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드는 새벽 1시

by 서울경별진

몇 년 전 회사가 급성장하는 시기가 있었는데, 나는 그때 온전히 일에만 매달렸다. 일에만 매달린 것은 복잡한 집 생각을 잊고 싶었고, 돈을 벌어야 했기 때문에 적응도 빨리해야 했다. 그래서 일만 했다. 일을 계속하다 보니 일에 빠진 것 같다. 일 중독자라는 말이 왜 생겨났는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이것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일이 좋아서 빠지는 사람과 먹고살기 위해 필사적인 사람. 그런데 나는 둘 다에 속하는 것 같다. 내가 원하는 의류회사 일이었고, 돈도 벌어야 했기 때문에 나는 일에 몰입될 수밖에 없었다. 입사 후 몇 달 뒤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직원들이 감당할 수 없는 정도의 업무량이 되었고, 새 직원들을 뽑았지만 다들 못 버티고 퇴사를 했다. 우리 팀은 나포함 4명이었는데, 어느 날 3명이 동시 퇴사를 해버렸다. 다음날 연락도 없이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 당시에는 그런 일들이 참 많았다. 그래서 혼자 남아 쌓여가는 일들을 해결해야 했다. 다른 부서의 지원을 받으며 일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회사는 집까지 2시간 거리였고, 갈아타는 것만 세 번에 도보 10분까지 빠듯한 출퇴근 길이었다. 나는 주말에도 출근을 하고, 막차가 끊기기 전까지 일을 한 뒤, 집에 와서 기절하듯 자고 새벽 6시 반에 집을 나왔다. 어느 날은 새벽 1시, 2시까지 일을 하고 회사 근처 아는 동생들에게 부탁해서 잠만 자고 출근하기도 했다. 제일 늦게까지 일했던 기억은 새벽 3시 40분이었던 것 같다. 그날도 자고 있는 동생 집에서 2시간 정도 자고 출근을 했다. 그렇게 6개월 정도를 보낸 것 같다. 집에 2-3일은 못 들어갔다. 그래서 옷을 챙겨 다니거나, 회사 옷을 구매해서 입고는 했다. 새 직원들을 정착시키고 업무 안정화를 만드는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매뉴얼도 새로 만들어야 했고 정책도 내가 만들어야 했다. 업무적인 것 외에 새 직원들을 회사에 정착시키는 것은 내성적인 내가 감당하기에 어려웠다. 처음에는 직원들을 떠나보낼 때마다 자책하고 울었다. 나의 업무 교육이 잘못된 건 아닐까. 내가 바쁘다고 너무 신경을 써주지 못했나 등의 스스로가 자주 하는 생각들이 있다. 여전히 그런 생각은 사라지지 않지만, 지금은 여러 해 사람들을 마주 대하는 경험이 쌓여서 편하게 대할 수 있고, 무엇보다 이별하는 법을 배웠다.


그렇게 하루 종일 일을 하다가, 직원들과 소란하다가, 거리에 불빛들을 보며 집에 오면 혼자 조용히 아무 생각 없이 가만히 있고 싶었다. 하얀 형광등조차 내겐 방해가 되었다. 그래서 불을 끄고 조용한 음악을 듣거나 미등만 켜놓고 있는다. 모든 소란스러운 것들이 밤과 함께 꺼지는 것처럼. 밤에 잠을 잘 때는 빛 하나 없는 캄캄한 방에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적막함이 있어야 쉽게 잠이 든다.


우리는 하루 종일 많은 소리들을 들으며 살아가는 것 같다. 소리들은 가끔 내 마음 깊이 들어와 살 때가 있다. 아프게 하면 아픈 대로 잠들고, 기쁘게 하면 기쁜 채로 잠들고. 어느 날은 일하는데 내 기운이 다 소진되어 무언가로 채워야 할 때도 있다. 그러면 나는 늘 무언가를 찾았다. 굳은 마음이 부드러워질, 비워진 마음이 가득 채워질, 차가운 마음이 녹아질, 다시 온전한 내가 될 만큼 따뜻한 것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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