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규머신 타러 도쿄에 갔다

도쿄에서 보낸 크리스마스이브

by 보회미안

크리스마스를 일주일 앞둔 때였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문득 어디라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급 비행기 표를 알아봤다. 가깝고 제일 만만한 곳이 도쿄였다. 그렇게 갑자기 정한 여행지에서 크리스마스이브를 포함한 2박 3일을 보내게 됐다. 도쿄는 처음이었다.

도쿄는 캡슐호텔이나 에어비엔비, 게스트하우스 같은 것들이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을 위해 아주 잘 돼있다. 공간이 소박하면서도 세련되고 숙소 아래층엔 조용히 책 읽고 차 마시는 공간들, 밤에는 와인을 마실 수 있는 바 같은 것들도 잘 꾸며져 있다. 혼자 게스트하우스나 가서 푹 쉬다 올 생각으로 비행기표만 끊고 아무 계획 없이 있었는데, H가 합류하겠다 했다. H는 나만큼이나 즉흥적이다.



하나에서 둘이 된 여행인 만큼, 가서 뭘 하고 놀지 고민을 하다가 ‘후지큐 하이랜드’를 추천받았다. 성인들을 위한 놀이동산인데 곡소리가 즐비하다 알려져 있다. 제일 유명한 놀이기구 이름이 무려 ‘절규머신’이다. 새로운 걸 무작정 시도하기를 좋아하는 나와 H에게 딱 맞는 장소였다.

이브를 낀 연말에 도쿄 여행으로 후지큐 하이랜드에 온 관광객은 거의 없었다. 그럴 만도 하다. 에버랜드 눈치게임에 번번이 실패하던 내가 도쿄에서 완벽한 성공을 했다. 텅 빈 하이랜드에서 절규머신을 맛봤다. 거의 90도에 가까운 수직으로 올라가 수직보다 더 가파른 경사로 활강하는데, 올라가는 도중에 정면 멀리 후지산이 보인다. 내 인생 첫 후지산을 절규머신 위에서 부들부들 떨며 보다니. 절묘한 순간이었다. 가만히 도쿄타워에서 크리스마스 야경이나 볼 수 있는 걸, 난 왜 굳이 여기까지 와서 이 허공에서 절규머신을 타며 떨고 있는가.



크리스마스이브를 앞두고, 도쿄 허공에서, 무려 후지산을 마주하며 절규머신에서 떨어졌다. 극한 아드레날린을 느끼고 나니 다른 것들에 눈이 돌아갔다. 익숙한 롯데월드에 온 듯 여기저기 휘젓고 다니며 무시무시한 철제 기구들을 신나게 탔다.



숙소도 하루는 아예 예약을 안 하고 찜질방에서 잤다. 도쿄 찜질방은 우리나라 찜질방 수준이 아니다. 일본 특유의 깔끔하고 정갈한 감성이 찜질방에도 묻어나는데, 개개인이 잠잘 수 있는 공간도 널찍하고 쾌적하다. 세면도구 같은 것들도 호텔 어메니티 급이다.

비 오는 지유가오카 거리도 색다른 풍경이었다. 사람 없는 새벽 가로수길 같은 느낌인데, 길가에 띄엄띄엄 있는 작은 가게들이 하나하나 무척 세련됐다. 사고 싶은 소품들이 가득했지만 사서 안 쓸 걸 알기에 참았다.



도쿄에서 짧고 굵은 날들을 보내고 한국에 돌아오니 딱 25일 크리스마스가 됐다. 도쿄 허공에서 절규머신을 타고 돌아와서는 크리스마스는 교회에서 평온히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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