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할 수도 있지만 실패하지 않도록

by 서울경별진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었다. 아빠는 수술 후에 다시 시작하기 위해 또다시 빚을 지고 가게를 얻었다. 그러나 2년 뒤 재발되었고 가게를 접어야 했다. 우리는 갚지 못할 빚으로 또 집을 잃게 될 것이고, 압류를 당하게 된다거나하는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며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나는 이런 상황, 이런 생각들을 해야 하는 것만으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다. 그래서 일을 마치고 늦은 시간에 집에 오면 조용히 내 시간을 가지며 생각을 하고 싶었다. 아니 그냥 아무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아빠는 아프셔서 인지 짜증은 더 늘어만 갔고, 집도 조용하지 못했다. 투병 중인 분들은 감정 기복이 심하다는 글을 본 적이 있어서 우리는 늘 조심해야 했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을 이해하고 감당하기엔 내가 너무 어렸다.


어느 날은 아빠가 화내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 나도 너무 화가 나서 처음으로 아빠에게 울며 소리쳤다. 한번도 아빠한테 화를 내본적 없었다. 나는 잠옷 차림으로 집 앞 도로로 나가 걷다가 가로등 아래에서 한참을 울고 집으로 다시 들어갔다. 아빠는 잠들지 않고 나를 기다렸다. 그리고 내게 아무렇지 않은 듯 말씀하셨다. "살다 보면 이런 일도, 저런 일도 있는 법이야. 잃어버린 것이 있으면 다시 찾으면 된다." 아빠의 삶은 어쩌면 이런 삶의 반복이었을지 모르겠다. 나는 그렇게 처음으로 내 감정을 표현한 후에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지만, 아빠의 말을 듣고 나니 정신이 번쩍 깨어나는 것을 느꼈다.


아빠의 말은 삶을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단순한 위로일 뿐, 일어난 일에 대해서 나태한 생각들로 삶을 유지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아빠의 그런 방향성 아래에 살아왔던 것 같다. 그때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실패할 수도 있지만 실패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 잃어버릴지라도 잃어버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 내게는 그것이 필요했다. 나는 명확한 것을 좋아한다. 어쩌면 이렇게 불안정하고 나약했던 삶들이 오히려 나를 더 강하게 만든 것 같다. 나는 더 이상 가난이라는 감성에 빠져 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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