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 듣고 찾아 왔소- 신림동에서 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청주에서의 2년. 다행이도 큰 사고 없이 무사히 잘 지냈다. 아무런 연관 관계가 없고, 아는 사람 하나 없었지만 오히려 그게 편했다. 마치 여행을 떠나온 것 처럼 말이다. 소득도 반 이상이나 줄었고, 지출해야 하는 비용도 늘었지만 그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을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했던 자유의 시간들이 그 동안 억눌려 있던 욕구와 감정을 채우는데 충분했다. 그렇게 예행 아닌 예행연습을 하고 서울로 상경했다.
'새로운 시작' 이라는 이름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었고, 정직원은 아니었지만 인턴으로 합격한 상태였다회사와 가까운 곳에 거주하면 좋았겠지만 모아 두었던 돈이 떨어져 가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저렴한 방값'을 기준으로 선택할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다. 게다가 6개월이 지난 뒤에도 계속 근무할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이었다. 방값에 방점을 두고 알아 보는 것이 최선이었다. 발품을 팔기 전, 인터넷을 통해 확보한 정보에 의하면 신림역 인근에 고시촌이 있어서 방값이 비교적 저렴하다는 것이었다. 지하철 노선도를 펼쳐 놓고 따져 보았을 때 자주 가는 강남, 역삼역과 가깝고, 고향에 내려갈 때 마다 이용하는 고속터미널까지도 비교적 수월하게 움직일 수 있는 동선이었다. 이를 근거로 신림역 주변에 있는 방을 알아 보기 시작했다. 목표지는 신림역 인근이었지만 마음에 드는 방이 없어 낙성대, 신대방, 봉천역까지 범위를 넓혀 둘러 보았다. 그런데, 동일한 조건의 방값 선에서 알아 봤음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차이는 존재했다.
1) 방 크기
2) 상권이나 동네 분위기
3) 유동인구
4) 지하철 역까지의 거리
2),3),4)의 경우 구역이 달라지니깐 그럴 수도 있다고 보는데, 1)의 경우는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월세가 1~2만원 정도 차이라면 거의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방 크기는 들쑥 날쑥 했다. 신림역 인근에 있는 원룸들이 유난히 방 크기가 작았고, 형태나 옵션 구성 현황도 크게 차이가 없었다. 신대방역이나 봉천역 인근에는 신축건물이어도 원룸의 크기가 그나마 큰편이었고, 바닥재질이나 모양*도 달랐다.
(모양*: 직사각형, 정사각형, ㄱ자형 등)
서울 지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나마 자주 가는 장소인 강남역, 역삼역과 멀지 않았으면 했다. 시장이나 마트, 24시 편의점, 미용실, 세탁소 같은 편의이용시설이나 식당, 카페 같은 음식점이 가까이에 있고, 언제 닥칠지 모를 위험에 대비하여 도움을 청할 수 있는 환경에 위치한 곳이면 딱 좋겠다 싶었다. 이 조건에 가장 부합하는 장소는 어딜까 따져 보았더니 다름 아닌 신림역 인근. 방 크기가 작아 다소 불편할 지언정 이곳에 살아야 겠다고 결정했다.
낮부터 밤까지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선택한 집은 1층에는 카페가 있고, 동네에서 오래된 컴퓨터 수리점, 잡화점, 미용실이 모여 있는, '패션문화의 거리'라 불리는 길이 인근에 있는 5층짜리 건물이었다.
서울의 원룸은 청주의 원룸과 달랐다. 방값은 훨씬 더 비쌌고, 크기는 더 좁았다. 그 덕에 청주에서는 무보증에 일년치 월세 완납이 가능했지만 서울에 무보증금은 고시텔에서나 가능했다. 화장실 크기는 비슷했지만 방 크기는 절반에 가까웠다. 베란다는 커녕 침대도 없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서울에 자취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에서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책상과 책장은 기본적으로 갖춰져 있더라.
위치: 신림역 OO출구 도보 6-7분
보증금/월세: 500/45 (관리비 별도, 6만원)
면적: 13.2㎡
(4평 정도 예상* 정확한 수치는 아님)
층수: 3층
옵션: 드럼 세탁기, 냉장고, 책상, 책장
특이점: 임대인은 5층에 거주, 1층에 카페가 있음
거주기간: 2013년 12월 - 2015년 12월 (2년)
서울 상경 후 처음으로 머물렀던 방의 기본적인 조건이다. 이 방에서 동생과 함께 지냈다.
장점)
통풍이 잘 되지 않아서 곰팡이가 생기거나 습하거나 하는 경우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비교적 큰 창에 환기는 잘 되는 편이었다.
가까이에 마트가 있다 보니 늦은 시간에 외출해도 5분이면 충분했다.
화장실 크기는 작았지만, 위치가 복도쪽이 아니었고 창문이 있었기 때문에 환기가 잘 되었다.
단점)
가까이에 술집이나 음식점이 있다보니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많고 시끄러웠다.
새벽녘에 가끔 고성방가로 소리를 지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 방음 창문이라 문을 닫으면 괜찮다.
새벽인지 낮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조명이 꺼지지 않아 골목길도 빛에 노출이 되었다.
여름에 문을 열어 두면 담배 냄새가 올라왔다.
전기,가스,수도 사용량에 비해 관리비가 많이 나오는 것 처럼 느껴졌다.
냉장고가 좀 작은 편이었다. 화력이 좋은 가스레인지가 아니여서 조리를 할 때 다소 불편했다.
그 외)
엘레베이터가 있었지만 3층이었기에
주로 걸어 다녔다.
5층에는 주인집이 거주했다.
시끄럽거나 밤에도 조명이 꺼지지 않고 밝았던 점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감안하고 있었기 때문에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촘촘히 위치한 원룸과 오피스텔이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어서 좁은 길로 다니기 보다 위치를 기억하기 좋은 간판이나 가게가 보이는 길을 주로 이용했다. 집주인이 5층에 살고 있었지만 2년 내내 큰 왕래가 없었던 점은 조금 아쉬웠다. 방 크기가 조금만 더 컸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서울에서 처음 구한 방치고는 만족도가 비교적 높은 편이었다.
뭐든지 '첫' 경험이 중요하다. 청주에서도 그랬고, 서울에 상경한 직 후에도 그랬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핵심 하나를 발견했다. 사전 조사할 때 신림역 부근에 고시촌이 있어서 방 값이 저렴한 편이라고 했지만 살다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더라. 그건 정말 고시촌이 있는 녹두거리 부근인 거고 그 외는 평균적으로 가장 낮은 방값대가 500/45만원선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갖춰진 환경에 비해 비싼 방값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최대 단점이다.
최근에 이곳을 다녀왔는데, 1층에 있던 카페는 사라지고 헤어미용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2015년에 이사를 갔으니 3년만이다. 새삼 반갑기도 하고 기분이 묘했다.
안녕? 나의 첫 서울 자취방
안녕 -
혹시나 해서 인터넷을 뒤적거리며 정보를 찾아 봤더니 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방 값이 저렴한 곳은 신림동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여기서 언급되는 '신림동'은 [서원동, 신원동, 서림동, 신사동, 난향동, 조원동, 대학동, 삼성동, 미성동, 난곡동]을 포함하는 관악구 지역을 대표하는 동이기도 하면서 속해 있는 동이다.
이 중에서 비교적 방 값이 저렴하다고 알려진 곳은 고시촌이 형성 되어 있는 대학동인 것이고, 내가 거주했던 곳은 그 반대편의 신림동이었다. 고시촌의 영향을 받아서 방 크기는 작았고, 값은 비쌌다.
한마디로 같은 신림동이라도 위치, 주변 환경, 방값은 천차만별이니 잘 살펴보아야 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