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부를 이룬 이들의 기사엔 꼭 달리는 댓글이 있다.
"회사원 월급으로는 못 하지"
맞는 말이다. 아무리 날고 기는 대기업 회사원, 성과급을 연봉만큼 버는 잘나가는 직장인이라도, C레벨이 아닌 이상 회사원이 받을 수 있는 월급의 상한선이란 어느정도 정해져 있다.
큰 부를 축적한 이들은 대부분 본인의 사업을 일궈서 성공해 낸 사람이다. 꼭 부를 축적하는 것이 성공의 척도는 아니지만, 명예도 어느 정도 그렇다.
연 매출 1억 원도 안 되는 1인 기업 CEO와 억대 연봉의 대기업 부장 중, 누구를 경제지 피플면 톱에 인터뷰 할 것인지 기자에게 묻는다면 대부분 전자를 택할 것이라 본다. (물론 세상에 없던 혁신 서비스를 개발해낸 회사원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회사원으로서 보내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다. 하루 8시간, 주 5일, 연 1920시간. 1년 8760시간 중 20%를 회사에서 보낸다. 10년이면 2만 시간.
그 2만 시간을 나는 회사의 과제를 해결하며 내 커리어를 쌓으며 보냈고, 어떤 이는 같은 시간 동안 자신의 비즈니스를 가꾸며 살았다. 그게 이미 꽃이 되었을 수도, 아직 떡잎일 수도, 아니면 실패한 거름이 되었을 수도 있다.
회사의 연봉은 매년 정해진 선 안에서 오른다. 그래서 10년 간의 연봉 상승 폭은 대충 예상 가능하다. 반면, 자신의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은 10년 뒤 꽃을 피울지, 거름이 될지 적정 수준의 예측이란 게 불가하다. 실패할 확률도, 성공할 확률도 높으니 뭐 하나 보장되진 않지만 확실한 건 10년 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었다는게 중요한 것 아닐까.
이런 이유들에서 가끔은 10년 넘게 월급만 받아온 내가, 그저 멈춰 있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한다.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삶. 큰 무리가 없는 이상 몇 년 뒤 내가 받을 어느 정도의 적정 연봉, 내 위치, 내 퍼포먼스들이 예측되고 보이는 삶. 이 예측 가능함에서 오는, 반대의 생각들. 같은 시간을 다르게 살아보고도 싶은데 선뜻 나서지 못하는 주저함.
내가 생각하는 '멈춰있다'의 의미는 회사나 내 커리어에 권태를 느낀다는 개념과는 사뭇 다르다. 나는 매일 열심히 일하고 커리어에 애정을 갖고 산다. 그치만 내 다른 삶에 대한 동경이 있음에도 행동을 주저하고 매달 들어오는 월급에 안주하는 내 모습. 그게 바로 내가 느끼는 멈춤이다.
누군가는 회사 자체가 온전히 삶일 수도 있겠다. 나는 내 일도, 커리어도, 회사도, 월급받으며 얻는 성취감, 존재감 다 만족한다. 하지만 “월급만 받으며 살아간다면, 20년, 30년 커리어 끝에 남는 건 결국 높아진 연봉 뿐이라면?”이라는 질문이 든다. 월급은 오르는데, 나는 멈춰 있다면? 현재에만 머무르기엔, 내 가능성이 아쉬우면 어떡하지?
지금의 나도 좋지만 다른 나도 궁금한 마음, 동경하지만 망설이는 마음. 멈춤의 다른 이름은 '안정'인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