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으로 일상 회복하기 프로젝트 준비!
자유를 눈앞에 두고 있다. 사실상 1년간 학교로부터 해방되는 진정한 자유다. 학창 시절부터 교사가 된 지금까지 학교라는 곳에서 요령 없이 달려온 나의 인생에 쉼표가 찍히는 순간이 드디어 오는 것이다. 휴직원을 처음 제출하는 순간은 낯설고 어색했지만, 분명 작은 두근거림 또한 존재했다.
하지만 마음은 정말 이상한 곳이다. 무조건 좋아야 하는데. 수년간 휴직만을 생각하고 기다렸으면서, 막상 휴직원을 제출하고서부터 기분이 싱숭생숭하기 시작했다. 올 한 해의 업무를 마무리하는 상황 속에서도, 동료들의 업무 분장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그 안에 있어야 할 내가 빠진 듯한 느낌 속에 허우적댔다.
‘휴직을 안 했다면 내가 기획 업무를 맡았겠지?’
‘휴직을 안 했다면 나랑 같이 일하게 될 사람은 누굴까?’
‘휴직을 안 했다면.. ‘
‘휴직을 안 했다면…’
마치 누군가 휴직을 강제로 시킨 사람이라도 있는 것처럼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같은 교실과 교무실을 오랫동안 사용하다 보니 담임 반이었던 교실을 정리하는 일도, 교무실 자리를 비워주는 일도 나에겐 너무나 부자연스러운 것들뿐이었다.
그러다 생각의 소용돌이 속에서 기억해 냈다. 시킨 사람도 없는데 9-6가 아닌 6-9를 실천하던 나는 누가 봐도 일중독이었다. 일에 등 떠밀리듯 아침 일찍 출근했고, 더 일찍 출근했으며 아무도 오지 않은 시간에 가장 먼저 (때로는 교문을 열고 당직 기사님을 깨우며) 직장에 도착하기에 이르러서야 일들을 정해진 시간 안에 마칠 수 있었고 나는 더욱더 피곤해져만 갔다. 나는 이것이 맞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쳇바퀴 굴러가는 삶 속에서도 그 바퀴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었다. 정말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았으므로. 또 보람 있는 삶을 사는 것 같기에. 하지만 나는 더 빠르게, 더욱더 빠르게만을 외쳤던 삶에서 결코 긍정적인 결과를 얻지 못했고 얻은 건 우울증과 번아웃뿐이었다. 이는 외면할수록 점점 더 심해져 공황으로 다가왔고 결국 병원을 찾기에 이르렀다.
돌아보면 여태까지 나는 왜 나를 돌보지 못했나 싶다. 끝나지 않는 일 더미에 파묻혀 힘들다는 내면의 소리를 전혀 듣지 않았다. 아무도 귀 기울여주지 않는 내 마음속은 고인 물처럼 서서히 썩어갔다. 분명히 아팠음에도 그렇지 않을 거라 무시했고, 생각처럼 따라주지 않는 심신에 오히려 나를 나약하다며 채찍질하기도 했다.
슬프게도 망가지고 나서야 깨닫기도 한다. 우리에겐 스스로를 돌보는 일이 가장 중요했다는 것을, 분명 빠르게 달려 지나쳐버린 어딘가에 속도를 줄이라는 표지판이 있었을 것임을 뒤늦게야 알아차리는 것이다.
나는 너무 늦게 멈췄지만 분명 다시 일상으로 회복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렇기에 자유를 디딤돌 삼아 한 걸음 나아가보려고 한다. 제일 먼저 과거의 나를 어루만져주는 일이 필요하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부러워하기보다는, 가끔은 서툴기 짝이 없는 자신을 받아들이는 내가 먼저 되어보자. 그리고 한 걸음씩 걸음마를 떼듯 천천히 걸어보자. 이번엔 서두르지 말자. 절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