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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별의 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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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경별진 Nov 16. 2024

진짜 나를 알아가 보기

회사 앞에는 한 학년에 100여 명 정도가 다니는 사립 초등학교가 있다. 점심시간에 그곳을 지나면 아이들의 시끌벅적한 웃음소리와 말소리들로 거리가 가득 찬다.


요즘은 저출산 시대를 겪으면서 아이들이 많이 줄어들어 길에서 아이들을 보기 어렵다. 놀이터에 있어야 할 아이들은 주말에나 잠시 보일 뿐이다.


학교를 지나치면서 아이들을 바라보면 신기한 생각이 들기도 하다. 이런 나이대의 아이들을 길에서 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회사원과의 시간이 다르긴 하겠지만 주말에 쇼핑센터를 가도 마주치는 일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모두 어디에 있는 걸까.


어려서부터 학교가 끝나면 모두가 학원을 가고, 학원에서 집에 오면 숙제를 하고, 다시 학교를 가고의 반복되는 하루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미국에서 자란 남편은 한국에 왔을 때 놀랐던 점이 모두가 다 비슷한 옷을 입고 있다는 것이었다. 비슷한 헤어스타일, 비슷한 옷의 색, 비슷한 패션 스타일, 똑같은 차 색깔 등등. “한국은 왜 다 똑같아? “


똑같은 공부, 똑같은 대학, 그리고 직장을 구하는 방향성까지.


미국은 모두가 자신만의, 자신의 매력을 유지한다고 한다. “난 너랑 달라.”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하지만 한국은 “나랑 비슷하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SNS로 생긴 문화 같기도 하다.


미국은 모두가 대학을 가지도 않고, 모두가 같은 일을 하지 않는다. 각자가 원하는 일을 한다. 그리고 자신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가진다.


인플루언서가 잘 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나도 저 옷 입고 싶다.’ ‘나도 저기 가고 싶다.’ ‘나도 저 음식 먹고 싶다.’라는 심리가 작용했다고 본다.


얼마 전, 런던 베이글 뮤지엄 대표의 인터뷰를 보았는데 “남들과 똑같은 것을 하면 안 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해라.”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런던 베이글 뮤지엄의 마케팅도 인플루언서들을 통한 홍보, 결국엔 “나도 저기 가보고 싶다.”라는 ”똑같이“ 심리가 활용되었다. 요즘에는 이 심리가 없으면 마케팅이 되지 않을 정도다.


예전에 어떤 광고 문구에 “야, 나도.”라는 광고를 기억하는가. 이 광고도 이런 심리를 이용했다.


“옆 반에 누가 어디 학원을 다닌데, 그럼 우리 아이도 보내야겠다.”


너무 자주 들어 본 멘트이지 않은가.


이렇게 어려서부터 남들과 똑같이 하는 것에 익숙해져 버린다. 그래서 내가 가진 기질, 특징, 재능, 매력들을 찾기가 어렵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미국인들은 좋고, 싫은 것이 명확하면서 상대를 존중하는 리스펙 문화가 있다.


한국의 아이돌 문화도 예전과는 다르게 그룹 특징이 뚜렷하지 않고, 비슷한 콘셉트나 비슷한 음악이 많다. 그래도 인기가 있는 이유는 비슷함을 편안하게 느끼는 우리의 생각 때문 같다.


일본에 갔을 때였다. 길에는 정말 많은 식당들이 있었다. 하지만 유독 한국인들만 줄을 서 있는 식당이 있다. 그런 곳을 검색하면 네이버 블로그 맛집으로 소개된 곳들이 많았다. 어떤 블로그에는 ‘한국인 별로 없는 곳.’이라는 멘트를 쓰기도 한다.


네이버에 어느 지역의 맛집을 검색하면 다 똑같은 식당, 카페들만 우르르 뜬다.


그래서 나는 그냥 길을 지나다가 줄도 없는 그런 식당에 들어가 보기도 했는데, 다 맛있었고, 어떤 식으로는 경험이 됐다.


반대로 블로그에 맛이 너무 없다고 하는 식당을 가봤는데, 내 입에는 맞아서 맛있게 먹은 적도 있었다.


어제는 SNS에서 서양 외국인이 한국에 살면서 공사장 일을 하는 릴스를 보게 되었다. 한국사람이 공사장 일을 하면 공부를 못해서. 또는 대학을 못 나와서 라는 편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 서양 외국인이 공사장 일을 하는 것을 본 한국 사람들의 댓글은 의외였다. “저도 거기서 일하고 싶어요.” “공사장에서 무슨 일을 하시나요.? “ “대단해요.” “멋지십니다.”


한국인이 가진 서양인 우월주의도 아마 적용된 것 같다. 서양인이 아닌 동양 외국인이었다면 다른 반응을 가졌을 것이다.


평소에는 편견을 가지고 있던 직업도 자신보다 나아 보이는 사람이 한다면, 또는 나랑 비슷한 사람이 하고 있다면 나도 할 수 있겠다. 나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한다.


요즘에는 쇼핑 플랫폼인 에이블리나 지그재그의 베스트 상품들을 살펴보면 쇼핑몰의 이미지나 색감, 옷들이 다 비슷하다. 그래서 스크롤을 내려 어떤 구간을 보면 다 다른 쇼핑몰인데도 다 같은 쇼핑몰로 보인다.


여기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다 똑같은 스타일만 찾는다는 것을 말이다.


왜 우리는 모두가 가본 곳, 다른 사람이 입은 스타일의 옷을 찾아 입게 되는 걸까. 어쩌면 어려서부터 경쟁하며 자라야 하는 환경에 의하여 내면에 ‘실패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생긴 것은 아닐까.


밥 한 끼를 먹더라도 맛이 보장된 곳, 디저트를 먹어도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곳, 옷을 저렴하게 사더라도 질이 좋은 옷과 같이 말이다.


어려서는 수능만 바라보고 공부하는 이유도 좋은 대학에 가려고 하는 것인데, 이도 결국에는 실패하지 않는 인생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의 스토리를 들어보면 모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리고 실패를 해보라고 한다. 그래야 배울 수 있다고 말이다.


누가 추천해 주는 것만 사고, 누가 써본 것만 쓰고, 누가 정해주는 삶을 사는 것은 과연 어떤 삶이 될까. 실패는 없겠지만 진짜 “나” 로 사는 삶은 아닐 것 같다.


진짜 “나”를 찾으려면 해보지 않은 일 해보기, 또는 좋아하는 것 찾아보기 등등 다양한 것들을 스스로 부딪혀서 깨닫는 과정이 필요하다.


신은 우리를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재로 만들었다. 같은 그림을 그려도 그림체가 다르고, 같은 주제로 글을 써도 글의 내용이 다르다. 똑같은 문장을 써도 글씨체가 다 다르다.


어린 나이라면 진짜 내가 원하고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는 기쁨이 끊이지 않을 것이고, 이미 시간이 흘렀다면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다른 사람에 의해 삶을 살았는 가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하게 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 또 의외로 어렵지 않다.


안 가본 곳 가보고, 안 입어본 옷 입어보고, 안 먹어봤던 음식도 먹어보면서 진짜 나를 찾아보는 시간을 가져본다면 인생이 조금 더 즐겁고 매일이 새로운 노년을 보내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새로운 나를 찾을 기회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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