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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戊土)을 닮은 그녀의 공간

눈에 보이지 않는 기운의 흐름

by 운채

채 Jn 4.

35년, 공간 작업의 현장에서 길어 올린 이야기들이 있다. 인테리어계의 ‘체험 삶의 현장’이라 불릴 만큼, 수많은 공간을 설계하고, 때로는 예상치 못한 실패를 겪고, 또 어떤 공간에서는 울고 웃으며 진짜 삶을 만나온 시간들이었다. 그 모든 순간들 속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기운의 흐름을 느꼈는데, 말로 설명해도 믿지 않던 사람들이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졌어요.”라고 말하던 공간들, 그 안에는 분명 특별한 에너지가 있었다. 갑과 을의 관계를 넘어, 디자이너와 클라이언트가 서로 깊이 신뢰할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하려 한다.


나는 사주 전문가는 아니지만, 공간 에너지를 찾기 위해 그들의 삶의 흔적을 파악하게 되는데, 오늘 이야기 주인공은 사주 흐름대로 자신의 삶을 찾은 한 여자 사업가의 이야기이다.



짊어진 삶의 무게, 그리고 멈춰 선 시간

그녀는 어린 시절, 어려운 집안 환경으로 조부모의 손에 자랐다. 어린 동생들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초등학교 4학년부터 부엌살림을 도맡았고,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오랫동안 떨어져 지냈던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게 되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엄마와 아버지의 빨래며 집안 청소, 그리고 김치를 담그는 일까지 혼자 해왔다.


서른이 넘어 결혼해서 아들까지 낳았지만, 그녀의 친정 식구 챙기기는 끝없이 계속되었다고 한다. 일주일치 반찬을 만들어 드리고, 부모님의 병원 수발을 하느라 정작 자신의 집과 자신의 아이에게는 제대로 된 케어를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부모님 댁에 반찬을 가져다 드리고 오는 길에 교통사고가 났다.

그 사고로 그녀는 다리에 깁스를 하고 한 달 가까이 누워있어야 했는데. 그동안 그녀가 그토록 애지중지 챙겨 왔던 친정 식구들은 병원에 얼굴 한번 안 내밀고, 심지어 부모님은 그녀가 없으니 밥도 못 챙겨 먹는다고

푸념까지 해왔다고 한다.


산(戊土)의 결심, 그리고 피어난 불꽃

그때, 그녀는 자기 삶을 돌아보며 산(土)과 같은 결심을 했다고 했다. 더 이상 가족 들어 도구가 아닌, 독립된 존재로 살아가겠다는 결심이었다.


퇴원 후 그녀는 자신이 가장 자신 있었던 손맛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남편의 순댓국집 옆에 작은 반찬가게를 차렸다. 워낙 손맛이 좋고, 깔끔했던 그녀의 반찬가게는 소문을 탔고, 꾸준한 개발과 노력 끝에 자신의 건물까지 올리게 되었다고 했다. 친정 식구들의 원망과 질투도 있었지만, 그녀는 자신의 사업이라는 길을 세우고 그 길을 통해서 발전해 나왔다. 그녀는 반찬가게와 뷔페식당을 혼합한 새로운 한식 뷔페 스타일의 식당을 런칭하기 위해 나에게 인테리어를 의뢰하며,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길게 털어놓았다.


"내가 계속 친정 식구들 뒷바라지만 하면서 늙어버렸으면 안타까웠을 것 같아요. 다행히도 그때 어떻게 그런 생각이 들어서 나의 사업을 시작하고 이렇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공간에 심은 운: 흙의 안정과 신뢰

그녀의 사주에서 보이는 일간(日干), 즉 그녀 자신을 대표하는 오행은 **커다란 산(戊土)**이었다.

무토(戊土)는 황량한 대지에서 크게 솟아있는 산이다. 그 높은 산은 외롭지만 한편으로는 자신만의 독립적인 세계를 만들 수 있는 역량과 힘이 있다. 그 교통사고는 일간과 그해 새로운 에너지와의 충돌로 인해 그녀의 잠재ㅈ되어 있던 새로운 삶의 에너지가 발현되었던 것이다. 계기가 되어, 그녀의 독립적인 생각과

자신만의 세계를 만드는 힘을 주었다는 것이다.


흙(土)의 기운은 공간 디자인에서 안정적인 사각형 형태, 낮고 넓은 가구, 그리고 황토나 베이지색으로 표현된다. 그녀의 식당처럼 안정적인 통과 무게감 있는 디자인은 사업의 중심을 잡고 고객에게 신뢰를 준다. 반면 흙(土)의 기운이 약한 공간은 가구가 너무 높거나 벽지가 불안정한 패턴으로 가득 차 있어, 거주자에게 정서적 불안정이나 중심을 잡지 못하는 혼란을 야기한다.


나는 그녀의 사주에는 없는 불(火)의 에너지를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식당 한 부분을 적벽돌 느낌의 벽타일로 마감하여 불의 에너지를 더했다. 조명은 식당에 맞는 따뜻한 전구색과 주백색으로 깔끔하게 처리하여 에너지의 안정을 꽤 했다. 음식은 불의 에너지와 맞닿아 있다. 나는 그녀의 믿음아래 작지만 잘되는 식당을 만들었다.


흙의 안정 위에 불의 열정을 얹다

오행 인테리어는 그 사람의 삶의 궤적을 거슬러 그 궤적에 맞춘 현재를 만든다. 그녀는 현재도 승승장구하며 아들에게 물려줄 건물 리모델링을 꿈꾸며 깔끔하고 맛있는 반찬가게 아줌마에서 고급 한식 뷔페로 점프업 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녀는 산(土)의 힘으로 자신의 삶의 중심을 단단히 잡았다. 하지만 모든 흙이 완벽히 마르지 않듯, 삶에는 활력과 에너지를 태워줄 불이 필요하다. 흙의 안정 위에 불의 열정을 얹었을 때 비로소 운명의 최고점이 찾아온다.



당신의 공간은 당신의 운명을 비추는 거울이자, 당신의 운을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된다. 다음 장, 11월에 걸린 '빨간 리스' 이야기에서는 이 '불(火)'의 기운이 공간에서 얼마나 강력한 명예와 소통의 힘을 발휘하는지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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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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