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 바뀌어온 것 같습니다.
며칠째 집 밖으로 탈출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최근 4박 5일간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후, 집순이였던 나에게 새로운 변화가 찾아왔다. 평소 끔찍이도 싫어했던 사진 찍히기를 뻣뻣한 자세나마 마구 도전해 보고, 마치 세상 모든 것이 신기한 어린아이처럼 집 밖 구경을 멈추지 못한 채 방황한다. 한 번 방문하겠다 마음에 두고 있었던 꽃집이 파티용품 가게로 바뀐 것에 슬퍼하고, 또다시 가보지 않은 거리를 뒤이어 두리번거리며 걸어간다. 아마도 여행지에서 들떴던 마음을 쉽게 가라앉히지 못한 듯하다.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가장 많이 탈출한 곳은 집 근처 카페였다. 사실 근처라기에는 조금 애매한 데, 차를 끌고 30분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카페들을 하나씩 찾아다니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카페는 내가 좋아하는 공간이긴 했다. 하지만 집 근처 프랜차이즈 카페를 다녔던 것과는 다르게 요즘은 거의 매일 대형 카페를 방문한다. 소음을 싫어하고 낯선 곳을 싫어하던 내가 직접 운전해서 이렇게 자주, 다양한 카페들을 방문하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게다가 주로 커피를 마시거나 할 일만 하던 지난 시절이 무색하게, 지금은 적극적으로 포토존에서 사진도 찍어보고 커피숍 안에서 인테리어를 구경하는 시간도 갖는다. 그리고 그 시간이 무척이나 즐겁다.
이런 모습들은 이번 제주도 여행 전까지는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고 씻고 어딘가를 돌아다니는 것에 에너지가 쭉쭉 빨려 나가는 나였기 때문이다. 타고난 집순이다 보니 모든 일은 나간 김에 처리하고 집에서 쉬는 걸 좋아했다. 아무리 좋아하는 카페라도 외출하기 위해서는 큰마음을 먹어야 했는데. 아무래도 내가 여행지에서 바뀌어 온 듯하다. 사진에 잘 나오고 싶은 욕심에 5년 만에 간단한 화장을 다시 시작했고, 매일 아침, 저녁으로 꼼꼼히 씻고 얼굴에 영양 크림도 충분히 발라주는 정성 또한 기울인다. 이렇게 나를 가꾸며 살았던 적이 언제인가 싶다.
여태까지 여행은 그저 그 순간을 즐기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는, 짧은 꿈같은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게 느꼈다. 그런데 이번 여행은 끝난 후에도 나의 삶에 계속해서 많은 영향을 주고 있었다. 그 결과 부지런히 움직이며 하나라도 더 보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고, 사람들과 조금 북적여 볼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이렇게 새로운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 좋아 사람들은 여행을 그토록 가고 싶어 했나 새삼스럽게 생각해 본다.
여행에 취해있는 나는 제주도에 온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다음 달 여행을 예약했다. 이번에는 좀 더 짧은 강릉 여행. 목적지는 내가 가장 좋아하고, 또 자주 갔던 안목 해변이다. 이번 여행에서도 또 다른 나를 발견할 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감이 자꾸 넘실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