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첫 만남

by 서우림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출근을 한 아침.

아내로 부터 문자 메세지가 왔다.

"그냥 배가 고파서 아침부터 삼겹살 구워 먹었어."

뭔가 느낌이 묘했다. 고기를 좋아하는 아내이지만 아침부터 삼겹살이라니.

그리고 그 묘한 기분은 혼자만의 상상으로 나를 앞질러 나가기 시작했다.

'혹시?'




사람마다 사연이 다 있겠지만 나는 45세의 나이에 결혼을 했다.

그것도 10살이나 연하인 아내를 신부로 맞이 했다. 코로나 시국이라는 핑계하에 많은 하객을 모시지 못하고 조용하게 결혼식을 했었다. 10살이나 연하라고 해도 아내의 나이는 35세였고, 지금은 46세, 36세의 신혼부부이다. 그래서인지 장모님은 하루라도 빨리 아이를 가지기를 원하셨다. 은근슬쩍 압박을 주시며 손주를 보시기를 원했다. 하지만 그게 사람의 뜻대로 잘 되는 일인가?

어느날 저녁을 먹으며 아내와 대화를 나눴다.

"우리 너무 신경쓰지 말고 자연스럽게 순리대로 살아보자."

아내도 나의 말에 동의 했고,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우리는 종종 집에서 소주와 맥주를 기울이며 깔깔거리며 나름 신혼의 재미를 즐기고 있었고, 부모님들의 약간의 압박은 가볍게 넘길 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올해 봄부터 회사일은 사업 확장과 더불어 너무도 바빠졌고, 눈뜨면 출근과 밤늦은 퇴근을 반복했으며 지방 출장까지 생기게 되어 그야말로 정신없는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삼겹살" 조식이라니.

'혹시?'

모른 척 하고 며칠을 보내다가 조심스레 맥주를 건네며 물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이 맥주를 당분간 못 마시게 되는거 아닐까?"

그제서야 아내는 속내를 이야기 해주기 시작했다.

"사실 생리 예정일이 1주일 정도 지났어. 그래도 설레발이 될까봐 조심하는데 맞을라나?"

"그래? 임신테스트기 사올까 하다가 그냥 들어 왔는데. 지금 사올까?"

"아니, 이미 테스트 했고 두줄이야. 내일 오전에 한번 더 테스트 해보고 병원에 다녀올께."

"그랬구나."

나도 모르게 철부지 마냥 웃음이 새어 나왔다.

"임신이 맞고 녀석이 태어나서 중학생이 되면 난 도대체 몇살이야?"

웃으며 말하는 나에게 아내가 함께 웃으며 말한다.

"오빠! 그렇게 설레발 치지 말라고!"

다음 날 출근을 위해 씻고 나오니 임신테스트기를 슬쩍 보여준다.

선명하게 보이는 두 줄.

설레발 치지 말라는 말을 곱씹으며

"병원 가봐야겠네? 아니다 이번 주 토요일에 나랑 같이 가보자."

며칠 남지 않은 토요일이 참으로 길었던 때였던 것 같다.

그리고 주말이 되어 병원에 갔지만,

"아직은 아빠는 들어 오시면 안돼요."

라는 말과 함께 쇼파에서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진료가 끝나고 나오는 아내의 얼굴이 밝아 보이지는 않았다.

마음을 가다듬고 물었다.

"뭐라셔?"

초음파 사진을 보여주며 아내가 조심스레 대꾸해준다.

"아기집은 보이는데 아기가 아직 안보인대. 그리고 이게 난황이라는 거래."

작은 사진 속 작은 점을 가리키는 동안 간호사 선생님의 호출로 임신확인서와 함께 다음 진료일을 예약했다.

그리고 돌아 오는 길. 둘 다 말이 별로 없었다.

'아기집만 보인다고? 난황은 뭐지?'

혼자만의 생각을 하고 집에 돌아와 이것 저것 검색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둘다 폰만 들여다 보고 있던 것은 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나보다.

그리고 내가 흥분해서 말했다.

"원래 아기집이 먼저 보이는거래! 난황은 아기에게 줄 영양소 공급을 위해 생긴거고."

그러자 아내는 피식 웃으며 나에게 말한다.

"알아. 이미 찾아봤어. 그런데 그냥 오늘 병원 갔는데 아기가 아직 안보인다고 하니까 괜히 불안하잖아.'

괜시리 나도 순간 불안해졌고, 1주일 후 다시 오라고 한 진료때까지는 조용하게 티내지 말고 있어보자고 했다. 그때는 아기도 보이고 심장소리도 들을 수 있다고 하니까 1주일만 참아 보기로 하며.




또 다시 기다림의 1주일.

회사일로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맞대! 아기도 보이고 심장소리도 들었어!"

그냥 웃음이 나왔다. 참으로 그 녀석 사람 기다리게 하는 재주가 있나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녀석의 태명을 "새싹" 이라고 지었다.

그제야 주변 부모님들께도 알렸고, 축하도 받았다.

"다음 진료는 언재래? 내가 휴가 낼테니까 같이 가자. 나도 우리 새싹이 봐야지."

초음파 동영상을 보고 있자니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예정일은 내년 2월이라고 한다.

그런데, 예정대로 태어나서 이쁘고 건강하게 성장해서 중학교에 입학한다고 하면 나는 몇살인거지?

뒤늦은 현실 자각에 비로소 내 건강도 걱정이 됐다.

태어나기 전에 지금 사는 집의 계약기간도 만기가 되는데 연장을 해야 하나, 다른 집으로 이사를 해야 하나.

오만가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혹시?' 는 현실이 되었고 난 47세에 갓난아기의 아빠가 될 예정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새싹이를 맞이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