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는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꿈

by 서울경별진

나는 회사에서 오래 일한 만큼 여러 가지 일들을 하게 되었는데, 해보지 못한 일들도 어떻게든 해야만 했다. 그러면 나는 더 잘하고 싶어서 관련 책을 사서 읽거나, 학교 다닐 때 배웠던 것들을 꺼내 보기도 했다. 이런 시간들을 빗대자면 이 단어로 함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비애감. 텅 빈 회사 사무실에서 혼자 안 되는 것들을 해보겠다고 공부하고 버틴 날들을 기억해보면 정말 간절했구나 싶다. 되돌아보면 그 시간들이 소중하다. 그렇게 나 스스로를 훈련하고 정비했던 것 같다. 무엇이든 잘하고 싶었다.


내가 부족하다는 것을 숨기고 싶었고, 나를 인정해주길 바랬다. 사실 나 자신과의 싸움이 제일 힘들다. 내가 원하는 수준이 안 되면 못 견디는 성격이 되어버렸다. 처음에는 내가 부족한 걸 알기에 완벽보다는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해보자로 시작하지만, 이후에 완벽함까지 끌어올리는 그 과정이 너무나 힘겨웠다.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더 노력해야만 했다.


그런 과정들을 겪어야 하는 것이 부끄럽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의 내가 되기까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없었기에 더 애가 타고 간절하다. 앞으로도 넘어야 할 것들과 겁나는 일들이 예정되어 있지만 스스로 인정할 만큼의 성숙한 내가 될 때까지 계속해보기로 한다.


나는 그런 때를 기억하는 게 좋다. 노력하는 것이 일상이었던. 그런 시간들이 쌓여서 지금의 내가 만들어진 것 아닌가.


가끔 스스로에게 말하곤 한다. “그 어려움들 이겨내느라 정말 고생했어.” 그리고 그 모든 노력들을 알아주는 사람이 나타나면 얼마나 감사하고 좋은지. 나는 내게 좋은 시간들, 행복한 시간들이 와도 언제나 이런 시간들을 기억하고 싶다.


노력하는 것이 일상인 내가 좋기 때문이다. 내게 가진 재능이 무엇이냐고 누군가 묻는 다면 성실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게는 남들보다 뛰어난 무언가는 찾아볼 수 없지만 꾸준히 무언가를 하려는 의지를 가졌다고 생각한다.


잘 쓰지는 못하지만 매일 퇴근 후 어리숙한 밤에 음악을 들으며 따뜻한 물 한잔을 옆에 두고 조그마한 폰 속을 들여다보며 글을 쓰고 있는 것도 그것과 같다.


인간 모두에게는 자신에게 유독 특별한 기질이 있다. 재능은 단순히 악기를 잘 다루는 것, 수학 문제를 잘 푸는 것, 언어를 잘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끈기, 미소, 배려, 성실 같은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지만 모두가 전부 가지지는 못한 것들이기에 이것 또한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많은 직업이 있다는 것은 각자에게 주어진 재능과 능력이 있기 때문이며 그로 인해 서로에게 필요한 부분을 채우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누군가에겐 일상이 누군가에겐 꿈이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 것은, 내가 부서 이동을 한 후에 상품 제작을 위해 거래처에서 원단 스와치를 보내준 적이 있는데 디자이너들은 항상 스와치를 보러 다녀서 쉽게 얻을 수 있는 것들이다.


나는 스와치를 보러 다니는 업무가 아니었기 때문에 오랜만에 보는 스와치가 반가웠다. 직업학교를 다닐 때 자투리 원단만 사보고 스와치 있는 원단은 사보지 못했다. 그저 만져보기만 하고 돌아왔다. 나는 담당자에게 그 스와치를 소장해도 되겠냐고 물었는데 많이 있으니 가져도 된다고 했다.


누군가에게는 매일 찾아오는 일상이, 내게는 일상이 되고 싶은 꿈인 것이다. 별거 아닌 것들에서 나는 무언가를 깨닫고 무언가를 기록한다.


갖지 못하는 것들이 있을 때 더 잡고 싶은 욕망 때문이었을까. 어쩌면 나를 이끌어가는 것들은 막연한 꿈들이 아닌, 이런 순간순간 느끼는 고집 섞인 희망들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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