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TV를 보거나 주변을 살펴보면 임신을 한 임산부는 입덧도 하고 식성도 바뀌곤 하는 것을 보고 들을 수 있다. 한겨울에 산딸기가 먹고 싶다고 해서 산을 헤메이는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도 종종 듣곤 한다. 정말 그럴까?
어느날 아내가 만두와 쫄면이 먹고 싶다고 해서 포장을 해 집에서 먹기도 했고, 피자가 먹고 싶다고 해서 배달을 시키기도 했었다. 채식보다는 육식을 더 좋아하는 아내는 지금 과일을 더 좋아하고 찾으며 복숭아, 수박 등을 먹는다. 그러면서도 어느 순간 수박 냄새가 싫다고 하여 수박을 더 이상 먹지 않기도 한다.
소위 입덧이라고 하는 헛구역질, 구토는 하지 않는 것 같은데 냄새에 아주 민감해져 있다. 고기 냄새도 이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순간에 나는 어떻게 바뀌고 있을까? 너무도 미안하게도 난 바뀐게 없다. 아내의 바뀐 식습관을 조금은 걱정하면서도 같은 식성과 음식 취향을 유지 중이다. 그렇지만 끼니때가 되면 뭐가 먹고 싶은지 먹고 싶은 것은 이야기 하라며 나름의 소극적인 배려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의견에 맞추려고 노력을 한다. 내 몸 속에 생명체가 있는 것이 아니니 아내의 마음과 몸 상태를 100% 알 수 없으니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럴때마다 아내는
"오빠 먹고 싶은 것 먹어. 오빠는 먹고 싶은 것 없어?"
라고 나를 배려해준다.
주말 아침에는 물어보기도 애매해서 샐러드를 만들고 햄을 굽고, 달걀 스크램블과 빵을 곁들여 먹자고 해보기도 하고, 나도 사람인지라 김치찌개가 먹고 싶으면 내가 만들테니 같이 먹겠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렇게 새싹이와의 만남을 위한 시간은 흘러가고 있고 하루 하루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어느 날 퇴근길에 배달앱을 켜고 슬쩍 족발을 배달 시켜 놨다. 가서 뭘 먹을까를 고민하는 아내에게 묻지 않았다. 생수를 사서 가겠다는 핑계로 편의점에서 소주도 한 병 골라서 들어갔다. 그리고는 저녁을 어떻게 할까 하는 아내 앞에 소주를 내놨다.
"웬 소주? 안주도 없어."
"족발 주문했어. 곧 도착 할꺼야."
"응? 갑자기 무슨 족발?"
"사실 내가 며칠 전부터 먹고 싶었어. 그런데 만두나 쫄면 이런 것을 먹게 되니까 참아 봤는데 오늘은 족발이 너무 먹고 싶었어."
나의 황당한 대답에 잠깐 동안의 침묵이 흘렀고 웃음이 터졌다.
그랬다. 나는 며칠 전부터 족발이 먹고 싶었고 자꾸 머릿 속에 족발이 떠오르곤 했었다. 그 날은 더 참을 수 없었나보다.
이내 배달 온 족발을 차리며 소주도 꺼내 마시며 말했다.
"족발 안먹을 것 같은데 그래도 주문했어. 내가 다 먹을께!"
"사이즈는 이게 작은거야?"
"아니 여기는 사이즈 구분이 없고 이거 하나네."
"맛있어?"
"응."
양볼 가득 쫄깃하고 부드러운 족발을 넣으며 대답했다. 쳐다보던 아내가 말한다.
"오빠가 먹덧 하나봐."
"먹덧? 그게 뭐야?"
"임신한 사람이 먹을 것 보면 울렁거려서 입덧 하듯이 반대로 울렁거리는 증상이 먹어야 없어지는거래. 요즘 말인가봐."
사실 아내는 족발보다 보쌈을 더 좋아하고, 요즘은 고기를 잘 먹지 않는다. 그런데도 나는 족발을 주문했고 민망하리 만치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정말로 아내는 족발을 한점도 먹지 않았다. 같이 온 막국수를 조금 먹고 과일을 깎아 먹었다. 그런데 왜 그날 따라 그렇게 족발은 맛있던지. 그리고 사장님은 서비스를 왜 그렇게 많이 주신건지.
다음 날 배달앱에 족발에 대한 리뷰와 별점 5개를 달며 혼자 생각했다.
"족발이 너무 먹고 싶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