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박서연 Jenny
Jul 21. 2023
1.
말을 아낀다는 말을 좋아합니다.
상대방에 대한 생각을 아끼지 않되
함부로 말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배려의 공간을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2.
'아끼다'에는 '함부로 쓰지 않는다'라는 뜻도 있지만
'소중히 여겨 보살피는 마음을 가지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3.
'너의 말이 좋아서 밑줄을 그었다'는
아껴서 읽고 싶은 책입니다.
"사랑하지 않는 것도 사랑이다(p53)"라고
말하는 시인의 마음에서 사랑하는 것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마음이 전해지기 때문일 겁니다.
4.
사랑은 곧 말로 이어지기 때문일까요.
'당신이 하지 않은 말(p.71)'을 논하는
마음도 사랑하지 않는 마음을 닮아 있습니다.
어쩌면 인생은 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는 마음, 하지 않는 말에 진면목이 있는지도 모른다. 사랑하기 때문에 무언가를 하지 않는 것.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서 좋아하는 무엇을 하는 만큼, 싫어하는 무엇을 하지 않는 것. 그 깊은 마음은 사랑을 그윽하게 만든다.
5.
한동안 '싫어하는 무엇을 하지 않는 것'이라는 다섯 단어를 짓씹으며 말은 삼킨 적이 있습니다.
6.
말해지지 않은 말은 끝내 사라지고 만다는 것은
사랑하지 않는 것이 사랑이어도
마음 아픈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