 한국은 그게 안 되어 있는 거죠. 명동에 해외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것도 맞는데, 여기도 저녁에 보면 일본, 중국 관광객들이 여행 와서 숙소 들어가려고 캐리어 끌고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구청이 조금만 관심 가지고 보고, 인근에 가게 메뉴판만 번역해 주면, 숙소에서 짐 풀고 앞에 나와서 사 먹을 수 있잖아요. 그렇게 연결이 되어야 지역 상권이라고 이야기하는 거지, 간편 교체해 주는 것이 그 맥락에서 이어지는 건가 싶은 거죠. 얼마 전에 희망 리턴 패키지 신청했다가 2차에서 떨어졌거든요. 지원 사업은 돈을 쓸 수 있는 게 한정이 되어 있어요. 게다가 판매 상품은 못 만들고 시제품만 만들 수 있대요 저희가 시제품이 뭐가 필요 있어요? 실험적으로 한번 해 보는 게 더 필요하죠. 프레젠테이션 5분 동안 전문가분이 끊임없이 ‘왜’를 물어보셔서 답변하다가 끝이 났지만, ‘어떻게’를 묻는 사람은 없었어요. 

이미지 검색에서 볼 수 있었던 강서구 상권지도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대부분이었다.

일 끝나고 송정역 근처에 술 먹으러 가면, 테이블 하나에 외국인들이 술 먹고 있어요. 여행 온 거예요. 여기 게스트하우스도 몇 개 있으니까요. 그러면 지자체에서 게스트하우스 지도라도, 지역 상권 지도라도 만들면 좋을 것 같은데 안 하고 있으니까요. 구의회, 시의회, 국회, 지자체 모두 해마다 해외 사례를 보겠다고 연수를 갑니다. 연수 가서 무엇을 하고 돌아오는지는 뉴스를 검색해 보시면 알 수 있어요.


Q. 공공이 기본적으로 해줘야 하는 역할 같네요.

일본이 버블 어쩌고 하면서 망했다고 하지만, 그래도 배울 건 배워서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하잖아요. 일본은 동사무소 사이트마다 각 지역에 있는 맛집, 가게와 같은 장소를 번역하고 소개했어요. 한국은 없어요. 강남 가서 동상 앞에서 사진 찍고, 끝이에요. 동상 만드는 것까지는 좋은데, 관련 상품을 팔 생각은 못하고, 눈에 보이는 것만 신경 쓰고 있어요. 사람들이 오면 돈을 쓰게끔 해줘야 창작하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발굴해서 뭔가를 만들고 하는 건데, 서사 없이 어떻게 맥락과 이야기를 만들어내나 싶은 거죠. 7~8년 전에 혼자 계산을 해봤어요. 4대강 만드는 게 돈이 많이 들까? 번역청을 만드는 게 돈이 많이 들까? 후자가 더 적게 들더라고요. 번역청은 만들어 놓으면 최소한 몇몇 인원이 취업도 할 수 있잖아요. 사회 전반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을 안 하고 자꾸 돈만 쫓는 것 같아요. 이건 콘텐츠를 만드는 기반을 쌓는 것이고 멀리 보면 이것도 돈 버는 일이에요.


Q. <다시서점>이 그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 같네요. 우리사회에서 꼭 필요한 존재이자 앞서 말했던 것처럼 <서로에게 의미 있는 일>을 계속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인 것 같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오랫동안, 언제든지 찾아 올 수 있는 책방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요. <다시서점>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저도 다시서점이 오래 운영되어서 언제든지 손님들을 맞이하는 책방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부족하지만 10년 동안 부모님께 불효하며, 친구들에게 도움 받으며 운영해 왔는데 조금 지친 상태입니다. 제가 지쳐서 그만두길 바라는 사람들도 있을 거예요. 언젠가 체화당에서 이신행 교수님을 뵈었는데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이 일을 그만두면 누가 가장 좋아하겠는가?”라고요. 제가 서점을 그만두면 누가 가장 좋을까요. 제가 하던 일을 멈추면 누가 가장 좋을까요. 제가 하던 일을 반대로 하면 누가 가장 좋을까요. 저는 언제나 그 선을 넘지 않고 어디서 무슨 일을 하던 여러분의 동지가 되는 일을 할 거예요. 언젠가 누군가가 ‘다들 조금 부족한 대로 친구가 되고, 조금씩 다른 데로 동지가 되자’라던 말을 잊지 않았습니다. 조금 부족하고 조금 다른 서점이더라도 친구가, 동지가 되어주세요. 서로에게 조금 더 너그럽게 살다 보면 필요한 것보다 존재 자체가 소중하고 의미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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