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발트블루

포기하지 않는 다면

by 서울경별진

통장에 학원비가 0원이 된 후로 나는 다시 학원비를 모았고 동네 미술학원에 등록했다. 강남에 있는 학원으로 먼저 등록하지 않은 이유는 학원비가 저렴하고 빨리 붓을 들어보고 싶었다. 기본적인 것을 배우고 가면 시간을 조금 더 단축시킬 수 있을 것 같은 나름의 계획이었다. 내가 등록한 곳은 입시미술학원이었는데, 성인 취미 반이었다. 그런데 배우는 것은 입시미술과 다르지 않았다. 그저 사과를 그리고, 병을 그리고, 수채화를 하고. 그림이 완성되면 원장 선생님이 평가를 해주시는데 내 그림으로 어느 대학에 지원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해주시곤 했다. 나는 대학에 갈 생각이 없었고, 삽화작가는 학력을 보지 않는다고 했기에 나는 작가에 욕심을 냈다. 입시미술학원도 꽤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미술도구들을 사야 해서 내 생활비는 더 줄어들었다.


학원 수업시간은 중, 고등학생들 하교시간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내가 가고 싶을 때 갈 수 없었다. 퇴근하고 나면 학원 가기 전에 밥을 먹어야 했다. 학원은 영화관에서 세 정거장 거리였는데, 우리 동네는 꽤 커서 세 정거장이면 먼 거리였다. 나는 차비와 밥값을 지출할 수가 없어서 굶고, 걸어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배가 너무 고파서 슈퍼에 들어가 가장 가격이 저렴한 옥수수빵 하나를 샀다. 600원이었다. 나는 그 옥수수 빵을 들고 학원 계단에 앉아 먹기 시작했다.


컴컴한 계단에 앉아 창문을 통해 파랗게 물드는 하늘을 보며, 울었다. 나는 처음으로 비싼 물감을 사게 되었는데 그때 알게 된 색이 코발트블루였다. 그 하늘은 딱 코발트블루 색이었다. 그때 내가 왜 울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내가 울었던 이유는 퍽퍽한 옥수수빵 때문에 목이 마른데 물을 살 돈이 아까워서였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나는 그날 이후로 코발트블루색의 하늘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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