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처음이라

by 서울경별진

어제는 오늘과 다르고, 오늘은 내일과 또 다를 것이다. TV 방송이나 신문 등을 보아도 매일 새로운 일들이 벌어지고, 쓰인다. 드라마도 항상 이야기가 진전이 되고 사람들은 다음을 기다린다. 언제나 다음, 다음을 기다린다.


그리고 다음을 향해 달려간다. 몇 년 전만 해도 삶을 계속 살아갈수록 인생이라는 것이 더 익숙해지고 안락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세월이 지나면서 보니 일을 할 때에도 점점 젊은 직원들을 따라가기가 어렵다거나 요즘 시대에 만들어지는 어떤 문화들이 새로울 때가 있다.


시대가 빠르게 지나고 다가온 다는 것이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어릴 때 인터넷은 천리안, 숙제는 플로피디스크로 제출, IMF도 겪어보고, 여러 바이러스들도 지나가고, 거리를 울리던 유행가들. 또 지금은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코앞에 다다른 요즘이 참 신기하기도 하다. 그리고 아직 서른다섯이지만 많은 일들이 지나가는 것 같다. 여가생활이나 이렇다 할 여행 기억은 몇 개 없지만 차곡차곡 내 시간들이 쌓여간다는 것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출근길에 지나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마음이 괜스레 몽글해진다. 이렇게 다들 열심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구나.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가고 있구나. 사람은 누구나 실수한다.


그리고 실수하며 살아간다. 어느 날 이런 댓글을 본 적이 있다. '누군가 실수하면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왜냐하면 나조차 실수하는 사람이고, 그 실수를 이해받기 원하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사회생활을 할 때는 실수를 용납받지 못했다.


많이 혼나고, 울고는 했다. 그리고 착하면 안 된다는 말들을 누누이 듣고는 했다. 관계에서도 친절하면 안 된다는 그런 가르침들. 물론 어느 부분에서는 틀린 말은 아니지만, 애정과 배려로 살아가는 이상적인 모습을 꿈꿨던 나는 항상 마음에 괴리감이 들고는 했다.


선한 사람이기를 거부하며 함께 마음을 악하게 먹자고 동요하는 몇몇의 사람들. 하지만 나는 그런 성격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 혹독한 말들을 들었던 것 같다. 함께 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나의 대해 안 좋은 말을 하거나, 거리를 두는 불편함들이 종종 일어나기도 했다.


아무튼 나는 이제 막 사회생활을 하는 친구들에게 그런 부정적인 것들을 전하기는 싫었다. 어느 날은 정말 선하게만 대하다가 무시를 당하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나기도 했지만 내가 그들에게 무시를 좀 당했다고 해서 또 다른 타인에게 그 분노를 표출할 수는 없는 일이니 나는 계속 그 선한 마음을 유지시키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들도 나의 이런 마음들도 모두 상대적이니 누군가의 기억 속에는 내가 선할 수도, 나쁠 수도 있다. 약간의 착한 사람 콤플렉스가 있는 나는 그게 조금 신경 쓰이지만 이제는 그 생각도 내려놓으려 한다.


생각해보면 지난날들은 온통 남을 생각하느라 나를 아껴주고, 보듬어주는 일들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과거의 상처들에 얽매여 오롯이 남이 보는 나만을 생각하고 깊이 빠져들고.


어쩌면 홀로 불행을 껴안고 녹슬어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남에게는 선하게 대하고 싶은데, 그에 반해 상처 받은 억울한 내 마음은 시커멓게 타들어가 있었던 것일 수도. 그래도 여전히 나는 누군가의 기억 속에 선한 사람이고 싶다.


지금 읽고 있는 이민규 박사님의 '생각의 각도'라는 책에 이런 구절이 있다. '신의 책상 위에는 이런 글이 쓰여 있다. 네가 만일 불행하다는 말을 하고 다닌다면, 불행이 정말 어떤 것인지 보여주겠다. 네가 만일 행복하다는 말을 하고 다닌다면, 행복이 정말 어떤 것인지 보여주겠다. -버니 s시젤.' 이 구절을 읽고 내 일기장을 펼쳤다.


나는 과연 어떤 말을 자주 할까. 일기를 꾸준히 쓰면 내가 어떤 생각을 주로 하고 사는지 알 수가 있는 것 같다. 쓸 때는 잘 모르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게 되어 내가 어떤 상태인지 알아볼 수가 있다. 나는 일기장을 둘러본 뒤에 내 상태에 대해 더 알아볼 수가 있었다.


일기를 보면서 일기에서 만큼은 정말 솔직하고 내 마음의 상태를 그대로 적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나를 왜곡되지 않은 시각으로 보게 해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해 마음에 병을 얻느니 일기장에라도 털어놓아 내 마음을 정리하며 안 좋은 것들을 일기장 속에 쏟아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항상 그럼에도 행복하자, 그럼에도 살아가자, 그럼에도 웃자.라는 말들을 적어보는 것. 이제부터라도 나를 사랑해주기로 마음먹어본다. 잘하고 있다고, 사랑한다고.


나는 어떤 사람인가? 가끔 나는 스스로에 대해 질문을 해본다. 아직도 나를 찾는 중이라고 하면 누군가 비웃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70세가 넘은 노인이 되어도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인생이란 무엇이더라던지에 대한 말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오늘은 항상 똑같이 오지만 새로운 시작이고, 나는 그저 내게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존재 그 자체이니까. 내게 주어진 내 시간은 나 자신만의 온전한 삶이고 인생이 될 테니까.


오늘은 내 일기장에 행복만이 쓰이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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