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사는 이의 미친 제주도 여행

Seize the Day

by 보회미안

언제부터 내가 충동적인 사람이 됐는지는 모르겠다. 어렸을 때부터 결정이나 결단이 빠른 편이었는데, 나이가 들고 내가 내 돈을 벌고 경제력을 갖게 되면서부터 그 결정이 더 쉽고 빨라졌다. 이 충동이 가끔 무모함으로 이어질 때가 있지만, 나는 내 충동력(?)이 꽤 맘에 든다. 뭐 하나 생각이 나거나, 마음을 먹으면, 바로 그 자리에서 추진해 버리는 편인데, 그래서 뭔가에 마음을 굳혀야 할 때도 결정이 빠른 편이다. 그 순간의 기분이나 생각에 충실해서다. 주변에 내 충동을 동조하는 친구가 하나라도 있으면 그 시너지는 배가 된다.

몇 달 전이었다. 금요일 오후 4시였나, 친구한테 카톡이 왔다. “내일 뭐하냐, 제주도 갈래?”


“뭐야 미친놈”하고 농담으로 넘길 수 있는 말인데, 나는 그걸 또 덥석 물었다. 마침 주말 약속이 없었고, 지루한 금요일 오후였고, 생각에도 없던 제주도가 갑자기 미친듯이 가고 싶어 졌다.

그 자리에서 바로, 제일 빠르고 싼 비행기표를 알아봤다. 토요일 새벽 6시 비행기가 있었다. 일단 비행기표를 끊고, 급히 아무 호텔이나 알아본 뒤 퇴근을 했다. 친구는 농담 반 진담 반 던진 말이었는데 내가 이렇게나 바로 덥석 물어서 적잖이 당황한 듯 했다. 내가 알바냐, 난 제주도에 가고 싶고, 이미 꽂혔다. 주말 내내 제주도 날씨가 ‘비’ 여도 상관 없었다.


집에 가자마자 캐리어에 짐을 대충 넣고, 우선 잠을 청했다. 몇 시간 선잠을 잔 뒤 새벽 3시쯤 일어나 공항으로 가는 택시를 탔다. 새까만 새벽 도로를 공항으로 달리며 헛웃음이 계속 났다. 나 스스로가 어이없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주말을 제주도에서 보낸다니. 이렇게 갑자기.



‘Seize the Day’라는 문구를 좋아한다. 표현 그대로, 오늘을 잡아라, 오늘을 즐겨라.라는 의미다. ‘불확실한 미래는 생각지 말고 오늘만 살아라’는 의미의 YOLO와는 조금 맥락이 다르다. 어떻게 내일을 생각하지 않으며 살 수가 있나. 내일은 생각해야 한다. 미래도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너무 내일에만 얽매이다 보면 오늘의 걱정이 많아질 수 있으니, 그저 오늘에 충실해 열심히 살자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을 ‘잡아라’, ‘놓치지 말아라’는 의미의 Seize the Day가 몇 배는 와 닿는다.


그렇게 갑자기 떠난 제주도에서, 한동안 없이 살던 여유를 만끽하고 왔다. 주말에 집에 있었더라면, 아무것도 안 해도 괜히 분주하게 보냈을 텐데. 탁 트인 카페에서 오랫동안 덮어놓고 살던 책도 읽고, 처음 가본 1100도로에서 안개 반 바람 반 흐리고 오묘한 풍경도 담고, 길 가다 아무 데나 내려 억새도 보고, 비도 맞고 바람도 맞고, 좋은 음악도 아주 많이 들었다.



금요일 퇴근 후부터 반 뜬눈으로 공항에서 새벽을 보내고 토-일 꽉 채운 주말을 제주도에서 보낸 후 월요일에 출근을 하며 생각했다. 그리고 아직까지 생각한다. 앞으로도 매일을 ‘놓지치 않으며’ 살아야지. 무모함에 후회를 하는 날도 있겠지만 후회하는 날보다는 두고두고 담고 사는 날이 더 많을거다. 혹 후회를 해도 내 선택에 내가 후회하면 된 거다. 그 순간의 감정과 생각을 붙잡으며 살고 싶다. 금요일 퇴근 전 갑자기 마음 먹고 떠나는 주말여행은, 나 같은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이전 07화앓다 죽을 보라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