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으로 가는 당신

by 서울경별진

아빠는 음악을 좋아해서 젊은 시절에 LP판을 모았다고 했다. 방 한편이 모두 LP였다고 한다. 근데 아빠에게 남은 LP는 한 장도 없었다. 아빠랑은 어린 시절 명절날 친척들이 왔을 때 한 두 번 정도 노래방을 간 기억이 있다. 아빠가 불렀던 노래 중에 기억나는 것이 두 개가 있다. '아빠의 청춘' 그리고 '아파트' 그리고 최근에 알게 된 노래는 '추억으로 가는 당신'이다. 아빠가 자주 불렀다는 노래였다고 하니 한 번씩 더 듣게 되고 마음이 왠지 먹먹해졌다. 이렇게 아빠의 흔적을 기억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아빠는 옛 팝송이나 마이클 잭슨 노래도 좋아했다. 아이돌 노래도 좋아해서 핸드폰에 음악을 꼭 넣어달라고 했다. 돈이 없을 때도 우리에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오디오나 마이마이는 꼭 사주셨는데, MP3는 가져본 적이 없다. 테이프는 거의 언니가 샀다. 테이프 살 돈이 없으면 공테이프를 사서 라디오를 듣다가 녹음을 해서 듣고는 했다. 어쩌다 테이프를 한번 사게 되면 늘어질까봐 공테이프에 녹음해서 보관을 해두고 늘어지면 녹음해둔 테이프를 다시 들었다. 아빠가 음악을 좋아해서인지 우리도 자연스럽게 음악을 듣게 된 것 같다.


나는 중학교 시절 3년 동안 방송반을 했다. 작은 학교여서 아나운서와 엔지니어를 같이했다. 방송부원은 나 외에 여학생 1명, 남학생 2명이었다. 그런데 3학년 때는 혼자만 남았던 것 같다. 1학년 때 방송반 면접을 볼 때 무척 떨렸다. 그리고 아나운서라 선생님들이 급하게 방송할 일이 있거나 점심시간에 글을 읽어주어야 하기 때문에 방송반 선배들 앞에서 글을 읽어야 했다. 목소리가 특이하긴 하지만 그때는 어렸던 때라 합격이 됐던 것 같다. 방송반은 수업시간 종 치는 시간을 설정해주고, 방송할 일이 있으면 세팅을 해주거나 선생님들 대신 안내방송을 했다. 점심시간에는 방송실에 가서 간단한 글을 읽어주었는데, 방송반 담당 선생님이 주시는 글을 읽거나 책의 한 페이지를 읽거나, 시를 읽어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오늘은 이런 생각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라거나, '이 글에 어울리는 노래를 함께 들어보아요.' 등의 생각하게 만드는 멘트를 해주고 노래를 틀어주었다. 멘트가 끝나면 라디오 DJ처럼 볼륨을 서서히 올려둔 후에 밥을 먹었다. 조용한 방송실에서 혼자 음악을 들으며 도시락을 먹었다. 그때도 그 시간이 너무 좋았는데, 글을 쓰며 다시 회상해보니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


점심시간이 끝나면 노래를 끄고 수업에 들어갔다. 노래는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들이나 친구들, 또는 선후배들의 신청곡을 받아서 틀어주고는 했다. 매일 집에 가면 내일 들려줄 테이프를 고르고, 녹음도 했다. 한 가수의 전곡을 틀 때도 있고, 듣고 싶은 노래들을 순서대로 녹음을 했다. 만일 신청곡 테이프가 없으면 신청자들이 직접 테이프를 주었다. 학교 행사가 있는 날이면 방송부원들이 모두 모여서 마이크와 음량 조절을 맞추곤 했다. 그래서 그때 나는 잠깐 방송국 PD가 되고 싶었다. 방송하는 일이 재미있었다. 학교에서 소풍이나 수학여행을 가면 나는 좋아하는 가수의 테이프를 잔뜩 들고서 버스를 타자마자 기사님께 테이프를 건넸다. 테이프를 잔뜩 들고 간 이유는 이동시간이 2-3시간 정도 걸렸기 때문에 여러 음악을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나처럼 테이프가 많은 친구는 없었다. 언니는 여러 장르의 음악을 좋아해서 다양한 테이프가 있었다. 그래서 남자 친구들도 내게 좋아하는 가수 테이프의 녹음을 부탁하고는 했다.


아빠가 우리에게 남기고 간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음악을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법을 남겨주고 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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