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동료 선생님들과 회의를 마치고 잠시 커피 타임을 가졌다. 나른해진 오후 그리고 따뜻한 차와 간식을 먹으니 오래간만에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각자 자신들의 남편이야기가 시작되었다.
한 선생님은 자기 마음은 여린 편이지만 할 말이 있으면 꼭 해야 하는 성격이라며 남편과 이야기해야 할 이야기가 있으면 주저 없이 이야기한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남편은 자신이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며 답답하다고 했다. 그러다가 남편과 자주 싸우게 된다고 했다. 그 옆에 앉아 있는 선생님은 남편에게 화가 나면 말을 잘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린다고 했다. 그러자 옆에 있는 선생님들이 남편들은 여자의 눈물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말을 잘하지 못함에 답답해서 운다고 한 그 선생님은 결혼 전 연애할 때도 싸운 적이 별로 없다 했고 결혼 후에도 잘 싸우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자 결혼한 지 2년 정도 된 젊은 선생님은 남편과 자주 싸운다고 했다. 혹시 선생님이 남편을 혼내는 거 아냐? 양쪽말을 들어봐야 한다며 웃었다. 다들 한 마디씩 각자의 부부싸움 경험을 말하는 순간 나도 한마디 거들었다.
"나는 연애 때 그렇게 많이 싸웠는데 결혼 후에도 정말 많이 싸웠어요."
"연애를 얼마나 오래 했어요?"
"5년 정도 했지요."
"5년이요? 와! 연애 기간이 기네요."
"길다면 길죠. 연애기간이.. 연애할 때 하도 많이 싸워서 결혼 후에는 안 싸울 줄 알았는데 결혼 후에도 정말 많이 싸웠다니까요."
"연애 때 많이 싸웠다고요?"
갑자기 내 이야기를 듣고 있던 두 선생님이 동시에 말했다.
"그런데 결혼했어요?"
그 말을 들은 나는 갑자기 머리 뒤통수를 한대 얻어맞은 듯 잠시 멍해졌다.
"네?"
그러자 선생님 한 분이
"정말 찐사랑인가 보다. 연애 때 싸웠는데도 결혼한 걸 보니."
"네? 아... 네... "
"암튼 결혼 후에도 많이 싸웠는데 이제는 좀 조절을 하게 되었죠. 화가 많이 날 상황에서는 좀 시간이 지나면 잘 말하도록 하고. 화가 날 때면 웬만하면 잘 이야기하지 않죠."
나의 부부싸움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현타가 온 나는 퇴근 후에 곰곰이 다시 생각해 봤다.
나는 왜 남편이랑 결혼했을까.
그렇지 않아도 연애할 때도 결혼 후에도 수도 없이 많이 싸우면서도 현재 남편과 같이 살고 있는 내가 가끔씩 이 결혼을 후회했었지.
다른 선생님들의 말을 듣고 보니 연애 때 많이 싸우면 결혼하지 않는 게 당연했을 텐데 난 왜 헤어지려고 안 했을까. 음.. 내가 결혼한 이유를 다른 선생님으로부터 듣다니.
이게 정말 찐사랑인가?
어쩌면 찐사랑이라 되뇌며 사는 게 마음이 편할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부부싸움 중인 건 안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