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건강한 사람

by 서울경별진

나는 당근을 잘 못 먹는다. 음식은 대부분 다 잘 먹는 편이다. 하지만 찾아서 먹지는 않는다. 배고파도 잘 먹지 않는다. 닭고기를 좋아한다. 닭으로 된 요리면 다 맛있다. 닭고기 말고는 커피를 좋아한다. 하루에 두 세잔은 마신다. 우리 가족들은 먹는 걸 좋아한다. 먹는 걸 즐거워한다. 하지만 나는 먹는 걸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어릴 때도 밥 먹기를 싫어해서 밥시간에 놀이터로 뛰어나가면 엄마가 밥그릇을 들고 달려와 내게 밥을 먹여주셨다. 그래서 체구가 작은지도 모른다.


아빠는 어릴 때 내 배가 빵빵해질 때까지 밥을 먹으라고 했다. 5학년 때도 키가 안 크자 음식을 많이 해주셔서 살이 조금 쪘다. 그래도 키는 크지 않았다. 첫 다이어트는 고등학교 여름방학이었다. 다이어트를 할 생각은 없었다. 방학 내내 집에 혼자 있다 보니 밥은 안 먹고 양파즙만 마셨다. 먹을게 양파즙밖에 없기도 했다. 한 달 동안 8킬로가 빠졌다. 살이 빠진지도 몰랐다. 개학하고 학교에 갔더니 친구들이 나를 못 알아봤다. 그 뒤로 관리를 했다. 하지만 직장생활 2년 차에 야근과 각종 인스턴트, 배달음식에 살이 쪘다. 이유 없이 아프고 몸이 많이 부어서 병원에 갔더니 운동을 해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 뒤로 8개월 동안 야근후 헬스장 마감시간까지 운동을 했다. 살을 빼고 나니 유지해야겠다는 강박이 생겨서 2년 넘게 고구마랑 바나나만 먹었다. 내 다이어트 도시락도 엄마가 매일 싸주셨다. 어느 날 일을 하다가 배가 아파 병원에 갔더니 염증이 심하다고 바로 입원해야 한대서 입원 후 항생제 치료만 4일 동안 받았다. 금식에 물도 못 먹고 항생제만 맞았다. 그동안 먹지 않은 음식들을 생각하니 조금 슬펐다. 병실은 8명이 같이 썼는데 맞은편 환자가 매일 배달음식을 시켜먹었다. 평소에는 먹고 싶지 않았는데, 못 먹는다 생각하니 먹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다. 퇴원하면 피자가 제일 먹고 싶었다.


가족들이 다 일을 하니 입원 내내 혼자 있었다. 밤이 되면 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당시 할머니와 아빠가 암투병 중이었기 때문에 나도 혹시 유전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나는 아직 할 일이 많은데 아프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이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죽음을 생각하니 살고 싶어 졌다. 입원했던 4일 동안 많은 생각을 했다. 그때의 생각을 글로 적어두지 못한 게 조금 후회된다. 동네에서는 큰 병원이었지만 건물이 오래되어 새벽이 되면 쥐가 걸어가는 소리가 났다. 쥐였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쥐가 돌아다니는 집에 살아봐서 그들의 소리를 안다. 나는 소리에 예민해서 잠을 잘 깬다. 천둥소리 같은 큰 소리는 좋아하지 않는다. 큰 말소리나 싸우는 소리가 나면 심장이 뛴다. 겉으로는 아닌 척 하지만 속은 겁쟁이다.


아프지 않아야 한다. 몸이나, 마음이나, 정신이 건강하고 균형이 있어야 한다. 어렵겠지만 그게 나를 돌보는 일인 것 같다. 몸의 균형, 마음의 균형, 정신의 균형. 좋은 집, 좋은 옷, 좋은 음식으로 나를 가리고 숨기는 것이 아닌, 살아감에 대해 세상에 대해 매일 영향받는 나라는 존재. 몸, 마음, 정신, 이것들을 바르게 잘 돌보는 것이 진짜 나를 아끼는 일인 것 같다. 건강의 균형을 위해 먹고 싶지 않은 것을 먹고, 잘못된 습관을 고치고, 잘못된 생각을 버리고, 꾸준히 건강해지는 것. 그러기 위해 노력하는 것.


어디든 아픈 건 슬픈 일이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웃어야 한다. 행복은 누군가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지려는 마음을 가지면 언제든, 어디서든 행복을 가질 수 있다. 아침을 알리는 햇살 한줄기에도, 진한 커피 향에도 행복을 느낄 줄 아는 그런 건강한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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