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얼굴이 내려가있다.
억지로 티브이를 보는데도 웃음이 나질 않고
조금 슬픈 내용의 영상이 나왔을 때는 가슴 위까지 차올라있던 감정이 목 위까지 올라오려고 울컥울컥 하며 조금 넘쳤다.
울겠다는 마음만 먹으면 펑펑 울 수 있을 상태이지만 일을 해야 하니까 필사적으로 예능프로를 보며 일을 했다.
수분 지나 더 내려갈 힘이 없어졌을 때 얼굴은 울상이 되었고 몸 가득 고인 눈물을 조금 쏟아냈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또 내려간 얼굴로 일을 한다. 감정이 앞서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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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행성의 삶에 한 시간이라도 일찍 자려고 새벽 4시 30분에 일을 접고, 운동을 하고, 고양이 화장실을 치우고, 샤워를 했다. 내친김에 때도 벅벅 밀었다. 방에 돌아와 쭈그려 앉아 휴대폰을 들고 잠시 망설인 후 바뀐 그의 프로필 화면을 확인했다.
"마음과 곡식이 풍족했던 그때"
제목과 함께 사진 속엔 이사 전에 우리 집에 뒀던 그의 책상과 컴퓨터, 그리고 푸짐한 치킨 앞에 고개를 들고 있는 나의 고양이가 있다.
음악은 GD의 <삐딱하게>.
(처음으로 나와 배경음악을 달리했다.
3년 내내 나를 따라 같은 걸로 바꾸었었다,)
참 사춘기 소년 같다.
유치하게 카톡에 보란 듯 온갖 감정을 도배하다니.
그나저나 삐딱하게 가사가 이렇게 슬픈 거였나.
슬픔은 상대의 마음을 헤아릴 때 생기니까 그의 마음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애썼는데 가사를 괜히 봤다.
더덕더덕 감정이 도배된 유치한 화면에 종일 참았던 게 터졌다.
내가 침대에 앉아 소리 내어 우는 동안 나의 고양이는 다가오지 못하고 내 정강이를 이빨로 꽉 깨물고 꼬리를 부풀려 한걸음 멀찍이 서서 나를 노려봤다.
내가 처음 듣는 소릴 내서 낯설구나.
평소 자기 전에 옆에서 기분 좋게 목을 울리던 고양이가 곁에 와주지 않아 서운하다.
와주면 좋겠어.
일찍 자는 걸 포기하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닌텐도 테트리스를 켰다.
닌텐도도 테트리스도 내가 좋아해서 선물로 받았다. 소소하게 흔적이 참 많기도 하지.
이전에 6년의 연애에서 느꼈던 *동거로 인한 아픔*을 반복하지 않고자 이번 연애는 아주 매몰차게 집을 사수했는데 동거랑 무관하게 내 물건 여기저기 그가 스며들어있다.
여전히 내려간 얼굴로 영혼 없이 테트리스를 하며 그렁대는 눈물을 닦았다.
블록들이 순식간에 쌓여 계속 하위권으로 죽었다.
휴지를 한 장 더 뽑아왔다.
게임을 해도 승부의 도파민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