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주 무언가를 잃어버린다. 내가 선택할 수도 있지만 뜻하지 않게 잃게 되는 때도 있다. 어쩌면 기억일 수도 있고, 관계일 수도 있다. 2년 동안 가족처럼 붙어지내며 의지했던 직원이 있었다.
그냥 해본 말일 수도 있지만 오래오래 같이 일하자는 직원의 말을 너무 믿었나 보다. '저는 그만둘 일이 없어서 영원히 회사에 있을 거예요.' 그랬던 직원이 갑작스럽게 퇴사를 하게 됐다.
그리고 며칠 뒤 안부 연락을 해봤는데, 연락이 안 된다. 특별하게 트러블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던 것 같은데, 곰곰이 지난 시간을 생각해보니 그동안 힘들었을지도 모를 그 친구의 심정이 문득 이해가 가서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 한동안은 내가 그 친구에게 어떤 잘못을 했나, 라는 생각에 빠져 속상하기도 했는데 이내 그 생각도 놓아버린다.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금방 잊어버리듯 어제 먹은 아침 메뉴를 굳이 기억하지 않으면 며칠 후 아침 메뉴의 기억은 사라진다. 주의 깊게 기억하거나 생각하지 않으면 금세 잊어버린다. 또는 잃어버린다.
어느 순간부터는 일을 할 때나 어떤 선택을 할 때면 기회비용을 생각하기도 하고, 이 일을 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A를 선택하는 동안, B는 소외될 테고 A가 잘 안 된다면 B를 다시 기억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확실하지 않은 일들이다.
나는 가끔 나도 모르게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기분이 든다. 사실 인간에게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있는 초능력적인 기억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아빠는 내게 무언가를 얻으면 무언가를 잃는다는 말을 자주 했다. 그래서 그런지 위와 같은 생각을 많이 한다. 그래서 일을 할 때도 쉽게 넘어가지 않고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그리고 점점 계산적이 되어가는 것도 맞는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는 빼앗기기 싫어서 생각을 더 많이 하는지도 모른다. 잃어버리는 것만큼 빼앗기는 것도 있는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대표적으로 예를 들면, 시간이라던가 돈이라던가. 꿈같은 것들. 완전히 내 것이 아닌 것들, 앞으로도 완벽히 내 것이 될 수 없는 것들. 이런 것들은 찾아내면 무수히 많다. 어쩌면 나를 스치는 모든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책에서는 이것들을 내가 지배할 수 있다고 한다. 다르게 생각해보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릴 때부터 배운 하루 일과표 작성하기 라던가, 시간을 소중하게 쓰자.라는 문구를 생각해본다. 학교에서 통장을 만들어주고 적금하는 습관을 가르치고, 용돈기입장을 작성하는 법을 배운다.
장래희망을 가지도록 하며, 꿈을 키우도록 배운다. 어릴 때는 그것들을 지배할 수 있도록 배우지만 시간이 흐른 후에는 그것들에 지배당하거나 무기력해진다. 보통의 직장인들을 그려낸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시간에 쫓기며 출근하고, 좋아하는 커피 한잔 값이라도 아끼려고 참아보고, 꿈은 아직도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다. 물론 나도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
지인들을 통해, 미디어를 통해 나도 그들과 다르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그런 내용을 보면 대부분 '나랑 똑같네.'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렇게만 생각한다면 너무나도 측은한 삶이겠지만.
시간에 쫓기는 만큼 활기차고, 아침에 부지런 떨며 집에서 내린 커피를 텀블러에 담아 가고, 침대 맡에 아직도 진행 중인 미래의 꿈을 생각하며 잠이 든다고 생각하면, 이 얼마나 행복하고 긍정적인 인생인가.
물론, 행복은 현실에 자주 부딪혀 쉽게 깨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반대로 현실도 행복에 의해 쉽게 깨질 것이다.
나는 무언가를 자주 잃어버렸다.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