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보다 조금 더 괜찮은 내일

by 서울경별진

매일 평온한 하루를 보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어떤 시기에는 보이지 않게 나를 보호해주던 장막이 사라진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런 시기에는 무방비 상태에서 나를 향한 어떤 공격들이 오는 것 같고, 그것이 피부 가까이 느껴지며 스스로가 위축되는 것들을 경험하고는 한다.


그런 시기가 오면 그동안의 나를 돌아보는 자아성찰의 시간을 가지게 된다. 내가 무의식적으로 누군가에게 했던 불친절했던 말과 행동들이 내게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흔히들 말하는 부메랑 같은 것들 말이다.


누군가에게 상처주기가 싫어서 조심하는 편이지만, 나의 어떤 말들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아직 미움받을 용기가 없다. 아무튼 관계에서 있어서는 다른 이 보다는 나 자신을 괴롭히는 스타일이다.


오늘 하루가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말에 요 며칠 받은 공격들에 속상해하며, 억울함으로 보냈던 날들을 생각해보니 내가 너무 별로라고 느껴졌다. 조금 더 너그러워지고 수용할 수는 없는 걸까. 내 마음이 아직도 이렇게 작구나 싶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게 적대적이고 불편한 말을 하는 사람들까지 받아들이려고 하는 것이 나를 아프게 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 말도 들었다. 사람인지라 그런 말을 들으면 속이 상하고 억울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나의 성향상 이런 일들이 내게 벌어지면 나는 내게서 문제를 찾고는 한다. 그래서 내 안에 들어온 그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나는 내 마음을 오랜 시간 들여다보는 것 같다.


어떤 날은 한 번에 큰 화살이 꽂힐 때가 있지만, 어떤 날은 작은 화살들이 자주 와서 꽂힐 때가 있다. 두 가지가 다 아프지만 요즘은 작은 화살이 자주 꽂히는 기분이라 회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회복기간은 매번 다르다.


살다 보면 이런저런 일들이 생기다 보니 내 마음이 괜찮아지는 방법들을 하나씩 발견하게 되는 것 같다. 물론, 내게는 아직 고전적인 것들이 많다. 나는 옛날 방식을 좋아한다.


주변의 지인 중에도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는 그들이 자신을 바라볼 때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생각이 모든 것이 자신의 탓이라고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자신의 탓이라고 느끼는 그 생각의 강도가 극단적이 되는 때가 우울증의 시작인 것 같았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은 사고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내 잘못이라는 그 생각이 우리를 어두움으로 이끄는 것이 아닐까. '굿윌 헌팅'에 이런 짧은 명대사가 있다. '네 잘못이 아니야.' 그저 그 말 한마디에 마음이 변화되는 것을 보며 나도 같이 감동을 받았다. 생각해보면 내가 우울감에 빠졌을 때 생각나는 말들은 대부분 '네 탓이야, 네 잘못이야, 너 때문이야.' 이런 말들이었던 것 같다.


그런 말들에 매이다 보니, 차차 어떤 일들이 생기면 내 탓이라는 생각을 더 많이 했던 것 같다. 내가 실망하는 것보다 누군가를 실망시켰다는 것을 알 때가 더 괴로웠기 때문이다. 나를 변화시킬 정도의 성찰 이외에 내 잘못이라는 깊은 늪에 빠지는 것을 조심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그 늪에 누군가가 빠졌다면 구해줄 수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살고 싶게 하는 것들 중에는 별거 아닌 것들이 많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드라마, 친구와 먹기로 한 떡볶이, 엄마가 싸주는 도시락, 우연히 발견한 네 잎 클로버, 그리고 누군가의 말 한마디.


얼마 전에 본 '여인의 향기'라는 영화에서 슬레이드가 찰리에게 자신이 살아야 할 이유를 하나만 대라고 한다. 찰리는 두 개를 댄다. '누구보다 탱고를 잘 추고, 누구보다 페라리를 잘 몰았다.' 슬레이드는 순간 어둠에서 벗어난다.


언제쯤 내가 생각하는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는 이런 고민을 자주 한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일 필요 없고, 그럴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별로라고 생각 드는 날이면 조금 더 괜찮은 내가 되기 위해 생각이나 태도를 바꾸는 것은 좋은 의도라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읽었던 책중에 이런 구절이 있다. '당신이 오늘 어떤 잘못과 실수로 실패로 스스로가 별로라고 느껴진다면 어머니와 아버지께 당신이 태어나던 날 일기를 들려달라고 하면 좋겠다.


그럼 당신의 부모님이 얼마나 기뻐하고 그리고 어린 당신을 따뜻하고 편안하게 해 주기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을 하셨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소중한 사람이다.


스스로가 그렇게 생각이 들지 않는 어느 날에도.' 이 글을 읽고 나서는 종종 기분이 좋지 않을 때 내 옆에서 나를 사랑해주는 가족들을 생각한다. 나를 진심으로 믿어주는 한 사람만 곁에 있어도 세상을 다르게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 같다.


순간의 행복을 놓치지 않으려 애를 쓰지만 그것보다는 스스로에게 실망하지 않는 하루를 보내는 것이 어제보다 더 괜찮은 내가 되는 길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내일은 조금 더 괜찮은 내가 되고 싶다.

이전 08화오늘이 처음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