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로 사라지는 동네에서 공통의 기억이 공공의 자원으로서 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고 의견이지만 변해가는 도시의 공간, 특히 서울에서, '서울은 어떤 도시인가?'라고 질문했을 때이야기가 많은 도시라는 걸 증명할.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것은 서울에서 살아가는 개인 한명 한명이 그 중요성을인식하고 있다는 전제하에서 가능하다. 그러러면 그 기억너머에 있는 사라지는 동네를 대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을 듣고 태도에 주목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실제공간에서 살아간 사람들이 말하는 것이 소소하고 가벼워보일지라도 나는 오히려 '도시가 어떤 방향성을 갖고 변해야 하는가?'하는 지점에서는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도시공간을 만들고 계획하는 주체와 그렇게 만들어진 도시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실제적 삶 사이에는 알게 모르게 늘 간극이 발생하는데 그 지점을 여기서 좁힐 수 있는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도시를 만드는 사람과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굉장히 이상적이고 모호한 지점일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이 간극을 인식하고 있는 것과 아닌 것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알고 있다면 그 지점을 얼마나 다층적으로 알고 있는지에 따라 그만큼 시행착오를 줄이고 좀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대한민국은 전국 단위로 재개발, 재건축 행위를 대규모로 추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어떠한 경험을 하는지, 어떠한 삶을 살아가는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로 그 행위를 지속한다면 앞으로 한국도시 미래는 그리 밝지 않을 것이다. 도시는 혹은 도시공간은 사람이 사는 곳인데 그곳에서 제대로 된 삶이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과연 의미가 있을까? (물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해당되지 않을 수 있다.)
지금이라도 귀 기울여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듣는 것이 필요하다. 사람들도 재개발·재건축 이라는 반복적 행위를 경험하고 보고 듣고 느끼고 있기 때문에 재개발에 대해 생각을 안 할 수 없다. 깊이와 정도의 차이일 뿐 그들도 느끼는 바가 분명있다. 그래서 나는 재개발·재건축을 직접적으로 경험하거나 가까이에서 지켜보거나 관련하여 기록을 남기거나 하는등으로 연결된 사람들을 만나 평소 재개발·재건축과 관련된 생각과 고민을 들어보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말과 생각을 전하며 사라지는 수 많은 동네·지역·도시에서의 장소와 공간들이 한 사람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는지 보려 한다. 그 답은 사람들의 말과 생각 속에 있다. 시작은 재개발·재건축과 관련된 생각이지만 이들의 말과 생각이 모이면 결국 과연 어떤 도시가 살기 좋은 도시일까? 어떻게 해야 좋은 도시를 만들 수 있을까? 우리는 어디에서 살아야 할까? 사람들은 도시에서 무엇을 경험하고 있는가? 이 모든 질문의 단서가 되어줄지도 모른다.
매일 인사했던 사람들이 사라져 가는 과정에서 어떤 괴리감을 느끼면서 '재개발이 꼭 좋은 건만은 아니구나.'를 알게 되었고
그 사람들이 다시 그 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게 자신의 선택이 아니라 새롭게 만들어지는 환경의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돈이 없어서 이주가 늦어지는 경우가 있고 악의적으로 보상비를 더 받으려고 늦게까지 있다가 가는 경우도 있고. 정확한 사정을 제가 알 수는 없지만 재개발 사업 주체는 어떻게 해서든 하루라도 빨리 내쫓으려고 갖은 수단을 다 내 보이죠. 철거할 때 그 집만 섬처럼 남게 해서 위협하는 것을 보며 인간적이지 못한 부분을 보기도 하고 버티는 사람의 인간적이지 못한 부분도 보면서 또 밑바닥을 보고. 정말 돈 없고 힘없고 갈 데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남아있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업 주체에 대해서도 분노를 느끼게 되고 마을경관이 변하고 스타일이 변하면서 제가 볼 수 있었던 도시의 단면이었어요. 예를 들면 4~5일 전부터 저 멀리 있는 건물을 부수는데 직장에 갔다 올 때마다 한 집 헐리고 또 한 집 헐리면서 점점 내가 있는 곳으로 성큼성큼 다가오는 것을 눈으로 보면서 지냈어야 하는데 거주자가 눈에 보였어요. 저 엘리베이터 계단 있는 쪽 어디에 한 집이 남아있었고 나머지는 다 헐렸었어요."
"대부분 신도시 아파트를 공급하는 회사였기 때문에 별 죄의식 없이 필요한 집을 제공해 주는 정도의 생활 관념을 두고 있었고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부분을 심도 있게 생각을 안 했었어요. ‘그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냐 없냐.’에 대해서는 고민하게 된 건 내 친구들,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 매일 인사했던 사람들이 사라져 가는 과정에서 어떤 괴리를 알게 되면서 재개발이 꼭 좋은 건만은 아니구나. 를 느끼게 된 것이고. 그 사람들이 다시 그 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게 자신의 선택이 아니라 놓여지는 환경의 결과라 생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터뷰이 A
전쟁 이후에 생겨난 건축물이 서울이라는 도시의 특성을 보여주는 건데 이 건축물들을 철거하고 다른 도시와 크게 차별점이 없는 비슷한 형태의 건축물을 세우는 건 멋이 없는 것 같아요. 그 건축물이 현재의 도시환경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생각하면서 새로운 건축물을 지으면 어떤지 생각해요.
"A마을의 도시환경은 유니크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가 본 나라가 그렇게 많진 않지만 사진으로라도 서울 같은 도시를 보진 못한 것 같아요. 한국전쟁 이후에 생긴 민간 건축물이 유니크하게 모여서 보전을 고려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여러 가지 장단점이 있을 텐데 현대적인, 차별점이 많이 없는, 여기가 한국이자 서울이라고 생각할만한 포인트가 많지 않은 건축물로 덮고 씌우게 되면 멋없다고 생각해요. 수도, 가스 공급 같은 문제가 있어 재개발을 하더라도 민간 건축물이 하는 역할을 생각하면서 지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들어요. 그런 와중에 저는 사진으로라도 간직하는 것을 하고 있는 거고요." _ 인터뷰이 B
동네가 사라진다는 것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받아들임에 있어서 감정의 동요가 다르거든요. 미리 알고 있으면
뭐라도 하면서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거든요. 예를 들면 사진을 찍는다거나 지금 할 수 있는 또 다른 추억을 만들어 간다거나 할 수 있죠.
하지만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상실은 허무함과 아쉬움을 안겨줍니다.
"이번에 보광동 일대가 전부 철거되는 바람에 참 속상하더라고요. 추억이 있는 장소가 재개발되는 경우가 처음이라… 어머니도 저도 아쉬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 때 한번 다녀와서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었던 게 다행이었던 것 같아요. 직전에 다녀온걸 부러워하는 분도 계셨어요.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봐도 철거가 확정된 건물과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건물을 대할 때 감정의 동요가 달랐어요. 철거된다는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들어왔고 그래서 여러 번 방문했던거지만 재개발은 오랜 시간이 걸리니 아무래도 사라진다는 사실에 좀 무뎌지게 되었어요."
"올 여름 보광동에 방문했을 때 장소가 남아있을 때 사진 기록도 남기고 옛 생각도 더듬으면서 마지막 추억을 쌓을 수 있었어요. 지난번 방문때와는 다르게 아시바가 쳐지고 내장제 철거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분위기를 느껴서 ‘이번 방문이 정말 마지막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머니는 마지막으로 방문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말씀하시네요. 어머니는 삼각지 용산파크자이 자리에 있던 고등학교에 다녔는데 오랜만에 방문해보니 학교가 사라지고 아파트가 들어서서 아직까지도 아쉬우시대요. 보광동에 대해서는 그런 마음이 훨씬 덜할 것 같다네요. 마음 먹기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친척중에 보광동에서의 유년시절을 기억하고싶지 않아하시는 분도 계세요. 재개발에대해 큰 관심이 없으시더라고요." _인터뷰이 C
사람들의 말과 생각에도 다층적 의미가있는데 이 또한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