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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범 Jan 21. 2017

열정 (熱情)

하나를 가르치는데 세 개를 깨우치려 하지 않으면 더는 가르치지 않는다


열정(熱情)은 한자의 의미에서 보듯이 뜨거운 정신이다. 보통 “불”, “용광로”와 같은 단어와 함께 쓰이는 데 이 모든 것이 뜨거운 열을 더욱 강조하기 위한 수식어가 아닌가 싶다. 뜨거운 것의 가장 대표적인 예는 불이다. 활활 타오르는 불과 꺼진 불은 차이가 크다. 활활 타오르는 불에서는 뭔가 생동감이 느껴지지만 꺼진 불은 힘이 없고 중단된 느낌이다. 모든 일이 타오르는 불과 같이 활력이 넘치면 좋겠지만 그럴 순 없다. 언젠가는 불길이 약해지고 이내 꺼지기 마련이다. 불을 계속 타오르게 하기 위해서는 나무나 기름 같은 가연재료를 지속적으로 공급해 주어야 한다.


뭐든 처음 시작할 땐 열정이 넘친다. 불이 막 붙어 활활 타오르듯이 그칠 줄 모르는 에너지를 방출하며 그 일에 매진한다. 하지만 불에 운명이 그렇듯 우리의 열정도 차츰 식어 일이 지루해지고 급기하에는 어영부영 끝내거나 중간에 포기하는 일이 다반사다. 열정을 유지하는 방법은 불에 기름을 주기적으로 부어 계속 타오르게 하듯 새로운 자극을 지속해서 주는 것이다.


학생들의 경우 새로운 학기가 시작하면 마치 경주마가 일로매진(一路邁進)하듯 무섭게 달려든다. 지난 학기 게을렀던 자신을 반성하며 강의실에 누구보다도 먼저 도착해 교재를 보면서 교수님을 기다린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과제와 연구에 몰두한다. 교수님이 수업 중에 스치듯 언급했던 논문도 인터넷을 뒤져 찾아 읽는다. 중간고사가 아직 멀었지만 도서관에 아침 일찍 나와 예습과 복습을 한다. 열정의 힘이다. 그런데 이런 생활이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면 처음 시작했을 때의 열정은 많이 식어 있다. 열정을 다시 타오르게 하기 위해서는 윤활유가 필요한데 “자극이 되는 경험”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가장 좋은 예가 교내 외 경진대회 및 학술대회 참가다.  창업경진대회, 데이터분석경진대회, 공학설계경진대회, 크라우드펀딩경진대회, 역사문화콘텐츠경진대회, 각종 학술대회 등 수도 없이 많다. 참가한 다른 팀의 연구발표를 듣고 있노라면 초라한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이후 자신이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를 두 주먹 불끈 쥐고 머릿속에 그린다. 세계적인 유명한 인사가 참여하는 국제 대회라면 이건 질 좋은 휘발유다. 영어공부 계획부터 시작해 이 분야에 대가가 되겠다는 다짐까지 완전히 정신무장을 새로 한다. 이런 큰 이벤트 말고도 조금씩 기름을 부을 수는 있다.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옛 친구를 만나 자극을 받을 수도 있고 친분이 있는 교수님과의 면담을 통해 돌파구를 찾을 수도 있다. 독서를 통해, 여행을 통해, 강연을 통해, 공연관람을 통해 열정의 불씨를 살릴 수도 있다.  


논어 술이(述而)편에 의하면 "열정이 끓어오르지 않으면 가르치지 않고, 표현하려고 더듬거리지 않으면 말을 거들어주지 않는다. 하나를 가르치는데 세 개를 깨우치려 하지 않으면 더는 가르치지 않는다"고 했다. 

학업에 대한 열정이 없는 사람들은 학교에 있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결과가 뻔하기 때문이다. 좀 하다가 안 되면 적당히 타협하고 무사 졸업 만을 기원한다. 가르치는 선생이나 가르침을 받는 학생이나 시간 낭비일 뿐이다. 물론 열정을 단순히 결과로 평가할 수는 없다. 과정으로도 충분히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인에게 학업에 대한 열정이 있는지 그 열정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계속 태울 수 있는 의지가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럴 자신이 없는 사람들은 하루빨리 열정을 태울 수 있는 일을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여기서 한가지 오해를 하지 말아야 할 점은 열정 있는 삶이 꼭 본인이 하고 싶은 일만을 하면서 살라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해야 하는 일을 열심히 할 때 열정의 진심이 느껴진다. 해야 하는 일들은 이상하게 하기가 싫다. 학창시절 공부가 그랬고 사회에 진출해서는 다니는 직장 업무가 그렇다. 지금 자기가 해야 하는 일은 과거의 수많은 연역적인 관계의 연결로부터 운명적으로 탄생한 것이다. 어찌 보면 우리가 막연히 찾고 있는 “하고 싶은 일”은 지금 꾸역꾸역 하고 있는 “해야 하는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이 순간 해야 하는 일을 열심히 해야,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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