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부자들을 통해 배우는 것

은행에서 마주하는 강남 부자들의 부의 문법

by 실행하는 자산가


은행의 강남 지점 상담실은 단순히 숫자가 오가는 곳이 아니다. 그곳은 한 집안이 자산을 일구고 지켜온 삶의 궤적과, 대물림되는 부의 문법이 가장 적나라하게 교차하는 지점이다.

상담실에서 마주하는 수십억 자산가들은 0.1% 금리에도 누구보다 치열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뜨거운 부성과 모성이 있다. 자식의 앞날을 조금이라도 더 단단하게 다져주고 싶은 간절함이 그 0.1%의 숫자에 녹아있는 것이다.

그들이 부를 일군 결정적인 무기는 '시간의 복리'를 믿는 ‘팔지 않는 힘’에 있다. 부모의 부모가 헐값에 샀던 황량한 강남 땅을 팔지 않고 3대째 물려주는 인내심. 그렇게 굴려진 부의 스노우볼은 이제 임대수익이라는 또 다른 엔진을 달고 거침없이 달린다.

여기에 그들은 최고의 교육을 통해 자녀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자생력'을 심어주는 데 결코 소홀하지 않는다. 자녀가 의사 같은 전문직이 되어도 머리가 희끗한 노부모가 찾아와 자녀의 대출 방법을 직접 문의하며 독립의 길을 닦아주는 모습에서, 나는 부(富)란 단순히 물려받는 숫자가 아니라 최고의 환경에서 길러진 '실력'과 그것을 지켜낼 '자본'이 결합된 가문의 생존 방식임을 배운다.

나 또한 그들을 보며 솔직한 욕망을 품는다. 흙수저로 자라 대기업 급여소득자라는 안정적 신용을 레버리지 삼아 대치동에 입성했지만, 나 역시 내 아이에게는 강남의 저평가된 낡은 상가나 땅 하나쯤 툭 하니 해주고 싶다. 시간이 흐르면 자연히 가치가 올라 아이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그 땅을 꿈꾼다.

하지만 현실은 차갑다. 대치동 아파트 대출금을 갚아 나가는 맞벌이 부모에게 강남 땅은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다. 그래서 나는 대신 아이 이름으로 된 미국 주식 계좌를 열었다. 세뱃돈으로 아이가 좋아하는 게임주인 마이크로소프트와 로블록스 주식을 한 주씩 모으고 보여주며 장기 투자의 이유를 가르친다. 당장 큰 땅을 줄 순 없어도, 자본주의의 파도를 타는 법을 알려주고 싶은 엄마의 고육지책이다.

아이를 수학 학원에 보내고 늦은 밤까지 기다리는 고단한 시간, 문득 현타가 밀려올 때도 있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이 혹독한 일정은 단순히 성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필요한 '끈기'라는 자산을 몸에 새기는 과정이라는 것을. 강남의 부자들이 그러하듯, 나 역시 아이에게 자본과 실력을 동시에 쥐여주고 싶을 뿐이다.

우리 부모님은 과거 이천의 땅을 팔아 나의 어학연수 비용을 보태셨다. 그것은 자산의 복리 효과를 몰라 아쉬운 경제적 선택이었을지 모르나, 자식을 향한 못지않은 사랑의 증거였다. 나 또한 내 방식대로 아이들에게 세상을 선물하고 싶다. 물려줄 자산이 없다는 걱정보다 앞서야 할 것은, 부모가 없어도 스스로 자본주의의 원리를 깨닫고 일어설 자생력을 물려주는 일이다.

비록 지금 내 손엔 강남 땅 문서 대신 아이와 함께 채워가는 이 치열한 시간들이 들려 있지만, 이 기록들이 훗날 아이에게 가장 정직한 유산이 되길 바라며 다짐한다.

“그래, 일단 여기서 같이 견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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