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장. 프로포즈 그거 꼭 해야하나

by 서연희

"내년에 결혼하자"

그 대답으로 우리는 한동안 평화로웠다.

그와의 10년 연애 엔딩이 결혼이라는게 정해진 봄은 아름다웠다. 꽃엔딩 보다 설레는 연애엔딩이었다.


아직 오지않은 내년이라함은, 1월이 될 수도있고 12월이 될 수도 있만, 준비는 올해부터 해야했다.

"본격적으로 결혼준비에 돌입할지 마음 정해지면, 정식으로 말해줘."

올해의 언제부터 결혼준비를 시작할지 정하는 키가 그에게 주어졌다. 아니, 미션이 주어졌다.


프로포즈.


우리는 이미 결혼 시기로 갈등하다 극적 타결까지 봤고 깜짝 이벤트를 준비할 성격도 못되는 그였기에 나는 종종 내가 받고싶은 프로포즈를 말하며 힌트를 줬다.


-난 조용히 단 둘이 있는 곳에서 프로포즈 받고싶어. 관중이 많은건 싫어.

-와, 대학로 연극 중에 프로포즈를 하기도 한대.

-버스킹하네, 난 여기서 줘도 좋을것 같아.


그럴때마다 그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심경이 복잡한건지 부담이 되는건지 아니면 다시 생각해보니 역시 내년 결혼은 이르다고 생각이 바뀐건지. 불투명함은 불만을 쌓아갔다.


3월이가고 4월이가고 5월도 다지나자, 슬슬 조바심이 났다.

"난 네가 어디서 조약돌을 주워와서 어떤 이유로 이 조약돌을 주워왔다고 설명하며 프로포즈해도 행복할 것 같아."

"거짓말 하지마~."

선물이 고민이라 오래걸리는건가 싶어 선물의 기대치를 낮췄다. 그는 믿지 않았지만. 사실 받는 입장에선, 아무렴 '무엇'을 받냐보다 '언제 어떻게'가 중요했다.


어느순간부턴 프로포즈에 대한 언급도 없어, 이대로 자연스럽게 미뤄지는 건가 싶었다.

친구들과 모임이 있던 날, 내가 늦게 합류하는 사이 친구들이 그에게 프로포즈 준비를 물었고,

그는 아차했던 것 같다. 커플도 동반한 모임이지만 미혼비율이 더 높았기에 내 남친 포함, 미혼남들이 투덜댔다.


"프로포즈 꼭 해야되나?"

"그래 여자가 할 수도 있잖아"

"아 너무 멋없다!!"

"왜, 남자도 프로포즈 받고싶을 수도있지"

"여자가 먼저 할 수도 있지만 지금 너넨 그냥 왜 남자만 부담가져야하냐는 불만인거잖아~"


아직 결혼 이야기가 나오는 사이가 아니라도,

본인 남친이 프로포즈에 회의적인 모습인 좋아보일리는 없다. 괜히 다른 커플의 온도도 묘하게 가라앉았다.

프로포즈라는 행위나 규모가 중요한게 아니라, 정식으로 결혼해달라고 이야기할만큼 사랑하고 가치있는 당신이라고 확신을 주는 메세지인데.

그걸 '꼭 해야하나'라고 말해버리니, 내가 그럴만한 가치 없다는건가-회의가 수도있는 민감한 부분이다.


꼭 해야하는것도, 꼭 남자가 먼저해야하는 것도 아니지만, 나에겐 그의 프로포즈가 '이제 진짜 결혼할 준비가 됐어'라는 스타트이자 선언이라는 의미가 있었기에 단순 헌신적인 이벤트를 바라는 여자처럼 비춰지는 게 자존심 상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는 우리 사이에서 그의 프로포즈가 갖는 의미를 기억하길 바랬는데 그저 숙제로 남은 듯 했다.


이미 퇴색된 프러포즈는 받고싶지가 않았다.

쥐어짜내서 결혼하고싶지 않았다.


속절없이 시간은 흘렀고 내 알고리즘에만 각종 프로포즈 영상이나 프로포즈 명소, 프로포즈 이벤트 업체 등이 가득 매웠다.

이 알고리즘이 내 남친에게 좀 뜨길 바라던 염원이 이루어졌는지, 어느날 그가 물었다.

"자기도 명품 가방 받고싶어?"

"가방은 잘 안들고 다닐 것 같아. 네가 나한테 골라주는 의미있는 악세사리가 좋아. 그렇다고 반지가 두 개일 필욘 없고.."


퇴색된 프로포즈는 받고싶지 않다더니

그가 뭘 받고싶냐 묻자 성실히 대답했다.


"나도 목걸이를 주고싶은데, 적은 금액이 아닌만큼 자기 마음에 드는걸 주고싶어. 같이 고르러 다녀보자."


그렇게 백화점 명품관과 압구정으로 데이트를 다녔다. 처음 생각했던 가격에서 점점 예산은 올라갔다. 많이 비쌀 수록, 조금 더 예뻤다.


'이 돈 주고 이거 살바엔 저거, 저거 살바엔 80만원 더 얹어서 요걸 사는게 이득이지' 라는 이상한 계산법이 우리를 감싸던 시기였다.

명품이란것 자체가 합리성과 가성비를 따지는 영역이 아닌데, 나름대로 합리적 소비를 하려다보니 몇십만원 얹어 다이아가 박힌 목걸이를 사는게 합리적여 보였다.


그래도 마냥 즐겁긴했다. 프로포즈 목걸이를 함께 보러왔다는 이야기에 더 적극적으로 임하는 셀러를 만난 기억도,

"네 여자친구는 어떤 타입이더라? 화려한거보단 단정한걸 좋아하는 편이랬지?"

대놓고 원하는 선물을 말하는 게 민망하다 싶을 땐 괜히 프로포즈 선물을 같이 골라주는 여사친인척 상황극을하는 것도 마냥 즐거웠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우리의 10주년이 되었다.

그는 함께 골랐던 목걸이 외에도 장미 100송이 그리고 내 이름이 들어간 도메인의 웹페이지로 성공적인 프로포즈를 했다. 우리는 부둥켜 안고 울었다.


"나랑 결혼해줄래?"


서로의 인생 평생 반려자가 정해지는 벅찬 순간이었다.


'Happy Ending'

그 단어가 가슴 속에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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