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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민 Feb 01. 2019

"나의 이름은 유진상가(아파트)입니다"


너의 이름은 

여기 흐르는 강물 위, 슬픈 운명을 타고난 건물이 있다. 한 번에 다 볼 수 없을 만큼 길게 뻗었다. 건물 상부에는 맨숀이라 적혀 있지만 상가도 있다. (그래서 이름이 두 개다.) 건물 좌우 아래 부분은 일정한 간격으로 기둥이 세워져 있다. 하나씩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홍제천 복개'
'가로 200m, 세로 44m, 건축면적 9.967㎡'     
          ' 주상복합' 'OO맨숀' 'OO상가'
이 건물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미 눈치챈 사람들도 있을 것 같은데, 이 건물의 이름은 유진상가(아파트)다. 마주 보고 있는 두 개의 건물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1~2층은 상가, 3~5층은 아파트인 주상복합건물이다. 1970년대는 남북 간의 군사적 긴강감이 최고조로 달했던 시기였던 만큼 국가안보가 중대한 이슈였다. 특히나 휴전선에서 서울로 향하는 주요 도로에 5겹의 주방어선이 구축되었고, 그중에서도 서울 도심에 가장 가까운 방어선이 구파발의 전차 방어선이었다. 북한군이 구파발을 돌파하고, 청와대나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 방면으로 가려면 반드시 홍은동 네거리를 거쳐야 했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낼 무언가가 필요했는데 그 대안으로 유진상가가 지어졌다. 그 영향으로 기둥으로 세워진 1층 필로티 공간은 유사시 아군 기갑차량이 들어갈 수 있도록 폭이나 높이가 맞춰졌고, 최악의 경우에 필로티 부분을 폭파해 건물을 무너 뜨림으로써 전차의 기동을 차단하도록 계획되었다. 덕분에 작은 못 하나 박는데도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견고한 철근콘크리트로 축조되었다. 그렇게 50년이 흘렀다. 세월이 무색하게도 유진상가는 여전히 굳건하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그 모습은 조금씩 변해 갔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유진상가는, 과거의 유진상가와 어떻게 달라졌을까?


엇갈린 운명, A와 B동

2019년 현재. 연결된 두 개의 건물의 좌측은 '공유 캠퍼스'로, 우측은 '유진맨션 A동'으로 역할을 달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저 표면적으로 봤을 땐 별 특별할 것도 이상할 것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좌측 건물 위쪽으로 고가차도가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서 곰곰이 잘 생각해 보면, 고가차도와 근접한 거리에 건물을 짓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것도 상충부에. 그렇다면, 뭔가 이유가 있지 않을까?

1991년 12월 2일 경향신문 일부 발췌

다행스럽게도 그 이유를 1991년 12월 2일자 경향신문에서 일부 찾을 수 있었다.

아파트 옥상 고가도 통과 주민들 "적정 보상하라" "시가 산정. 대물 아파트로" 홍은 [유진]
감정가 따른 현금 보상, [시영] 입주권만 시.

"옥상 바로 위로 고가차도가 지나가면 하루 종일 소음과 먼지는 그만두고라도 불안해서 잠이나 제대로 잘 수 있겠습니까. 서울시는 당연히 현재 살고 있는 집만 한 아파트로 대물 보상해야 합니다"
" 주민들의 딱한 사정은 이해하지만 아파트 철거 시현행 법규나 다른 지역과의 형평상 대물 보상은 불가능합니다. 다만 감정가에 의한 현금 보상과 시영아파트 입주권만을 줄 수 있습니다"

북부간선도로건설로 철거될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유진상가아파트의 1백85가구 1천여 주민들과 서울시가 시가 및 대물보상과 감정가 보상을 내세운 채 팽팽히 맞서고 있다. 내년 중 착공할 예정인 북부간선도로 2구간 (성북구 종암동 ~ 마포구 성산동) 중 세검정~성산대교 사이는 홍제천을 따라 너비 25km의 왕복 6차선짜리 고가차도로 설계돼 하천을 복개한 자리에 세워진 이 아파트 B동 옥상 7m쯤 상공을 지나가게 된 것.

주민 대다수는 "고가차도가 건설되면 사람 살 수 없는 곳이 될 것이 뻔하다"며 이곳과 동일한 조건을 갖춘 곳에 같은 크기인 16~68평짜리 아파트로 대물 보상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이 어렵다면 실거래가에 의한 현금보상과 전용면적 25.7평 이상의 시영아파트 입주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민 김 모 씨는 "지난여름까지 평당 7백50만 원~1천만 원에 거래된 만큼 이에 상응해 보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주민들의 요구는 지나친 것으로 철거에 동의할 때에만 감정가로 현금 보상할 수 있고 시영아파트 입주권도 18평 이하만 짓고 있어 그 이상은 줄 수 없다는 입장. 시 관계자는 특히 실거래가 및 대물 보상은 법규상 불가능해 고려대상이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시는 이와 함께 감정가 보상 시에도 아파트가 69년 시유지인 하천을 복개해지은 만큼 주민들의 소유인 건물분의 가치만 감정 평가할 것이며 2개 동중 A동은 고가차도와 25m 이상 떨어져 있는 데다 차도에 방음벽을 설치하면 피해가 경미하기 때문에 그 피해 부분에 대해서만 보상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시의 주장대로 감정하면 아무리 후하게 평가해도 감가상각까지 고려할 경우 평당 1백만~2백만 원선이 될 전망.

주민들은 시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하천부지가 시의 소유라 하지만 주민들도 아파트가 무너지지 않는 한 반영구적으로 이곳에 살 수 있는 용역권이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보상이 소유권에 준해 이뤄져야 한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69년 국방상의 목적 아래 건설업자를 종용해지은 건물로 하천부지의 점용료나 기간도 정하지 않았으며 대법원에서도 건물이 존속하는 한 무상점용이 가능하다고 확정 판결, 주민들의 반영구적인 권리를 인정해주었다는 것.

시는 주민들의 반발로 철거가 어려울 경우 92년 말까지 서대문구 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아파트를 상가로 용도변경, 이에 따른 가격 상승분으로 피해 부분을 메워주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 동의 없이 공사를 강행하면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과 손해배상 소송으로 라도 막겠다"는 주민들과 "법규상 불가능한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시 입장이 맞서 북부간선도로망 건설이 자칫 장기 표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북부간선도로 2구간 (세검정~성산대교)은 홍제천을 따라 너비 25km의 왕복 6차선짜리 고가차도로 설계돼 유진상가(아파트) B동 옥상 7m쯤 상공을 지나가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유진상가(아파트)가 철거될 상황이 벌어졌고, 그 과정에서 주민들과 보상 문제로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아 갈등을 빚고 있었다. 그런데, 상황만 봐서는 고가차도가 지나가는 B동 상층부 혹은 B동만 철거되는 것인지 아니면 유진상가(아파트) 전체를 철거하는 것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그 다리 있는데서부터 유진상가 있는 쪽으로 약 80도 정도의 급경사 커브 지역입니다. 그래서 지금 교각이 세워지고 그 위에 6차선 도로로 도로가 개설이 된다라고 할 적에.. (중략) 불과 도로개설 부분과 주택과의 거리가 2m, 가까운 곳은 2m 미만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중략)...

그래서 주민들이 요구하는 사항은 방음벽을 설치해 주고 그다음에 현 건물이 너무 도로와 가깝게 인접되어 있으니까 다시 그 자리에 재건축을 고층 아파트로 할 수 있게 해 달라 그렇지 않으면 다른 데로 이주대책을 세워달라는 요구사항입니다.

그래서 본 의원이 그간에 행정당국이나 또는 주민들의 여론을 참작해서 대략 문제점을 분석해 본 결과에 따라서는 물론, 다른 곳으로 이주대책을 세워서 그곳을 완전히 녹지공간으로 조성을 한다면 좋겠지만 역시나 그곳은 사유지입니다. 그리고 건물도 사유재산입니다.

그래서 보상문제에 따른 여러 가지 행정적으로 문제가 복잡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고 또 그 지역주민들이 그곳에다 집을 재건축해서 생활하려면 행정적으로 규제사항이 있습니다. 그 건물이 20년이 되어야만 재건축을 하는데 20년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재건축관계, 행정적인 문제 등등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관계규정을 검토해 본 결과 주민들이 안전진단을 받아서 그 건물의 안전성 여부에 따라서 재건축 문제는 행정적이고 앞으로 검토해 볼만한 사항이 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고요.(중략)

그래서 본 의원은 오늘 주민대표도 이 자리에 나오셔서 견해와 입장을 말씀드리겠지만 일단 특수설계에 의해서 방음벽을 반터널식으로 설치해 주시고, 그 장소에 안전진단 결과에 따라서 재건축할 수 있도록 앞으로 행정지도 내지는 행정지원을 할 수 있다 라는 것으로 오늘 북부간선 고속화도로문제에 따른 청원심사에 대해서 결론을 내려주셨으면 하는 부탁입니다.  

*내용 출처: 1991년 9월 5일 서대문구 의회에서 진행된 북부간선도로개설에 대한 청원심사 회의록

「 1991년 9월 5일 서대문구 의회에서 진행된 북부간선도로개설에 대한 청원심사 회의록」에 의하면 유진상가(아파트)는 사유재산이라서 행정적으로 문제가 복잡하고, 규제사항도 있다고 말한다. 이후에 안전진단 결과에 따른 재건축 가능성과 행정지원 요청에 대한 결론을 제안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진상가(아파트)는 전면 철거 후 재건축을 진행하지 않았고, B동 4,5층만 철거했다. B동에 거주하고 있던 주민들은 모두 이주해서 떠났고, 용도가 변경되어 현재의 모습에 이르게 된다.

바로 옆을 지나는 고가차도
뒤에서 보는 고가 차도

과일로 물들다

유진상가 1층 구조를 잘 살펴보면 용도에 따라  A(주차장)-B(실내상가)-C(과일상회) 구역으로 나눠 볼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A, C 구역은 기존 필로티 기둥 구조로 된 빈 공간이었지만, A구역은 주차장으로, C구역은 과일상회로, B구역은 원래 의도했던 상가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C구역의 과일상회다. 상가에 포함되지만 내부에 있지 않고 외부에서 천막을 치고 과일 박스를 쌓아 놓거나 진열해서 판매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실내에 있는 상가에는 옷, 이불, 가구, 의류, 식음료 등 다양한 것들을 판매하는 점포들이 있지만, C구역에서는 대부분 과일을 판매한다. 길게 늘어선 과일 상회를 따라 걷다 보면 사이에 유진상가 내부로 들어가는 입구가 보인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도소매 청과시장이라고도 불려지는 것 같던데, 애초에 시장으로서 시작된 것은 아니었을 터. 맞은편에 있는 인왕시장이 1960년 홍제천 주변 둑방에서 시작된 자연발생적인 시장이었고 1972년 인왕시장이라는 상호로 개설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쯔음 유진상가(아파트)도 지어졌다. C구역은 그 당시 아무것도 없이 빈 상태였다. 그렇다면, 이 많은 과일 상회들은 언제부터 형성이 되었을까? 왜 실내가 아닌 실외에서 장사를 하고 있을까? 유진상가로 들어가는 입구와 천막 사이에는 작은 틈이 있었는데, 그 속을 들여다보니 'OO상회'라 적힌 간판들이 쭉 보였다. 아마도 과일상회의 본래 점포들 이리라 짐작된다.

근데 특이하게도 실내에 들어가서 보면 과일상회 점포는 보이지 않는다. 실내에 속하지 않는 별개의 공간으로 존재한다는 의미다. 여기서 더욱 더 궁금해졌다. 과일상회가 형성된 이유는 무엇이고, 그 시기는 언제인지 말이다. 맞은편에 있는 인왕시장은 홍제동을 대표하는 청과물 시장이고, 판매하는 품목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유진상가와 서로 어떻게 공존, 상생하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도 저절로 던지게 되었다. 


너의 안녕을 바라다

세월이 흐르면서 유진상가(아파트)는 모습도 변하고, 용도도 일부 변경되면서 조금씩 나이를 먹어 갔다. 그러다 결국 흔히 말하는 '노후된 건물'이 되었다. 한국에서 노후된 건물의 미래는 단 두가지 방식으로 정해져 있는 것 처럼 보여 진다. 리모델링 혹은 철거. 유진상가(아파트)는 그동안 끊임없이 재건축 논의가 되어 왔고, 지방선거에 출마한 이 지역의 대부분의 후보들이 '유진상가 철거'를 대표 공약으로 내세울 정도로 흉물로 취급 받고 있었다. 그래서 일까?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약 8년간 '유진상가 철거'라는 키워드로 뉴스기사를 검색해봤더니 철거 이야기는 끊임없이 나오고 있었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유진상가가 덮고 있던 홍제천이 친환경 하천으로 복원되고, 유진상가가 철거된 자리에는 지상 48층 규모의 고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선다. 이에 따라 지난 1970년 건립된 유진상가는 40년 만에 철거된다. 그 자리에는 용적률 508.6%, 지하 4층~지상 48층, 최고 높이 165m의 빌딩 4개 동의 복합단지가 조성될 계획이다. 아파트는 85㎡이하 394가구, 85㎡이상 240가구 등 총 634가구가 건립되며, 이중 50가구는 임대아파트로 공급된다."    [2010년 8월 27일 자, 이데일리 뉴스]
홍은고가(지난 1월 말 철거) 바로 옆에 지어져 40여 년간 유진상가, 인왕시장과 함께 성쇠를 같이해 온 유진맨션이 최첨단 친환경 주상복합단지로 재탄생한다. 유진상가 밑에 흐르는 홍제천도 복원된다. [2012년 5월 16일 자, 한국경제]
홍제역 일대에 지정된 ‘홍제 균형발전 촉진지구’는 홍제 1, 홍은 1구역이 빠른 사업 진척을 보이고 있다. 홍제 1구역은 2010년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구역 안에 위치한 유진상가를 철거하고 최고 48층 높이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을 짓는다. 또 상가가 덮고 있던 홍제천을 복원시킨다. 홍은 1구역도 2010년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최고 23층의 주상복합이 들어설 예정이다.  
[2013년 6월 20일 자, MK News]
2010년에 접어들면서 유진상가에 재건축 훈풍이 불었다. 2010년 5월 홍제동 298-9번지 일대(4만2천276㎡)의 유진상가와 인근에 있는 인왕시장을 철거하고 홍제천을 복원하는 내용의 정비구역 지정안이 마련됐다. 그해 8월에는 홍제1 도시환경정비구역 조합이 설립됐다. 용적률 505.44%에 최고 높이 165m(지상 48층)의 주거용 건물 3개동과 업무빌딩 1개동을 짓겠다는 것이 조합의 사업계획이다. 그러나 작년 12월 서울시가 조합의 사입시행인가 신청을 반려하며 사업에 빨간불이 커졌다. 조합원 간 갈등도 커졌다.
[2016년 5월 21일자, 조선비즈]
그는 재임 중 가장 힘든 사업으로 홍제역 일대에 지하보행네트워크, 언더그라운드 시티를 조성하는 일을 꼽았다. 장기 프로젝트인 유진상가 철거와 홍제천 복원의 선행사업으로 향후 인왕시장 등 주변 정비사업 구역 일대 지하공간과 통합 개발되면, 홍제권역의 새로운 발전 거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2018년 8월 7일자, 헤럴드 경제]

물론 건물의 노후 정도만 놓고 철거를 논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홍제1구역 재건축.재개발 구역에 의한 물리적 환경의 변화를 요구하는 주변의 상황들이 영향을 주고 받으며 함께 진행 되는 사항이라 짐작 된다. 하지만 철거에 대한 부분은 좀 더 신중하게 생각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램이 있다. 애초에 군사 안보적인 성격으로 만들어진 목적도 있긴 했지만 엄연히 아파트이면서 상가인 건축물이었다. 나란히 위치한 A, B동 주민들 간 원활한 소통을 위해 넓은 중정(중앙정원)이 만들어 졌고,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도 있었다. 만약에 고가차도가 이곳을 지나가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어쩌면, 분위기가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수도 있을 것이다.

A, B동 모두 아파트이자 상가였지만, B동은 주거의 기능이 상실 되면서 아파트로서의 역할은 하지 못하게 되었다. 즉, 용도가 변경 되면서 공간을 이용하는 주체가 달라졌다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해서 건물 자체가 불필요한 존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철거 보다는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리모델링을 하거나 보수를 해서 유지하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 물론 유지비가 많이 들 수도 있고 철거 이후 신축 건물을 지으면서 발생하는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조건적으로 보존을 강요할 순 없지만, 적어도 유진상가(맨숀)에서 사는 혹은 이용하는 사람들이 오랫동안 소통하고 추억을 쌓아 함께 기억할 수 있는 건축물로서 존재했으면 한다. 건물 자체로만 봤을 때는 '철거 해서 신축 건물을 짓는다'라는 단순한 논리로 이해 될 수 있는 문제지만 건물을 이용하는 주체가 사람이고, 특정 누군가가 점유해서 사용하는 것이 아닌 수 많은 사람들이 거쳐 가면서 삶의 이야기를 담아 내는 공간이기 때문에 그리 단순하게 생각할 일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철거에 대한 논의를 천천히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뭐든지 시작과 끝맺음이 중요하다. 어떤 의도치 않은 목적 이든 아니든 간에 열심히 건물을 지어 첫 삽을 떴다면,  철거 할 때도 심사 숙고하여 잘 마무리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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