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곳에 안녕을 고하다
서울에 온 지도 벌써 5년이 다 되어 간다. 태어나서 성인이 될 때까지 아니 어쩌면 결혼을 할 때까지 부모님과 같이 살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혼자 사는 것에 대한 명확한 목표나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나를 둘러싼 환경과 관계, 장소 같은 ‘익숙한 것’들에 안녕을 고하고 싶었던 것은 분명했다. 나를 알아보는 이가 전혀 없고, 단 한 번도 살아보지 않은 낯선 환경에서 산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어떤 느낌일까? 다행히도 혼자 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단지 ‘처음’이라는 조건이 붙었을 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집을 벗어나 타 지역에 살게 되었다.
청주에서 2년을 살았다. 다행히도 대학가 인근에 위치한, 원룸이지만 혼자 지내기에는 꽤나 넓은 방을 구했다. 발품을 많이 팔아서 꼼꼼히 비교해 보고 따지는 성격이 아니었기 때문에 오히려 결정을 내리는 부분에서는 쉬웠다. 비슷한 가격 선에서 방의 크기를 비교해봤을 때 가장 괜찮다고 판단되는 곳으로 선택했다. 1년 월세를 한꺼번에 완납하고 이곳에 살면서 느꼈던 문제점은 딱 세 가지 정도였다. 현관 문 앞쪽에 핀 곰팡이, 화장실 환기 부분, 보안 문제. 앞 두 가지는 건물의 구조상 크게 난 창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람의 방향과 일치하지 않아 제대로 통풍이 되지 않았고, 화장실 내부에 창문이 없었기 때문에 환기를 시킬 수 없어 발생하는 문제였다. 세번째 경우는 공동주택의 입·출입구의 비번 보안과 별개로 술 취한 학생들이 자신의 집으로 착각하여 문을 열려고 했던 경우가 몇 번 있긴 했으나 심각하다고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건물의 층수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4~5층 정도였고 내가 머물렀던 방은 2층에 있었다. 두 사람이 함께 살아도 괜찮을 만큼, 현재 서울에서 흔히 말하는 원룸 보다 1.5배 정도 큰 방이었다. 화장실은 그에 비해 작은 편이었지만 불편함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베란다 천장에는 빨래대와 수납장이 있었다. 1인용 침대와 책상에 책장까지 갖춰져 있어 꽤나 만족했다. 빨간색으로 표기된 곳이 통풍이 잘 되지 않아 벽 전체적으로 곰팡이가 생겼던 위치다. 초록색으로 표기된 곳이 화장실, 파란색으로 표기된 것은 방의 위치다.
집주인과의 마찰도 없었다. 다른 위치에 있는 건물에 거주하고 있었고, 방 계약을 한 이후로 찾아온 적도 없다. 집주인이라고 해서 유별나게 행동하지도 않았고, 요청사항이 있다면 전화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뿐이었다. 덕분에 이 방에 사는 2년 동안은 큰 불편함 없이 잘 살았다.
이렇게 구구절절 이전에 살았던 집에 대해서 설명하는 이유는 처음 독립해서 살았던 곳이기도 하고, 지금 살고 있는 서울 집들과 비교해 봤을 때 환경적,심적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가격대이지만 방의 크기도 다르고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불편함과 임대인과의 관계에서 겪는 어려움들을 몸소 느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게다가 같은 건물에 사는 사람들이 주는 불편함까지 더했다. 사소하지만 그냥 넘어가기엔 애매한 부당함 들을 이곳에 와서 경험하고 있으니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되었다.
서울이라는 도시의 특수성 때문에 존재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고, 부당한 것이 분명한데도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여겨지는 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해서 더 나은 환경이 조성되던가 혹은 함께 이야기하면서 조율하고 개선시켜야 할 것들이 지켜지지 않았다. 임대인들은 그저 부를 축적하는데만 온갖 정신이 팔려있고, 세입자들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다. 분명, 건물을 빌려 쓰는 것에 대해 정당하게 값을 치르고 사용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관계가 동등한 위치가 아니라 건물을 가진 자가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
돈을 지불했으면 그에 합당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건물주의 의무가 아닌가? 왜, 임차인이 늘 피해를 보고 약자의 위치에 서야 하는 것인지 질문을 던져보려 한다. 임차인으로서 사는 삶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뿐만 아니라 우리가 임차하여 사는 공간이 어떤 식으로 구성되어 있는가도 비교해 보려는 의도도 있다. 청주에서 2년을 살고 곧장 서울로 상경했다. 서울에 상경한 지 5년. 3번의 이사. 기록의 여지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