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별의 유영

서른여덟, 첫 사업 시작

by 서울경별진

12년간의 길고 긴 회사생활을 마치고, 내가 진짜로 하고 싶었던 일을 시작했다. 회사일은 나와 잘 맞았다. 그래서 더 오래 다녔던 것 같다.

다행히 회사에서 해 온 일과 지금의 내 일이 거의 비슷해서 큰 어려움은 없다. 달라진 건 내가 직접 운영한다는 것과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것.


의류 사업은 내가 20대 초반부터 가져왔던 꿈이었다. 그때는 몇 년만 회사 다니면 사업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직장인 월급으로는 사업할 정도의 자금을 빠르게 모으기 어렵다.


내가 처음 입사했을 때 월급이 130만 원에 3개월 수습이라 90만 원인가 100만 원 받았던 것 같다. 그전에 아르바이트로 140만 원을 벌었었는데 말이다.


아무튼, 쇼핑몰 쪽은 지금도 그다지 상황이 좋아 보이진 않다. 12년 지나도 급여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 것을 보면 말이다.


나는 12년을 다니고 퇴사 전까지 실수령 300을 넘지 못했다. 차라리 이직을 해서 급여를 올릴 걸 생각해 본다. 한 직장에 오래 다니면 끈기와 인내는 인정받지만 주머니 사정은 녹록지 않다.


차라리 3년에 한 번씩 이직해서 급여를 올리라고 말해주고 싶다.


아무튼, 이제는 무일푼 사장이 되었다. 부담감은 언제나 있다. 하지만 마음과 정신이 회사 다닐 때보다 평안하다.


우울증이 있었을 때였다. 우울증 관련 책을 읽고 있었는데, 남이 정해주고, 남이 시키는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작은 것부터 선택하고 살아가는 연습을 해보라고 했다.


점심 메뉴를 직접 골라보고, 내 방을 꾸며보고, 사고 싶었던 것을 한 번 사보라고 쓰여있었다. 의외로 도움이 많이 됐다.


나 자신을 잃어버린 느낌을 지우려면 나를 찾아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며칠 전 가수 샤이니 종현의 유서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나를 잃어버린 느낌이 주는 큰 공허함은 우리의 생명력을 잃게 한다. 이로써 자기 주도적인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


우울증이 왜 왔었냐고 한다면 아무래도 오랜 회사생활로 인한 압박, 시키는 대로만 해야 하는 수동성, 정해진 틀에 맞추지 않으면 날아오는 불꽃같은 화살들. 이로 인한 불안함 등등


뭐 그런 것도 있지 않았나 싶다. 적어도 나는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나는 이제 사장이 됐다. 비록 5평도 안 되는 공유오피스에 PC 한 대가 가지고 있는 전부지만 사장님 소리를 듣는다.


이게 뭐가 어렵다고, 이렇게 돌아왔을까.

아니다. 참 어려웠다. 여기까지 오기가 너무 힘들었다.


실패하고 싶지 않다. 나는 이 일이 정말 좋다. 실패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오래오래 하고 싶기 때문이다.


회사생활하면서 MD일에 대한 글을 썼는데, 직접 운영하는 것과 MD일을 하는 건 큰 차이가 있다. 회사에서 쇼핑몰을 직접 운영해 봤던 직원들은 확실히 일을 더 잘했다.


이제는 그 차이를 내가 알아가고 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알아가고, 배울 수 있어서 다행이다.


‘왜 옷이 좋아요? 왜 이 일을 하려고 해요?’라는 물음에, ‘그냥 저는 이 일을 하려고 태어난 것 같아요.’

라고 답했다.


쇼핑몰 사장님들을 보면 돈을 벌려고 하는 분들도 있고, 나처럼 옷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정말 옷이 좋다.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재능이 있었다면 진작에 마틴킴이나 마리떼, 이미스 같은 브랜드 사장이 되어있을지 모른다.


그래도, 그래도 해보고 싶다.


남편은 내게 해보지 않고 포기한다면 평생 후회할 거라고 했다.


나도 지나고 나서 후회하는 일이 한 가지가 있다. 그때는 어려서 내 뜻대로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했지만 지금까지도 아쉽고, 후회가 된다.


그 일을 내가 했었다면 지금의 나는 달라져 있었을까. 아무래도 지금의 나와는 다를 것이다.


‘해보는 것이 중요해.’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다 보면 그 진정성으로 인하여 사람들이 알아봐 준다는 말을 많이 봤다.


사실, 꾸준히 하는 거라면 정말 자신이 있지만 회사에서도, 브런치 작가로도 아직도 제자리였던 걸 보면 꾸준히 하면 된다는 말이 내게만 작용하지 않는 것만 같다.


꾸준하게 하면 내게도 기회가 올까? 꾸준함이 주는 선물을 나도 받을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내게도 한 번쯤 그런 날이 오기를 소망해 본다.


요즘 어떻게 하면 옷을 잘 팔 수 있을까, 어떻게 예쁘게 코디할까 등등 여러 가지 생각이 많지만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행복하다.’이다.


내 꿈을 이제야 시작하는구나.

이 꿈이 깨어나기 전에 더 열심히. 열심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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