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별의 유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울경별진 Mar 14. 2023

미소가 더 잘 어울리는 사람

매일을 살아내다 보면 어느 날 행복을 발견할 때가 있다. 행복은 무엇이기에 이토록 마주하기 힘든 것일까. 바람처럼 작고 소중한 행복은 정말이지 아주 잠깐 그 기분을 선물해 주고 다른 이에게로 떠난다. 마치 작은 요정처럼.


지금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고 해서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은 아니다. 그저 무의 상태다.


어쩌면 행복보다는 불행을 더 잘 느끼는 것 같다. 무언가를 자주 겪으면 그것을 더 잘 알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경험한 것 일수록, 겪어본 것 일수록 그것이 내게 무엇으로 다가오는지 더 잘 알 수 있다.


나는 지금 그것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어쩌면 행복과 불행을 동시에 느끼기에 더 힘이 드는 것 같다. 행복이라고는 보이지 않아서 끙끙 앓던 내가 이제는 더 절박하게 행복을 찾게 된다.


행복이 내게 얼마나 큰 자유를 주는지 맛을 봤기 때문이다.


나는 왜 이토록 불행의 끈을 끊어내지 못하는 것인가. 불행은 과연 무엇인가.


사람들은 생각만 바꾸면 행복할 수 있다고 한다. 나 역시 책을 통해 그렇게 배웠다. 그래서 생각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매일 매 순간 행복 할 수는 없었다. 나는 곧 불행의 기운을 느끼고 말았다.


어느 날 SNS로 한 영상을 보았다. 컵에 물을 담은 뒤, 물이 인생이라고 하며 흙을 넣어 휘휘 저었다. 흙탕물이 된 물을 어떻게 다시 새 물로 바꿀 수 있을까? 숟갈로 그 흙들을 퍼내보지만 물과 흙이 같이 없어지면서 시간도 같이 흘러버렸다.


그리고 흙을 없애는 다른 방법을 알려주는데, 새물을 컵에 다시 붓는 것이었다. 물이 차오르면서 흙들이 컵 밖으로 빠져나갔다. 이 영상의 교훈은 ‘나쁜 것들을 없애려 하기보다 좋은 것들로 인생을 채우면 나쁜 것들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나는 생각했다. ‘아 좋은 것들이 내겐 많이 없구나.’ 그래서였다. 도무지 나쁜 것들을 밀어낼 좋은 것들이 없었다.


나는 하루종일 나를 미워하는 상사를 신경 쓰며 조금이라도 트집이 잡힐 까봐 안절부절못하는 내 모습이 떠올랐다.


30분 일찍 출근해서 일을 해도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한 태도, 혹시라도 실수해서 혼날까 봐 조마조마하며 뛰는 내 심장, 얼굴이라도 마주 칠일이 생기면 못마땅하다는 그 눈빛이 보기 싫은 초조함,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무시하는 말투, 모든 것이 다 내 탓이라고 하는 무책임, 시키는 대로만 하라는 강압적인 표정 등등 내가 회사에서 하루종일 받아내야 하는 것들이다. 지금도 심장이 콕콕 쑤신다.


며칠 전, 드라마에서 이런 대사가 나왔다. ‘마당똥개 취급을 당하면 사는게 초라해져요.’ 나는 무슨 기분인지 알 것 같았다.


마당똥개의 초라함. 참으로 찰떡같은 비유다. 짠하고 불쌍하다.


어쩌면 자격지심이 물이 올랐는지도 모른다.


왜 그런 대우를 받으며 아직도 있느냐고 한다면, 그마저 사정이 있다. 그래서 나의 하루는 무너질 듯이 불행하고, 다음날을 살아내야만 하는 이유를 주는 자그마한 행복들이 있다.


그러니 내가 이렇게 생각적으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드디어 찾았다. 좋은 것보다 나쁜 것들이 더 많이 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 일주일에 5일을 그렇게, 초라하게 살아간다는 것.


그나마 주말에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에 잠시나마 충전을 한다. 하지만 내 머릿속은 이내 캄캄해진다.


생각을 바꾸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하루종일 나를 짓누르는 무겁고 무거운 나쁜 짐이 너무나 힘겨워 나는 그동안 시간만 보내고 있었나 보다.


그래서 잠시 오는 행복에 깃털만큼 행복하고, 깃털만큼 가볍게 웃었다.


사자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내 정신을 차리게 해 줄 그것이 필요하다.


하루종일 좋은 것들만 보고, 듣고, 좋은 것들만 생각하면 행복이 더 힘을 가질 거란 생각이 든다.


그러면 내 얼굴에도 미소가 떠나지 않겠지. 웃는 모습이 더 잘 어울리는 그런 사람들처럼 말이다.


나는 사람들 앞에서 웃는 것이 어색하다. 사진을 찍는다면 더욱더 그렇다. 그래서 미소가 예쁜 사람들이 부럽다.


흙탕물 속에 깨끗한 물을 들이붓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깨끗한 물을 찾아야 한다.


내 흙탕물을 정화시켜 줄 깨끗하고 좋은 물은 무엇일까. 어서 이 것을 찾아 나에게 선물하고 싶다. 한아름 부어 맑고 깨끗한 물이 되고 싶다.


내가 지금 행복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행복하다는 것도 아니다. 매 순간 행복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나는 그저 불행보다 행복을 더 많이 느끼고 싶다. 지금은 그렇다.


그래서 미소가 더 잘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보세가 어때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