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건,

곧 너의 삶도 사랑하겠다는 거야

by 서울경별진

화려하고 세련된 책은 아니지만 나름 첫 책이라 좋은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다. 나는 문학동네 출판사의 디자인을 좋아한다. 깔끔한 색감에 마음을 움직이는 한 줄의 제목이 독자의 호기심과 독서욕구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책의 이름은 내용 만큼이나 중요한 것 같다. 작가를 녹여낸 듯한 매력적인 언어들이 독자의 마음을 파고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나를 가장 잘 나타내면서, 내 삶을 보여줄 수 있는 이름을 짓고 싶었다. 원고를 다 작성하고 책 이름을 고민하던 때에 내가 어떤 마음으로 삶을 살고 있었는지 생각하다가 선택하게 되었다.


가족들과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사랑을 하려면 그 사람 자체, 그리고 서로의 삶의 방식을 있는 그대로 온전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우리는 가족이지만 모두 다른 기질과 성향을 가지고 있다. 나와 다른 기질들을 용납해야 하는 것. 가족을 사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나 자신이 침범당하고 무너지는 일이 자주 반복되어 힘들었다. 나는 삶의 혼란했던 그 모든 것들을 받아들이고 버리는 것을 반복하며 살았다.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내 이야기를 꺼내면 도망치라는 말도 들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기대가 있는 하루는 어렵다. 남을 위해 사는 인생은 힘겹다. 그러나 벗어나지 못하는 나 자신이 지겹다.'


다른 이들이 보기에 답답해 보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참고 버티는 일이 일상이 되어버리고, 내가 번 돈은 모두 빚을 갚았기 때문에 또래들처럼 즐겁게 소비하는 법도 잘 알지 못했다. 여행을 가거나, 사고 싶은 것을 사는 것. 먹고 싶은 것을 먹는 것. 그래서 나는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후로 아빠의 소비방식은 나아졌지만 쉽게 변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을 곁에 두어 보지 못해서 정의 내릴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경험해 본 바로는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이런 생각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를 실망시킬 때에도, 나를 행복하게 할 때처럼 그 사람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함께 오래 지내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서로의 이해를 뛰어넘어야 했다. 아빠는 절제하기도 하고, 다시 원래의 방식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책 표지의 색을 연한 회색으로 했던 것은 그때의 내 상태를 그대로 투영했다. 어떤 기교도 부리지 않은 무미건조 하면서 담백한 상태.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어느 상태인지 알 수 없었던 회색의 상태. 그래서 책 제목은 내가 힘들 때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그때는 이런 삶을 살아온 나를 사랑해주고 품어줄 사람이 곁에 있기를 간절히 바랬다. 나의 이런 삶들까지 품어주고 사랑해줄 사람. 내가 아빠를 통해 배운 사랑의 형태처럼 말이다.


내게 남은 삶의 시간들 속에서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하게 된다면 이렇게 사랑하고 싶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건, 곧 너의 삶도 사랑하겠다는 거야.'

매거진의 이전글실패할 수도 있지만 실패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