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전쟁터

회사와 집 사이, 내가 무너지는 자리에서

by 실행하는 자산가


아침에 눈을 뜨면, 11월까지 마감해야 할 일들이

끝이 없는 목록처럼 머릿속을 뒤덮는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일어나야 한다, 아이들도 챙겨야 한다…’

머리는 아는데, 몸이 침대에서 떨어지질 않는다.


잠깐만 보자며 휴대폰을 들었다가

20분이 흘렀다.

또 시간을 버렸다고 자책하지만,

기운이 나지 않는 나를 어떻게 할 수가 없다.


회사에 도착하니 여전히 정신이 없다.

메모장에 적어놓은 업무는 쌓여만 가고,

하나를 끝내도 또 다른 일이 고개를 든다.


오늘은 수능날이라 근무도 늦게 시작했고

저녁 7시 반이 되어서야 겨우 사무실을 나왔다.


학원에 7시에 가야 하는 아이에게

저녁도 못 챙겨준 채,

늦게 전화했다며 짜증 섞인 목소리를 내버렸다.

정작 잘못은 내 하루의 분주함인데,

제일 먼저 아이에게 화를 냈다.


집에 오니 아이들은 학원에 가 있었고

나는 혼자 허기를 달래고, 잠시 누워 있었다.


고막까지 부은 귀는 욱신거리고,

이비인후과에서 처방받은 약들도

회사 책상에 그대로 놓아두고 온 게 생각났다.

왜 이렇게 사소한 것까지 빠뜨릴까.

스스로가 한심하고 답답하다.


밤 9시가 되자

아이들이 하나둘 집에 들어온다.


게임을 하고 싶다고 해서

짠한 마음에 “30분만” 허락했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1시간 반이 훌쩍 지나 있었다.


그리고 10시가 넘어

“배고파…”

그 말이 나오자

하루 동안 쌓인 피로가 한순간에 터졌다.

모든 게 엉망이 된 것 같았다.


아이들에게 모진 말들이 튀어나왔다.

첫째는 눈물을 보였다.

그마저도… 나는 답답했다.

아이 마음을 먼저 읽기보다

내 감정이 더 앞섰다는 게.


아이들이 잠든 뒤에야

또 나는 나를 혼낸다.


‘엄마라는 사람이…

감정 하나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서

아이들에게 상처만 주는구나.’


어깨 위에 올려진 돌덩이는

여전히 무겁지만,

나는 오늘도 버텼다.


완벽하진 않아도

쓰러지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오늘의 나는 충분하다.


아이들은 자고,

집은 고요해지고,

나는 내 마음 한켠을 조용히 어루만진다.


내일의 나는

오늘보다 조금 더 부드럽게

하루를 맞이할 수 있기를 바라며.


#워킹맘 #워킹맘육아

작가의 이전글열심히 일하는데, 왜 자산만 부자가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