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장. 최후통첩, 그날의 비밀

by 서연희

그에게서 서울행 기차를 탔다고 연락이왔다.

나도 나갈 준비를 시작했다. 거울 속 내 표정은 담담한데, 화장하는 내 손은 이별하러가는 길인걸 모르는지 데이트 가는 사람처럼 설렜다.


우리 사이에 일요일 오후는, 집에서 다음날의 출근을 위해 혼자만의 휴식을 갖 데이트 종료시점이었는데, 막상 일요일 낮은 아직 한창인 주말이었다. 3월이 코 앞인 햇살이 좋았다.

그 덕인지 만나기로 한 카페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졸업식과 입학식을 앞둔 캠퍼스 앞은 온통 꽃길이었다. 꽃을 샀다.


헤어지자고 말하러 가는 길데, 꽃을 주고 싶어서 꽃을 사는 마음이 아이러니하다.

너무 복잡하고 머리는 온통 이별만이 답이라고 외치는데, 마음은 아직도 이별을 못해서 고장이 난 듯싶었다.


카페에 먼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잠시 후 그가 오고, 꽃을 건넸다.

그는 꽃을 보고 아주 잠시 웃었다.


자기도 카페로 오는 꽃길을 보긴 했으나 무거운 심정으로 오던 탓에 사진 않았다곤 했다.


그는 내가 뭐라 입을 열기도 전에, 아플 때 혼자 둬서 미안하다고 했다.

자신은 본인을 간호하려는 내가 안쓰럽다는 생각이 먼저 들기에 자기도 그런 배려를 받고 싶었던 거라고. 하지만 각자가 원하는 방식의 간호가 있는데, 자신의 방식을 내게 강요했던 것 같다 말했다. 앞으로는 내가 아플 땐 무조건 곁에 있겠다며.


어제까지만 해도, 아니 이 말을 듣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헤어져야만 하는 사이였는데.

결혼 타이밍이 안 맞아서가 아니라 그냥 안 맞는 사이라 헤어지는 거였는데, 갑자기 갈피를 잃었다.


나는 오늘 이별하는 날인데.

그런데 좀 있으면 벚꽃 피는데, 벌써 햇살이 따듯한데, 지금 헤어지지 말까.


아냐 중요한 문제가 있잖아. 결혼.

나는 내년즘엔 하고 싶고 그는 무려 5년 후에 하자던. 마지막으로 그의 손을 잡는다 생각하고 말했다.


"네 대답에 따라 내 다음 말이 달라질 거니까 바로 대답하지 말고 신중하게 생각하고 대답해 줘."

"응."

"나랑 내년에 결혼할 마음 있어?"

"응."

냉큼 나오는 대답에 어안이 벙벙했다.

"아 생각하고 대답하라니까."

"아니 진짜로. 내년에 결혼하자."

"왜?"

"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

"언제부터?"

"거제도에서 자기 어머님이랑 이야기했을 때부터?"

"왜?"

"그냥 너 화장실 갔을 때 어머님이랑 얘기했거든"

"무슨 얘기?"

"그냥.. 그래서 그저께 저녁 먹으러 나갔다가 이야기 길어졌던 거야."

"결혼시기에 대해 생각 바뀐 거 이야기하느라?"

"응."


내가 아팠던 날 그가 만났던 커플은, 지난번 내가 그를 이해해 보자고 만났던 Y네 커플이었다.

우리와 반대 입장인, 결혼을 망설이는 여자친구와 기다리는 남자친구 조합.


나중에 Y에게 물으니, 그날 본인은 그의 생각 변화를 들었지만 '네 남자 친구 내년에 너랑 결혼할 거래'라고 스포 할 수 없느니 꾹 참았다고 한다.


그렇게 나만 바보였다.

나만 스스로 만든 웅덩이에 침식되어 울고 있었다.


그의 손을 붙잡은 채 얼굴을 파묻고 엉엉 울었다.

우리는 또 한 번 못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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