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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북 Mar 16. 2024

 인생의 답을 찾고 싶은,

저는 실용주의자입니다.


나는 실용성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다. 타고나길 그랬다. 보통은 돈의 가성비를 추구할 때 이 말을 많이 사용하지만, 나는 약간 다르다. 나는 돈보다는 시간을 사용하는 것에 훨씬 더 까다롭다. 그래서 혼자 걸을 때의 걸음은 누구보다 빠르고, 시간이 계획 없이 낭비되는 것을 극단적으로 싫어한다.


(지금은 시간이 아까워서 그만뒀지만) 이전에 하던 게임에서조차도 캐릭터 꾸미기보다는 실용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던 나였다. 캐릭터가 이상한 복장을 하고 있더라도 더 빠르고 강하게 몬스터를 쓰러뜨릴 수 있다면 충분했다. 한때 옷은 천 쪼가리에 무쇠로 된 부츠를 신고 머리엔 괴상한 너구리 모자까지 쓴 내 캐릭터를 보고는 모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최강의 아이템을 닥치는 대로 장착하고 공략집대로 연습해서 빠르게 보스몹을 잡을 때면 그렇게 기분이 좋았다. 


인생에도 게임 공략집 같은 답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나는 정말 관심 있는 하나에 집중하면 먹는 것도, 자는 것도 미루는 성격을 가졌다. 지극히 목표지향적이라 나의 목표와 상관없는 것들은 바로 놓아버리는 것이다. 인생 공략집이 있다면 나는 그 책에 적혀있는 길을 그대로, 누구보다 빠르게 걸어갈 것이라 확신한다.


물론 알고 있다. 그렇게 이뤄낸 성공의 끝은 분명 허무할 거라는 사실을 말이다. 소중한 것들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두고, 자신의 건강을 해치고, 취향조차 알지 못해 엉망진창의 복장을 하고 내달린 그 끝에서 보이는 나는 기대했던 모습이 아닐 터였다.


감히 길다고 말할 순 없지만, 그래도 살아온 세월을 돌아보자면 인생은 단거리 달리기보다는 마라톤에 가까웠다. 숨을 참고 끝까지 달려 나가는 것이 아니라, 호흡 하나하나를 소중히 가져가야 하는 류의 달리기. 분명 그 과정에서 많은 변수들이 등장할 것이다. 깨닫는 것도, 함께 가는 것도, 포기하고 싶은 과정들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자신만의 선택과 페이스로 꾸준하게 달려간다면 우리는 저마다 다른 모양을 한 코스를 달려 인생의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감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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