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별의 유영

내 생에 가장 서툰 일이 될 테지만

by 서울경별진

나는 사람이 하는 말들로 인해 인생의 어느 부분을 성공시키기도, 실패시키기도 한다는 것을 알았다. 말이라는 것은 서로를 살게 하기도, 죽이기도 한다는 것도. 무심한 말 한마디에도 서러운 눈물이 흐른다. 그것은 고여 있던 물이었을까 차가운 시선에 얼어버린 후 순식간에 녹아버린 얼음물이었을까.


내가 받은 말의 상처는 말로 인해 다시 치유받았다. 인간이 느끼는 많은 감정들 중에 내가 느껴보지 못한 감정은 무엇일까. 가끔은 이런 감정의 일탈을 꿈꿔본다. 표준화되어있지 않은 나만의 감정들.


어쩌면 살아가는 동안 만난 모든 것은 나를 지나친 우연들에 불과했다. 순간 떨어지는 유성을 보며 잠시라도 행복해하라는 영화 대사를 보며 나는 그 이후에 몰려올 상실감들을 대처할 생각부터 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만큼 해결할 수 없는 감정들을 끌어안고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에 익숙해져 버린 것일지도. 내게 아픔이 있다고 해서 그 아픔들로 내 모든 것을 이해받을 수는 없었다. 상처라는 것, 아픔이라는 것을 스스로 감당하며 타인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 살면서 제일 서툴 일이 될 테지만 함께 살아가기에 해야만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그리고 내게 묻어있는 그 어떤 것들.


엄마의 손에 뭍은 기름자국은 내게 부끄러움이 아니라 오늘을 열심히 살아낸 고귀한 희생이었다. 나의 경험담이나 깨달음들이 어떤 이들의 삶에는 꼭 필요한 메시지로 남겨질 수 있으므로 비록 평범한 삶이라 하더라도 절대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평범함 그 이하의 삶이었다고 해도 우리 안에 남은 모든 것이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우리의 삶은 무언가 완성되기 전에는 이해가 불가능하다. 우리는 서로의 필요에 의해 일을 한다. 누군가는 우리의 재능이 필요하고, 누군가는 돈이 필요한 것처럼.


어떤 순간에는 살기 위해 무언가를 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해질 때가 있다. 사실 세상에는 시도할 만한 것이 무수히 많은지도 모른다.


내가 직업학교를 수료하고 나서 했던 일은 디자인 공모전에 지원하는 것이었다. 공모전은 1년에 한 번 정도 했던 것 같다. 나는 마침 시기가 맞아서 공모전을 준비했다. 지금 생각해도 참 무모했다고 생각한다. 일단 사이트에 들어가서 이전 당선 디자인들을 모두 보았다.


바디는 어떻게 표현했는지, 디자인은 어떤 식으로 표현한 것인지, 색감은 어떤지 등등 말이다. 그리고 그들의 학력을 확인했는데 해외 졸업자도 있고, 국내 재학 중이거나 졸업자도 있고, 내게는 비교할 수 없는 대상들이었다. 나는 상관하지 않았다.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정말 뻔뻔한지도 모른다. 되든 안 되는 나는 일단 해본다.라는 생각이었다. 고등학교 때 가수의 축전이 당선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나는 디자인을 구상하고 그림을 그리고 여러 차례 수정하고, 색칠까지 마친 후에 우체국에 가서 정성스럽게 보냈다. 결과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지만 내가 무언가 시도한다는 것에 만족감을 느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보다 계속 시도하고 실패하는 시간이 내게는 더 유익한 시간이었다. 무언가 시작할 때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에게는 말하지 않는 편이 좋을 수도 있다.


그런 사람은 일이 어떻게 되든 간에 시작하려는 일을 막는 말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내게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을 금방 잊을 테지만, 내게 그런 말들은 내 기억에 남아 아무것도 시도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말들을 듣고도 이겨낼 수 있다면 상관없지만, 내가 감당할 만한 일이라고 판단이 될 때는 스스로를 믿고 시도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든지, 나는 그것을 시도함으로 그것을 배우게 되고, 알게 되는 것이니까. 사실 그 공모전을 준비하기 위해 나는 많은 공부를 해야 했다.


작은 생각, 작은 상처, 작은 사랑, 작은 아픔, 작은 실수, 작은 아이, 모든 것은 ‘작은’에서 시작된다. 그러므로 시작은 작은 것이 아니다. 자라나기 위한 큰 것이다. 어쩌면 큰일을 위한, 어쩌면 시작해서는 안 되었던, 하지만 시작해야만 했던 그 무엇들은 오직 내 의지로만 할 수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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