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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연 Nov 27. 2016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기만 하던 날

08 교구 전시회의 의미


현아샘이 울었다.


엄마의 마음이라고 하셨다.

그간 진심으로 지지하고 애정을 쏟았음이

깊게 느껴졌다.



나도 울었다.


으이그 청승맞다.

눈물 나는 모습을 숨기고 싶어 교실 밖으로 나왔다.


우간다의 푸른 하늘이 펼쳐진다.

너른 하늘 아래 눈물을 훔치는데

너무 부끄러웠다.


한국에서 학교에 불평불만만 많았던 내가

너무 쪽팔렸다...


 


교구 전시회의 의미


오늘은 오푸코무니 초등학교가 HoE의 학교배움공동체 지원 2단계를 마무리하며 프로젝트 발표회를 하는 날이다.

프로젝트 발표회의 일환으로 그동안 선생님들이 만들어 사용했던 교구들을 선보였다.

실물 크기의 과일, 식수를 떠오는 페트병에서 시작해 시계, 수 세기 교구, 빛의 직진 실험을 위한 교구 등 선생님들이 수업에 필요한 자료를 직접 만드셨다.

알파벳은 안 신는 쪼리 밑창을 활용해 잘라서 만드셨다.

우간다 지도에서 시작해 세계지도까지, 국어시간에 필요한 시, 과학시간에 필요한 대기의 순환, 몸 기관의 명칭 등등 선생님들이 손수 쓰고 그리셨다.



"이런 거 언제 다 만들었어요?"

"수업 끝나고 오후에, 때로는 늦게까지 남아서도 만들었어요."

"선생님들 솔직히 말해봐요. 이거 교장선생님이 시켜서 한 거죠?"  

"잉? 전혀 아니에요. 진짜 만드는 동안 즐겁고 재밌었어요."



선생님들의 기쁜 표정에 학생들을 위해 이를 기꺼이 만들었음이 너무나 드러났다.


기본적인 교과서도 부족한 이곳, 정말 수업 자료라고는 전무하다고도 말할 수 있는데,

선생님들께서 만든 이 교구들이

얼마나 수업을 풍성하게 할 지. 너무나 존경스러웠다.



교구는 넘쳐나고, 수업 자료는 골라 쓰면 되는 한국에서

나는 뭐가 그렇게 아쉽고 불만이었나.

우간다 선생님들의 순수한 열정 앞에서

'나는 도대체 뭐한 거야.'라는 말이 맘 속에서 절로 나오며

눈물이 흘렀다.





한국의 교구전시회


신규시절. 더 높은 이상과 젊음으로 치기어렸던 시절. 호호.

'교구전시회를 개최하오니 많은 참석바랍니다.'하는 공문에 콧방귀를 꼈었다.


'아니 지금 시대에 무슨 교구전시회. 쉽게 살 수 있고, 학교에 쌓인 게 교군데 요즘 누가 저런걸 만들어 쓰나.

인디스쿨에도 넘치는 게 자룐데.'


정말 학교와 교육청에는 쓸 데 없는 행사만 많다고 생각했다.


여전히, 학교 행사 중 행사를 위한 행사를 볼 때면 교육을 짓누른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렇지만, 한국에도 교구전시회가 꼭 필요하던 시절이 있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선배 교사들이 손수 만들던 교구들이 꼭 필요했던 시절, 그 노하우와 아이디어를 나누는 자리, 교구 전시회.

비판의 잣대로 바라보던 한국 교육계의 행사들을 다른 각도에서 보고 이해하게 된 계기.






새로는 생기지만 없어지지 않는 행사들



행사 그 자체가 좋고 나쁘다기 보다,

소기의 의미와 목적이 사라진 행사를 위한 행사,

이제 다음을 위해 자리를 비켜줘야 할 행사들이 여전히 자리를 차지하고,

새로운 흐름의 현안들은 교육에 또 들어오고 하며

지나치게, 과도하게 넘쳐나는 행사가 문제여 보였다.



더하기보다 덜어내기로 ,


'하던거 그대로 해~' 보다는,

변화에 조금 더 유연해지는 모습으로


그렇게 교육 생태계가 좀 더 말랑하게 살아나길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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