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딜레탕트 일기_1200여 통의 편지
폰 메크 부인은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을 우연히 듣고는 이런 말을 했다.
'그 환상곡을 들으며 공허했던 자신을 잊은 줄도 모르고 잊었다. 비로소 곡이 끝난 뒤에야 잊어버린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둘의 후원 조건은 직접 만나지 않고 오직 편지로만 소식을 주고받는 것이었다. 폰 메크 부인과 차이코프스키는 14년 동안 1200여 통의 편지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내용은 주로 음악, 예술, 삶의 대해서.
둘은 서로의 대한 애정이 있었지만 폰 메크 부인은 둘의 만남이 정신적 교감을 고갈시킬 것을 알고 거리를 두고 그리움만 교환하며 그 그리움 안에서 인류를 감동시키는 작품을 만들 수 있게 격려했다고 한다. 차이코프스키가 후원을 받은 그 해에 백조의 호수가 탄생되었다고 한다.
둘은 딱 한번 시골길에서 우연히 만난 적이 있는데 그때도 대화 없이 모자 인사만 하고 헤어졌다. 만남이 주는 교감도 좋지만 서로의 대한 그리움과 예술의 대한 교감만으로도 서로에게 영향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놀랍다.
내가 느끼는 음악, 예술, 삶에 대해 깊이 있게 나누며 그것으로 서로의 삶과 영감에 영향을 주어 예술적으로 성장하는 스토리가 너무 멋진 것 같다. 누군가는 예술을 만들도록 돕고, 누군가는 예술을 만든다. 그리고 그것을 서로에게 선물처럼 받는다.
나도 누군가에게 영감이라는 선물을 주고, 예술을 선물 받는 기적을 느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