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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곱 번째 키워드

by 황서영

내일을 살아가는 힘


오늘도 어김없이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밖이 어두울 때 일어나, 다시 밖이 깜깜해졌다.


밖이 어두울 때 내가 앉아 있는 자리는 늘 똑같다.


졸린 것도 똑같다.


그런데 그 자리에 앉아 있는 매일의 나는 다르기를 바란다.


매일 주어지는 똑같은 하루를, 매일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오롯이 나에게 주어지는 아침의 두 시간을 오롯이 잘 사용하고 싶은 것이 나의 바람이고 계획이다.


만약 나의 계획이 성공하면, 나는 그 하루가 쌓여서 지금의 내가 아닌 완전히 다른 내가 되어 있을 거라고 상상하곤 한다.


멋진 작가가 되어 있기도 하고, 경제적 자유를 얻어 여행을 다니고 있기도 하고, 뜨개질을 잘하게 되어 멋진 가방을 뚝딱 만들기도 한다.


과연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일일까.


내가 매일 두 시간을 오롯이 글쓰기를 매일 한다면, 정말로 작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루하루가 쌓여서 오늘의 '내'가 있듯이, 하루하루가 쌓여서 내일의 '나'를 만들 것이다.


그런 '하루'가 소중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잠자리에서 일어나 눈만 깜빡거리고 나면 하루가 벌써 지나가 버리는 느낌이다.


이렇게 후딱 가 버리는 '하루'를 잡고 싶다는 맘이 든다.


'하루'를 소중하게, 잘 계획해서 이쁘게, 귀하게 보내는 나의 '하루' 하루가 되기를...



보은






여백이 있는 하루


하루라는 단어를 떠올리자니 영화 “Groundhog Day”가 생각났다. 하도 오래전에 본 영화라 줄거리가 다 기억나진 않지만, 날씨 예보를 하는 기상 캐스터인 남자 주인공이 마법같이 시간에 갇혀서 매일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영화였다. 굳이 영화가 아니더라도, 변화를 두려워하는 마음에, 또는 익숙함이 편하다는 이유로 오늘이 어제 같고, 또 내일이 오늘 같은 그런 일상이 낯설지 않던 때가 있었다.


매일 동일하게 주어지는 24시간이 어떤 날은 나름 많은 것을 해낸 것 같아 뿌듯하고, 또 어떤 날은 딱히 한 것도 없는데 벌써 하루가 다 갔음을 아쉬워하며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날도 있었다. 오죽하면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라는 책이 나의 주목을 받고 호기심을 가지고 한번 읽어보게 되었을까. 새벽 기상이 화두가 되는 이유는 내 안에 하루라는 시간 안에서 많은 것을 이루고 싶은 소망이 간절하기 때문일 거라 생각된다.


나는 한때 주변 지인들에게 바쁘게 사는 사람으로 각인되어 있었다. 그 당시 새벽기도로 하루를 시작했으니, 남들이 자고 있을 시간에 나의 활동은 시작되었고, 교회에서 돌아오기 바쁘게 아이들 등교 준비와 나의 출근으로 본격적 하루가 시작되었다. 퇴근 후에도 이런저런 모임에 참여하거나, 아이들 라이드로 깨어있는 시간을 온전히 쓰고 나면 저녁밥 먹기 바쁘고, 하루를 돌아보며 생각할 여유도 없이 그렇게 또 하루가 갔다. 그 당시 나의 감정은 뭔가 몸은 무지하게 바쁜데, 어떤 만족감이나 기쁨의 충만함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이 사회가 은연중에 바쁨을 너무 미화하고 있는 건 아닌가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최근 들어 나의 삶은 예전만큼 하루 일과가 촘촘하게 짜여 있지 않다. 달라진 점은 하루 중에 나를 위한 시간이라는 이름으로 여백이 있다. 예전에는 누군가가 만나자고 연락을 하면 마치 ‘난 항상 대기 중입니다.’ ‘나의 시간은 당신 것입니다.’라고 말하는 듯, 거절하지 못하고 항상 만남에 응했다. 심지어는 저녁 9시가 훨씬 넘은 시간에도 우리 집에 오는 손님을 마다하지 못했다.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는 다른 사람들에 의해 휘둘리는 나의 생활이 불만족스러웠다.


요즘은 나를 위한 책 읽기와 생각을 위한 산책 시간이 확보되다 보니 삶의 만족감이 훨씬 커짐을 느낀다. 날마다 짧게라도 책을 읽고, 산책하며 읽은 내용을 곱씹거나, 그날그날 처리해야 할 만큼의 고민을 걸으면서 해결한다. 물론 걷는다고 해서 문제가 바로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미처 생각해 보지 못했던 생각들이 떠오르는 놀라운 경험을 한다.


하루 중 여백을 만들면서 내게 일어난 이런 감정의 변화를 일찍 깨달았더라면, 한국에 살 적에 큰 아이를 그렇게까지 학원 뺑뺑이를 보내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뒤늦은 후회를 해본다. 맞벌이를 하느라 아이를 집에 혼자 둘 수 없어서 어쩔 수 없는 대안으로 방과 후 날마다 학원 뺑뺑이를 두 개씩 돌렸었다. 아이가 잠시도 쉬지를 않고 뭔가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잘하고 있는 것이리라 스스로 믿었건만, 아이가 실제로 느꼈을 삶의 질은 어땠을까 생각하니 너무 미안한 마음뿐이다. 인간은 생각과 감정, 관계의 동물이다. 나 자신과 온전히 평화를 누릴 때,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평화를 누릴 수 있으리라. 오늘 하루도 나 자신과 평화를 이루었나 되돌아본다.


소냐민정@mjk_immigration



너의 하루가 궁금해


나는 시간 욕심쟁이다. 하루가 너무 아까워서 약속 없이, 중요한 업무 없이 하루를 보낸 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내가 처음으로 엄마가 되었을 때 아이에게 온전히 모든 것을 쏟는 시간이 너무 어색하고 심리적으로 힘들기도 했다. 하루 종일 한 일이라고는 아이 씻기고, 젖 물리고, 기저귀 갈아주기, 번개 같은 속도로 밥을 하고 설거지를 하고, 대중없는 식사시간에 틈틈이 국에 밥을 말아 끼니를 때우면서 새벽녘 잠들기 전 난 깨닫는다. "아..... 나 오늘 세수도 안 했네...... 이는 닦았나??" 난 어디 가고 나의 하루는 누구한테 도둑맞은 걸까?? 그때는 너무 철없고 경험 없는 초보 엄마여서 그때 나의 일이 얼마나 중요하고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잘 몰랐다.


나의 첫째 공주님은 10달 내내 까칠하게 내 뱃속에서 자기의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내었다. 9개월 동안 계속되는 입덧으로 인해 난 배만 뽈록 나온 아프리카 기아 난민 같은 보기 안쓰러운 임산부였다. 그 당시 내가 먹을 수 있었던 음식은 팀 홀튼 아이스 카푸치노가 전부였으니 당연하다. 그런데 카페인의 힘이었던가.... 신생아 하루 수면시간은 10-12시간 이라던데 우리 공주님은 최대 5시간, 정말 잠 안 자는 아기로 유명했던 그분은 지금도 나와 너무 닮았다. 그분도 시간 욕심쟁이다. 아마도 잠자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잠을 자지 못 했던 건 아닐까? 그분이 3살이 되고 아주 야무지게 말을 시작할 때쯤 우리의 아침 기상나팔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일어나! 빨리 일어나! 벌써 아침이야!!!!! 쪼금 있으면 밤이 온다고!!! 빨리 일어나!!!"


그때는 또 다른 신생아를 돌보느라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고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엄마 노릇에 물어보지도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옛이야기 재밌는 추억으로 웃어넘길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때 물어봤어야 했다. 우리 공주님이 생각하는 하루는 어땠기에 그렇게 숨 가쁘게 바빴을까? 내가 좀 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아이의 생각을 물어봐 주고, 인정해 주고, 받아줬다면 인생 3살 우리 공주님의 삶이 풍요로웠을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미안한 마음이 든다.


지금도 난 아주 바쁘게 살아간다. 하루를 마치 3일처럼! 하지만 이번에는 이 바쁜 나의 하루에서 아이들의 하루를 궁금해하고 물어봐 주는 여유 있는 엄마이고 싶다.


엄마는 너의 하루가 궁금해.


famiroyale@canada_famiroyale



하루 팝니다


여름 매미는 무슨 합창을 하는지 머리가 띵할 정도로 앵앵거렸다. 평상에서 만화책을 보며 낄낄거리던 현서는 내리쬐는 햇빛의 따가움을 피해 그늘진 대청 마룻바닥에 드러누었다. 이 바닥 밑에는 분명 얼음이 있을 거라는 상상과 함께 서늘함이 등 바닥에 골고루 전달될 무렵 소로록 낮잠에 들었다.


매미에 모자라 이번엔 파리들이 앵앵거리며 이마에 붙었다 다리에 붙었다 하는 통에 잠을 설치는 사이 노인 회관에서 한글 공부를 마치고 돌아오신 할머니가 장바구니를 내려놓는 소리에 온몸을 비비 틀며 한쪽 실눈을 겨우 떴다.


“딱 굼벵이네 그랴. 하하하, 조금만 기다리라, 얼릉 된장 끼리가 상추 쌈 싸묵자. 삼겹살 사 왔다.” 서울서 일하는 아들 부부가 맡긴 현서는 6개월만 봐달라 하던 것이 2년이 다 되어가고 이젠 두 사람의 생활이 어느 정도 안정감에 접어들어 가끔 만나는 엄마, 아빠도 너무 사무치게 그립지도 않았다.


저녁 공기가 차지도 덥지도 않은 적당한 때, 할머니는 딱 입에 알맞게 쌈을 싸서 연신 연서 입에 넣어준다.


“행복이라카는기. 현서야. 그게 별게 아니고 이렇게 니캉 내캉 고기쌈 싸묵으면서 저녁 하늘 한번 바라볼 수 있는거대이.” 할머니는 이 레퍼토리를 하나도 토시 안 바꾸고 매번 그날 저녁상 요리 이름만 바꿔 넣은 채 이야기한다. 저번 주는 고등어 발라 먹으면서 똑같은 문장을 들었다. 텔레비전 드라마 삼매경이던 할머니 어깨가 잠시 기우나 싶더니 에고고 하시며 일어나 벽 달력에 오늘 배운 한글 몇 자를 적고서는 “오늘 하루도 잘 살았습니데이. 내일 하루도 잘 부탁합니다” 하시며 종이를 찢으니 내일 날짜가 벙긋하고 나타났다.


“아~ 아직 7월 14일, 시간 왜 이렇게 안 가는 거야?” 현서가 볼을 쑥 내민다. “니 엄마, 마이 보고 싶제. 느리게 가는 거 같아 싫을 줄 모르지만 내는 이렇게 시간 가는 게 좋다.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다 현서야.” 묻지도 않은 질문에 대한 할머니의 답에 당황한 현서는 다른 말로 달력 타박을 한다.


“할머니, 요즘 월별 달력 좋은 거 많은데 구질구질 하게 그게 뭐야? 그리고 누구한테 감사하다고?” “야가 뭐라카노, 이 달력이 매일매일 이렇게 날짜 계산하면서 찢으면 치매 예방에 좋다고 우리 동네 노인들 다 같이 시장에서 산거다. 그라고 내 한글 연습도 할 수 있게 널찍하고.” 말도 안 되는 설명에 현서는 입을 삐죽거리곤 전등을 껐다. “맨날 거기다 뭘 적어?” “그냥 오늘 배운 단어도 적고 중요한 날 표시도 하지. 인자는 좀 길게도 쓸 수 있다 아이가 내가 ㅎㅎㅎㅎ.”


할머니의 자화자찬 소리가 아득해지면서 현서는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 할머니가 여느 때 보다 좀 더 오래 벽 달력에 서서 뭔가를 쓰신다. 그리고는 오늘은 이상하게 달력을 찢지도 않고 침목에 드러누우셔서 잠을 청하신다. 이상하다 싶어 새벽녘에 먼저 살짝 일어나 달력을 보았다. “오늘도 기똥차게 보내습니다. 감사함니데이. 내일 눈을 뜰 수 이쓰까 싶은데 아들한테 물려줄기 업어서 그거 생각하믄 가슴이 아프네에. 그냥 열씨미 사라떤 제 하루하루를 전당포에서 만일 사준다카마 팔고 십슴니다. 아마 비싸게 쳐줄 거라에. 이 세상 살면서 힘든 일도 마나써도 이만하믄 잘 산기라서. 그라고 우리 현서캉 가치 산 시간 마니 행복해써예” 맞춤법 더 배워야겠다고 말을 건네는데 대답 없이 숨을 쉬지 않는 할머니를 끌어안고 너무 놀라 오열했다. 본인이 흐느끼는 소리에 놀라 깬 현서는 드르렁 코 고는 할머니의 등에다 얼굴을 파묻고 할머니의 푹신한 배를 만지며 생각했다. “할머니 오래 살아, 그 하루하루들 내가 살게.’


pinkpen@mindmap.anna




#오늘하루


‘하루'의 사전적 의미는 자정에서 다음 자정까지, 곧 시간의 양을 나타낸다. ‘하루’에 ‘오늘’이 더해지면 현재 시점이 되고, 긴장감, 설렘, 간절함 같은 감정들이 보태진다. 하루의 끝에서, 그 끝을 붙잡고 싶을 때가 있다. 내일이 오지 않고 계속 오늘에 머물렀으면 싶은 그런 밤 말이다. 그 순간을 놓고 싶지 않아서라기 보다도 내일이 오는 것이 반갑지 않아서다, 어떤 이유에서든. 그런 밤이면 아침에 썼던 감사일기와 확언들은 이미 잊혀진 상태다. 시작과 끝이 너무도 다른 하루가 된다. 후회 없는 오늘을 보내면, 내일을 더 자신 있게 맞을 수 있을까.


#나의하루


내 나이 서른셋의 가을, 습관처럼 안부를 묻던 사람이 하나 있다. 그는 매일 같은 질문을 했다. 말 주변도 글 센스도 없고, 표현력도 어휘력도 딱히 없어 늘 같은 단어들로 같은 질문을 던지던 사람. 밥은 먹었는지, 학교는 잘 다녀왔는지, 좋은 하루를 보냈는지 따위의 질문들을 꾸준히 던져주던 사람. 그때 우리가 나눈 대화들은 지극히 소소하고 뻔한 일상의 넋두리 정도였을 것이다. 대화의 내용들은 거의 기억나지 않지만, 이것만큼은 분명히 기억한다. 내 하루를 궁금해하는 그의 마음이 내게 적잖은 위로와 힘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늦은 밤 집으로 가는 길이, 덕분에 늘 조금은 따스했다. 고독의 밑바닥에서 허우적대던 이십 대 후반의 어느 날, ‘밴쿠버 하늘 아래 내 하루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일기를 쓴 적이 있다. 그래서였을까, 마치 몇 년 전의 내 일기를 보기라도 한 듯 꾸준히 내 하루에 대해 묻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 나는 마음을 열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같다. 이때부터였을 것이다, 9년을 알고 지낸 동생이 남자로 느껴지기 시작한 것은. 한 집에 사는 지금은 질문이 조금 달라졌지만, 그는 여전히 묻는다. 잠은 잘 잤는지, 기분은 어떤지, 일하거나 공부할 때 집중이 잘 되었는지,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냈는지.. 스트레스와 불안에 취약한 내가 좋은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수시로 내 기분과 상태를 살펴주는 고마운 사람. 내 매일매일의 하루에, 그가 있어 참 다행이다.


#좋은하루


“좋은 하루 보내세요.” 참 자주 쓰는 인사말이다. 좋은 하루란 어떤 하루일까. 대게는 특별히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는 어제와 같은 하루를 보내는 날이 더 많지 않을까.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그런 평범한 하루가 가장 좋은 하루일 수도 있겠다. 아무 사고 없고 큰 감정의 요동이 없는 잔잔한, 지루할지언정 그래도 평온한, 그런 게 좋은 하루 일지도.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오늘이 부디 좋은 하루가 되기를 바란다. 진심으로.


https://www.instagram.com/ggoomhoy/




86400의 비밀


째깍째깍 침대 옆 알람 시계는 부지런도 하다.

한순간도 쉼 없이 팔을 움직이며 원을 그린다.

‘앗 ’ 하는 순간이 1초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는 10초

하루는 24시간이요, 1,440분이고 86,400초다.

이 암호를 잘 푸는 것이 하루의 비결이리라.

날마다 반복되는 하루지만 그것이 주는 의미는 모두에게 다 다르다.

어떤 이에게 하루는 짧고, 또 어떤 이에게는 고통과 좌절로 얼룩진 아주 긴 시간이기도 할 것이다.

갑자기 죽음을 앞둔 *모리 교수의 모습이 그림처럼 떠오른다.

루게릭병으로 온몸이 점점 사그라지어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휠체어나 침대에만 누워 있는 그에게 제자 인 미치가 묻는다.

기적처럼 하루를 온전히 살 수 있다면 무엇을 하시겠느냐고.

“아침엔 일어나 커피와 함께 스읫 롤을 즐기겠네

점심땐 친구와 대화를 나누고 정원을 산책하면서 나뭇잎들의 색깔 변화를 행복하게 바라보며, 새들의 노래를 감상해야지.

그리고 저녁에는 파스타를 잘하는 식당에서 즐겁게 식사한 후 맘껏 춤을 추고 편안하고 행복하게 잠자리에 들 거야.”라고 답한다.

지극히 평범함 일상이라 미치는 좀 놀랐지만 이런 소소한 하루의 삶이 바로 행복이고 살아가는 힘이기 때문에 그리 답하지 않았을까?.


여러분은 이 질문에 무어라 답을 하시겠는가?

살 날이 오직 하루 남았다면?


“ 잘 살아야 잘 죽는다” 는 말이 있다.

그럼 도대체 잘 산다는 건 무엇일까? 인터넷에 떠도는 ‘하루를 잘 사는 법’에 대한 글들.

그것대로 하면 정말 잘 살게 되는 걸까?


하루살이는 태어나 번식만 하다가 하루 만에 죽는데 우리 인간은 오랜 시간 살아가며 마치 영원히 살 것 처럼 죽음을 생각지 않고 시간을 흘려보내기 일쑤다.

어떤 하루를 살았는지에 따라 다른 미래의 지도가 펼쳐짐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86,400

이것이 우리 인생을 만들어 가는 비밀번호인데

이 암호를 어떻게, 무엇으로 풀어내느냐에 따라 인생 질량이 달라지고 색깔이 다채로워질 것이다.

나에겐 이것을 읽어내는 두 가지 무기가 있는데 그건 바로 말씀과 책 읽기다.

이것들은 나의 삶을 받쳐주는 두 기둥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식탁 창가에 앉아 푸르스름한 하늘을 쳐다보고 눈인사를 건네고 묵상을 통해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어 삶의 든든한 뿌리를 내린다.

또 독서를 통해 만나는 수많은 멘토와 이야기를 나누며 다양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며 수용하는 자세를 배운다.

여기에 특별 비법인 ’ 행복’이란 양념까지 뿌려주면 놀라운 일들이 마구 생겨난다.

매일 반복되는 같은 일상이라도 하루를 건져 올리는 재미가 다르고 설렘이 있는 건 사물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이 다르기 때문이며 나만의 독특한 시선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선순위대로 사는 습관으로 더 이상 시간에 쫓기지 않고 내가 정해둔 일들을---말씀 묵상과 기도 , 하루 한 번 인스타에 글 올리기 , 독서 등-- 성실하게 지켜나가는 좋은 습관 부자이기 때문이다.

자녀들이 다 결혼하고 남편과 둘만 살아서 여유가 있는 게 아니냐고 혹자는 말하지만 그 오래전 아이들을 키울 때도 마찬가지였다.

집에 있건 여행 중이건 늘 같은 시간에 아이들을 재웠고 단 10분일지라도 나만의 공간에서 오붓한 나만의 시간을 누리고 틈새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책을 읽었다.

또 생활에 불필요한 모든 것은 과감히 잘라내어 시간을 휘어잡아 하루를 2배로 늘려 사용했었다.

하루를 미래에 저당 잡히고 살지 않고 순간순간을 즐기며 (어렵고 힘들 때라도) 성실과 진실함으로 시간을 엮어 내었다.

영혼은 말씀으로 가득 충만하게 채우고 물질은 비워 낸다

이것이 오히려 더 많은 걸 느끼며 누릴 수 있음을 10여 년 전부터 시작한 나의 버리기와 줄이기의 미학에서 찾을 수 있다.

더구나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는 이 시대에 나도 조그만 힘을 보태고 싶다는 마음으로

더 이상의 가구나 그 어떤 조그만 것도 집안에 들이지 않는다.

있는 가구들도 다 덜어 내고 나니 공간이 넓어져서 좋다.

또 나의 기쁨이요 자랑이었던 그 많았던 책들까지 모두 나눔을 했더니 얼마나 가쁜 한 지

이제 더는 종이책을 구입하지 않는다.

대신 전자책으로 독서를 하게 되니 종이책보다 무게도 없고 오히려 간편하고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책을 읽어서 좋다

또한 일단 구입했던 물건들은 비단 조그만 비닐 팩 까지도 오래 사용하고 쓰레기를 줄인다.

코로나로 인해 변해 버린 세상 속에서도 난 여전히 하루란 선물 보따리를 기쁨과 설렘으로 풀어낸다.


이런 하루하루의 삶들이 모여 일생을 이루고 그 하루에 그려진 밑그림과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로 만들어지는 인생 책.

이것이 바로 여러분과 나의 하루 모음집이다.

하루 한 페이지씩 미래에 색을 입히는 순간, 책은 살아나서 말을 건다.


오늘도 나에게 배달된 ‘하루’

이 소포를 풀어내는 86,400이란 숫자.

오롯이 나만의 시선으로 서서히 다가가 조금씩 베일을 벗겨낸다.

설렘과 행복으로 가득한 < 하루>라는 선물을..


성은@life_coaching.sue



하루, 그리다


어느 순간부터 내게 하루는 너무 소중하고 안쓰럽고 아픈 마음이 자리하는 시간이 되었다.

욕심이 많은데 그 욕심을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는 나.

마음의 상처가 쉽게 지워지지 않지만 이미 지워진 척하는 나.

별 것 아닌 상처에도 애써 마음을 주고 혼자 안절부절못하는 나.

모든 타인들이 나 따위는 아랑고 하지 않지만

나는 왠지 그들이 잠시 잠깐의 괴로움이 왠지 모르게 나 때문이지 않을까 걱정하며

나를 땅바닥의 개미보다 못한 위치까지 내려놓는 나.


그런 무수한 반복적인 일들로

아파서 죽을 것 같아 그 마음조차 너무 힘들고 지쳐서

정말 죽고 싶어 했던 나.

잠시 잠깐만이라도 그따위 부질없는 생각들로 나를 곪게 하지 않고 싶어

미치 년처럼 날뛰다가 곧 후회하고 다시 땅속으로 꺼지려는 나.


자기표현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그들.

그런 표현들을 안고도 너무도 당당하게 멋진 모습으로 서있는 그들.

그들 사이로 수많은 군중들 속에 왠지 모르게 동떨어져 있는 나.

날카로운 칼끝으로 온몸에 생채기를 내어놓고도

아팠니? 그럼 미안! 하고 웃으며 지나칠 수 있는 그들.

그들 사이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지면서도..

거지 같은, 쓰레기통에 처넣어버려도 시원찮을 마음으로

겨우 겨우 욕한 바가지 삼킨 목구멍으로

'괜찮아... 진심이 아니니 괜찮아'라고 말하는 버러지 같은 마음의 나.


그 마음이 진심일까 아닐까

그들이 마음이 정말 악의였을까 사고였을까 고민하며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그들의 하루를 살아갈 텐데

그걸 알면서도 내 하루 무너지는 줄 알면서도

헤어나지 못하고 왜 그랬는지를 생가하는..

멍청한 나.


나는 오늘도 하루를 살아간다.

그런.

그렇게.

그저.

그렇게.


매일 다른 하루를 꿈꾸고

매일 다른 나를 꿈꾸고

매일 다른 나의 마음이 쌓아 올린

매일과는 다른 하루를 상상하며

씩.. 웃는다.


내일, 나의 하루는 괜찮겠지.. 하며.



그대들의 하루는 어떤지..

나처럼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나처럼 곪지 않고 새록새록 새싹 같았으면 하는 바람.

그 초록의 기운을 받아 내 하루도

썩어 곪아가는 곳들이

조금씩 벗겨지고 돋아나서

작은 풀 데기 하나 자라나도 괜찮을

그런.. 하루의 내가 되었으면..


나는 오늘도..

지나가는 내 하루를 붙들고 울고 웃고

아프고 쓰려서 울부짖으면서도

다시금

다른 내일의 나의 하루를

그려본다.


잉크도 말라버린 펜을 들고서..


어느 날엔 새로이 그려지겠지..


그대들의 하루는 이처럼..

커튼을 걷어서도 모른 채 지나가서

뒤돌아 뒤돌아 다시 돌아와 걷힌 커튼 아래

구멍 뚫린 바닥을 보고서야..

'아' 하는 하루가 아니기를.



그렇게 새로운 내 하루를 위해

나는 매일,

나의 하루,

하루를 새롭게 그리려 노력한다.

그래서

나의 닉네임은..

타투 같다.


하루, 그리다.


하루@mind_here_



어느 하루


6시 6분. 언제나처럼 알람이 울린다. 사실 알람이 울리리 전에 이미 깼지만 알람이 울리기까지 눈을 감고 있었다. 오늘 할 일을 머릿속에서 그려본 후 자리에서 일어나 이브자리를 반듯하게 정리한다. 24시간을 자고 일어난 것처럼 개운하다. 책상에 앉아 어제 적어두었던 '오늘 할 일' 목록을 점검한다. 긴 목록 중에서 몇 가지를 지우고 한 가지를 추가한다. 부엌에서 따뜻한 물을 받은 컵에 레몬 한 조각을 넣은 후 다시 책상으로 돌아왔다. 평소 습관대로 타이머를 30분에 맞춰 놓고 어제 읽던 소설책을 읽는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마지막 챕터를 남겨두고 타이머가 울린다. 아직 결말을 못 봤는데..... 하는 수 없이 책을 덮는다. 결말을 찾아볼까 잠깐 고민했지만 그냥 책을 덮기로 마음먹는다. 또 타이머를 맞춘다. 이번에는 60분이다. 다행히 이번에는 타이머가 울리기 전에 할 일을 끝낼 수 있었다. 방금 마무리된 원고 전체를 인쇄하여 봉투에 담았다. 나가는 길에 우체국에 들러야지.


아침 식사를 하기 전 동네를 한 바퀴 뛰었다. 어제 비가 온 이유로 오늘은 유난히 아침 공기가 산뜻하다. 매일 먹는 야채 주스로 아침 식사를 한다. 샤워를 마친 후 한 달 전부터 챙겨놓은 물건들을 차에 싣는다. 너무 욕심을 부렸나. 크지 않은 차에 다 들어갈지 걱정이다. 결국 조수석까지 짐으로 가득 찼다. 그래도 다행히 다 들어가긴 했네. 우체국부터 들러 소포를 순서대로 부쳤다. 고등학교 친구들, 은사님, 삼촌들, 옛 직장 동료들, 그리고 그 외에도 서넛...... 박스에 적힌 이름과 편지가 혹시나 섞이지 않을까 이름을 몇 번이고 확인하고 보내느라 시간이 꽤 걸렸다. 마지막으로 봉투에 담은 원고까지 보내고 나니 오전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배가 고프다. 점심 메뉴를 아주 신중하게 골랐다. 저녁은 집에서 먹을 예정이기에 오랜만에 '단골집'에 가기로 정했다. 좋아하지만 비싼 곳이라 자주 오진 못하는 곳. 오늘은 접시 색깔에 연연하지 않으리라.


지난 추석에 다녀오고 두 달 만에 다시 찾았더니 잡초가 그렇게 많지 않다. 매번 플라스틱 조화를 새로 갈아드렸는데 오늘은 처음으로 생화를 샀다. 꽃이 사나흘은 버텨주려나 가늠하다 '아무렴' 하고 생각했다. 오는 길에 평소에는 밖에서만 바라보던 곳을 오늘은 들어가 보았다. 어렸을 때는 자주 왔었는데...... 벌써 20년이 지났지만 마치 어제 온 것처럼 익숙하고 여전하다. 무엇을 기도하고 싶어 들어온 것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들어왔으니 긴 의자의 적당한 곳에 앉아본다. 다른 두 명의 사람들과 수녀님이 각자의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들처럼 손을 모아보았지만 눈을 감지는 않았다. 결국 아무것도 기도하지 못한 채 일어섰다. 밖으로 나오니 석양이 붉다.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다. 나는 지금까지 몇 번의 저녁노을을 봤을까 수 백 번? 수 천 번?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단 한 번도 똑같은 석양은 없었다는 것.


오늘 저녁 산책은 평소보다 조금 더 천천히 걸었다. 7년을 산 동네지만 오늘따라 새롭게 보인다. 있다고 생각한 것은 없었고, 있는 줄도 몰랐던 것은 있었다. 동네가 변한 걸까 내가 변한 걸까. 산책을 마치고 집에 들어간다. 시간을 들여 청소를 하고 그보다 더 시간을 들여 목욕을 했다. 손톱과 발톱도 깎았다.

'띵-'

마침 욕실에 들어오기 전 오븐에 넣어놓은 음식이 다 되었다는 소리다. 오늘을 위해 아껴둔 와인을 꺼냈다. 큰 맘먹고 지난 생일 때 사둔 건데 생각보다 신 맛이 너무 강했다. 8.7이라는 숫자를 와인병에 적어 벽난로 위 다른 와인병들 옆에 열을 맞춰 올려두었다. 10점 만점에 8.7점이라는 뜻이다.


식사를 끝내고 식탁을 치웠다. 와인 마지막 한 잔과 함께 랩탑을 가져왔다. 서랍에서 가져온 외장하드 3개. 폴더를 두 개 만들어 파일을 하나하나 확인한 후 왼쪽 폴더와 오른쪽 폴더에 나눠 담았다. 왼쪽 폴더에는 대부분 풍경 사진이 오른쪽에는 내 사진이 담겼다. 가장 행복하게 웃고 있는 한 장은 바탕화면에 두었다. 끝내지 못한 소설 원고들은 모두 오른쪽 폴더에 담았다. 시계를 보니 10시 45분. 오른쪽 폴더를 클릭한다. '영구 삭제하시겠습니까?' 종이가 구겨지는 효과음이 들리고 이제 폴더는 하나만 남았다.


랩탑의 전원을 끄고 일기장을 폈다. 특별할 것 없는 건조한 일기를 끄적이다 보니 벌써 시계는 11시를 가리킨다. 오랜만에 와인을 마셔서인지 졸음이 쏟아진다. 아침에 확인한 할 일 리스트를 다시 한번 확인한다. 아침에 추가한 항목까지 빠짐없이 다 크로스 아웃이다. 훌륭하군. 혼잣말을 하며 미리 골라둔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정갈하게 정돈된 이불 안으로 들어간다. 불을 끄고 눈을 감고서 사람들을 하나하나 떠올린다. 가장 아쉬운 건 못다 한 말들이었다. 편지보다 눈을 보며 직접 해주고 싶었던 말들. 그렇게 긴 편지들을 썼건만 다 못한 말들이 계속 떠올랐다. 다시 몸을 일으켜 메모로라도 남겨놓을까 잠깐 고민했지만 그냥 하지 않기로 한다.


주마등 속에서 다 비슷한 것 같아도 똑같은 하루는 없었다. 마치 매일 다른 저녁의 석양처럼.

하루하루는 바빴는데 생은 느긋하게 흘렀구나, 하는 생각에 좀 웃음이 난다. 마지막으로 하기에 나쁘지 않은 하루였다. 십 점 만 점에……


황서영@https://link.inpock.co.kr/stand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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