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딜레탕트 일기_고흐가 생각나는 밤
힘들면서도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정작 하고 싶었던 일은 아직 시작도 못한 나라서. 나는 지금 어디쯤일까, 가끔 생각에 잠길 때가 있다.
행복한 사람이 성공한 사람이라는데 나는 아직 성공하지 못한 건 맞는가 보다. 이 생각을 하니 또 삶이 즐겁지가 않다.
너도 너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 나는 이 말이 참 아프다. 내가 그럴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다른 것들을 져버리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만 보고 달려갔다면, 분명 나도 내가 원하는 것들을 조금이라도 만지고 누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내게 주어진 삶의 시간에는 아직 그 일들이 조금 늦게 시작하려는 것 같다.
이런 기분이 드는 날에는 언제나 내가 좋아하는 고흐 생각이 난다. 물감이 없어 목탄으로 스케치를 하면서도 그림의 대한 열정이 풍부했던 사람. 화려하고 멋진 그림이 아니라 평범하고 일상적인 그림을 추구하며 그림으로 남기고 싶어 했던 소소한 예술가. 그래서 나는 가끔 내 마음에 부푼 거대한 꿈이 나를 집어삼켜 내 존재를 바닥으로 짓누를 때면 평범하게 소소하게를 외치며 내 마음을 다잡아 본다. 그리고 이런 내 감정들을 기록한다.
언젠가는 오래전부터 바라고 꿈꿨던 일들이 제시간에 나에게 찾아와 주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