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공학? 품질공학 전공자는 어디로 진출? 무엇을 잘 해야 품질공학자?
품질공학의 등장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산업공학의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산업공학의 “산업”은 참 애매하고 그 범위가 넓습니다. 산업은 농경산업, 수렵 산업, 제조산업, 군수산업, 물류산업, 서비스산업(의료, 금융, 백화점,..) 등 다양하게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잠시 산업공학이 처음 생겼을 당시로 돌아가 보기로 합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에서 1908년 산업공학과가 세계 최초로 설립되었을 당시 선진국의 경우 대부분 제조업이 산업의 주를 이루었습니다. 제품을 대량으로 그리고 효율적으로 제조하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가 필요했으며 이런 복잡한 단계들이 얽혀있는 제조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람, 부품, 기계, 비용, 에너지 등 여러 요소들의 유기적인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당시 제조업체에서는 제품을 얼마나 많이 생산할 것 인지, 즉 대량생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대량생산 중심의 제조업은 곧 심각한 문제에 부딪히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불량품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외면이었습니다. 품질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한 겁니다. 짧은 시간 무조건 많은 양의 제품만을 생산하려고 보니 발생하는 당연한 부작용이었던 겁니다. 차츰 제조업에서는 대량생산과 더불어 품질문제를 고심하게 되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태동된 학문이 품질공학입니다.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지만 품질분야에서도 기억해야 할 인물들이 있습니다. 품질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에드워드 데밍 (Edward Deming:1900-1993)이 그중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미국 태생인 데밍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폐허가 된 일본을 복구하는 데 도움을 준 활약으로 유명합니다. 2차 세계대전 패전국인 일본에 인구조사 고문으로 파견된 데밍은 일본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품질관리의 중요성과 방법에 대해 설파 하였 고이 후 일본이 전후 제조업의 선두 자리를 차지하는데 일등공신이 됩니다. 또한 “품질은 곧 고객이다”라는 주장을 통해 직원들 스스로 책임감을 강조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루마니아 출신인 죠셉 주란 (Joseph Juran:1904-2008)도 품질분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입니다. 품질경영 방법을 개념화한 “품질 트릴러지 (Quality Trilogy)”가 유명한데여기서 주장하고 있는 세 가지 요소는 (1) 품질계획, (2) 품질통제, (3) 품질개선입니다. 주란은 이 세 가지 요소가 계속 순환되어야 함을 강조하였습니다. 즉, 개선사항이 나오면 이를 계획에 반영하고 반영된 계획에 따라 통제함으로써 지속적으로 품질에 대한 개선 효과를 창출하는 것이 이 순환의 궁극적인 목적입니다. 다음은 전사적 품질관리 (Total Quality Control)를정의한 파이겐바움 (Armnand V. Feigenbaum: 1922-2014)입니다. 전사적 품질관리는 품질관리 부서뿐 아니라 마케팅, 기술, 서비스 등 기업의 모든 부서가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품질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개념입니다. 품질관리 분임조를 최초로 창안하고 보급시킨 일본 품질관리 대부인 이시카와 가오루 (1915-1989)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품질관리 분임조는 2차, 3차 협력업체까지 보급되면서 일본의 대표적인 품질관리 활동으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그는 현상/사실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검증하기 위해 올바른 데이터 수집 및 통계분석이 실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들 외에도 6 시그마 개념을 만들고 활성화시킨 모토롤러의 밥 겔빈(Robert “Bob” Galvin)과 제너널 일렉트릭의 잭 웰치 (Jack Welch) 도 품질 분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입니다. 6 시그마는 구체적인 방법론이라기보다는 프로세스 개선, 과학적인 사고, 고객중심 생산, 조직적인 인력 향상 등의 연계를 중요시하는 품질개선의 혁신활동으로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보급되었습니다.
품질기법은 통계 이론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통계지식이 필요합니다. 가장 기초적인 기법은 품질관리대상의 상태를 그래프로 보여 주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히스토그램, 파레토 차트, 첵 시트, 원인-결과 다이어그램 등이 있습니다. 그래프 기법은 품질 현황을 그림을 보여주기 때문에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다수의 인자가 섞여 있는 복잡한 품질 데이터를 다룰 경우 복잡한 연관성을 설명하기 어렵고 무엇보다도 해석이 주관적일 수 있다는 한계점이 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기법으로는 관리도 (control chart)가 대표적인데 측정 센서로부터 얻어진 제품의 특성치를 흐름에 따라 차트로 보여주는 기법입니다. 1920년대 슈하르트 (Shewart)로부터 개발된 관리도는 100년 가까이 된 전통적인 기법으로서 객관적인 통계 이론에 기반하고 있고 차트로 결과를 보여 주기 때문에 사용 및 해석이 편리한 장점이 있어 기업에서 널리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오늘날 관리도는 초창기 관리도에 비해 기능면에서 고도화되었고 활용범위 또한 훨씬 다양해졌습니다. 관리도의 궁극적인 목적은 제품의 품질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여 불량이 발생하였을 경우 이를 조기에 발견하는 데 있습니다. 최근 관리도는 머신러닝 알고리즘과 결합하여 복잡하고 방대한 공정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관리도와 마찬가지로 전통적인 품질기법으로서 오늘날에도 널리 쓰이는 샘플링 검사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현장에서는 생산되는 모든 제품의 품질을 검사할 수 없으므로 그중 일부를 뽑아 (샘플링) 검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 경우 최대한 적은 수를 가지고 최대한 전수검사의 효과를 내는 것이 좋은데 이경우 다양한 샘플링 검사기법은 매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관리도와 샘플링 검사기법 외에도 공정의 산포 관리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공정능력지수가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공정능력지수는 정해진 산포 허용범위에 비해 산포 관리를 얼마나 잘 하고 있는지 평가하는 척도입니다.
앞서 설명한 관리도는 제조과정상에 이루어지는 온라인 품질관리 기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제조이전 설계 및 개발단계의 품질관리기법으로는 실험계획법이 있습니다. 실험계획법은 실험을 하기 위한 계획 방법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대한 실험순서, 실험조건, 데이터 획득 방법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실험계획법에서 널리 쓰이는 방법으로는 분산분석, 회귀분석, 상관분석 등이 있습니다. 실험계획법의 구체적인 순서를 다음의 예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철강제품의 품질을 향상하기 위해 강도를 더 높이고 싶은 실험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먼저 강도와 관련 있는 인자를 찾아야 합니다. 인자의 수는 너무 많을 경우 결과의 정확도를 오히려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가장 관련 있는 최소의 인자를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음으로는 인자의 수준을 정해야 하는 데 여기서 말하는 수준은 인자의 실험조건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온도 인자의 수준으로 100도와 200도 두 가지로 정할 수 있습니다. 인자와 인자의 수준이 결정되면 실험 순서를 정하기 위한 랜덤화와 인자 수준의 조합 결정을 위한 블록화를 결정하고 이에 따라 실험을 진행하면 됩니다.
품질공학 전공자는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기업부터 고객을 상대하는 서비스 기업까지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전자, 자동차, 화학, 철강, 재료 등의 제조업체와 은행, 카드, 백화점, 음식점 등의 서비스업체가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로 대표되는 정밀 전자 산업에서는 작은 불량도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품질을 매우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제조업체에서의 품질 전공자들의 업무는 다양합니다. 먼저 각 공정마다 생산되는 제품의 일부를 뽑아 신뢰성을 검사하게 되는데 여기서 몇 개를 뽑고 어떤 환경조건 (온도, 압력 등)에서 테스트해야 전체 모수를 대표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는 일을 품질공학 전공자들이 담당하게 됩니다. 또한 공정 중에는 불량품을 판별해야 하는데 예전에는 사람이 눈으로 그 역할을 했다면 최근에는 이를 인공지능화하여 자동으로 판별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인공지능 기법을 개발하는 것도 품질공학 전공자들의 역할입니다. 이상 발생 시 그 원인을 찾고 적절한 조치를 내리는 것도 품질 전공자들의 주요 역할입니다. 무엇보다도 품질 공학 전공자들은 장비, 재료 등 하드웨어 지식을 갖고 있는 순수 엔지니어들과 경영진 사이에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해 주는 다리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됩니다. 서비스 업체에서의 품질은 제품의 물리적 특성에 의해 객관적으로 평가되는 제조업 품질과는 달리 고객의 만족도에 의해 결정됩니다. 따라서 서비스업체에서의 품질공학 전공자들은 고객의 기대 수준과 실제 서비스 수준의 차이를 줄이기 위한 방법을 고안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또한 서비스 품질은 제조품질과는 달리 평가지표가 다양하게 존재하고 주관적일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평가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품질공학 전공자들의 임무입니다. 실제로 디즈니랜드, 포시즌스 호텔, 노스트롬 백화점 등에는 서비스 품질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매해 다수의 품질공학 전공자들을 채용하고 있습니다.
품질관리 기법은 대부분 통계 및 확률이론에 근거하고 있어 이 분야에 관심이 있어야 합니다. 통계/확률은 넓게 보면 수학의 한 분야이긴 하지만 계산과정 위주인 고등학교 수학 내용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계산능력보다는 오히려 논리적인 사고력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고등학교 수학에 흥미가 없더라도 논리적인 사고가 있다면 얼마든지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습니다. 스토리텔링 문제 아시죠? 단순한 공식 암기와 문제풀이 위주의 교육을 개선하고 실생활과의 연계를 통해서 수학의 응용력을 향상하는 것이 목표인데요, 그렇습니다. 품질의 기본이 되는 통계/확률은 수학분야에서 가장 실생활에 가까운 분야입니다. 따라서 품질 공학을 잘 하기 위해서는 스토리텔링 문제와 같이 실생활의 복잡한 문제를 논리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물론 이러한 능력은 많은 독서와 다양한 분야의 학습을 통해 얻어질 수 있습니다. 논리력 이외에도 데이터마이닝/머신러닝 방법론과 컴퓨터 프로그래밍 능력은 품질공학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물론 컴퓨터 프로그래밍 자체가 논리력을 키우는데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최근 생성되는 품질 데이터는 용량이 방대하고 형태도 다양하여 전통적인 품질기법만으로는 분석이 어렵습니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기존 기법과 데이터마이닝 기법 간의 융합을 통해 보다 효과적인 기법들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기법들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실력이 필수적입니다. 요약하면 품질 공학을 전공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통계/확률 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또한 논리적인 사고가 필요한데 이는 다양한 독서, 다방면의 경험, 그리고 컴퓨터 프로그래밍 경험으로 키울 수 있습니다. 방대하고 복잡한 최신 공정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마이닝/머신러닝 기법의 학습도 필수적이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