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경영대학원(MBA) 입시에서는 여러가지를 다면적으로 평가하는데 아래와 같은 것들이다. (순서는 우선순위가 아니며 하나가 높다고 무조건 되는 것도 아님. 학교마다 기준도 다름)
1. 입학시험: GMAT or GRE
2. 외국어능력시험: TOEFL or IELTS
3. 학교별 에세이
4. 레주메 resume (커리어)
5. 학부 GPA
일단 MBA를 준비하겠다고 마음 먹으면 우선 입학시험과 외국어능력시험을 쳐야하는데, 좀 더 많은 학교에서 일반적으로 받아주는 점수는 GMAT과 TOEFL이다. 유럽권 MBA나 학교에 따라서 GRE도 함께 받기도 하지만 나는 옵션을 넓히기 위해 GMAT을 택했다.
GRE는 일반 대학원 석사 과정에 지원할 때 치는 시험으로 좀 더 문과적 성격이 강하고 단어 외우는 게 중요하다고 들었다. 그에 비해 GMAT은 단어를 많이 외워야 한다는 느낌보다는 빠르고 논리적인 사고력을 요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좀 더 수리적인 성격이 강한 느낌. 단어 외우는 걸 너무나 싫어하는 나로써는.... GMAT이 어차피 잘 맞는 시험이었던 것 같다.
GMAT과 TOEFL 중 어떤 걸 먼저 준비할 지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겠지만, GMAT이 훨씬 더 어려운 시험이기 때문에 (또한 점수가 언제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 무조건 GMAT 부터 시작하기를 추천한다. (GMAT 끝내 놓으면 토플은 어느 정도 이미 준비가 되어있게 된다. 또한 토플 점수는 공부한다고 잘 안바뀌는 거 같다)
GMAT 시험은 크게 언어(Verbal)와 수리(Math) 영역으로 나뉘며 이 외에 IR(논리)과 AWA(작문) 영역이 있다.
이 중 GMAT 점수 총점(800점) 에 영향을 미치는 시험은 언어와 수리 두 가지이며, IR과 AWA는 점수가 별도로 표시되고 보통 최저기준만 넘으면 된다고 알려져있다.
GMAT 언어는 총 3개 분야로 나뉘는데 크게 아래와 같다.
1) RC: 독해, 내용에 맞는 질문 답변이 주가 됨
2) SC: 문장교정, 문법에 맞게 가장 적절한 표현 고르기
3) CR: 논리, 짧은 문단을 읽고 특정 내용을 서포트하거나 반박하는 등의 질문에 맞는 내용 찾기
수리는 총 두 개 유형으로 나뉜다.
1) PS: 일반 수리 문제풀이
2) DS: 수리 문제에 논리력이 결합된 문제 풀이
50대 50으로 만점은 800점이지만 800점을 받았다는 사람을 직접 본적은 없고.... 780까지가 거의 최고점인 것 같다. 점수는 당연히 잘 받을수록 좋지만 목표하는 학교의 평균 지멧을 참고하면 좋다. 학교마다 지난해 입학자의 평균 지멧 점수들을 공유하는데, 상위 30위권 MBA는 대체로 700점 초반~730점 정도가 평균치다.
+
학교에서는 다양성을 신경써서 사람을 뽑기 때문에 대체로 아시아 사람들은 아시아 사람끼리 경쟁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시험을 잘 치는 경향이 있는 아시아 사람들의 평균지멧은 좀 더 높은 편이라고 한다. 추가적으로 여성의 경우 다양성에서 플러스 점수를 받기 때문에 지멧이 조금 더 낮아도 된다는 얘기가 있...지만 결국 이 모든 건 카더라 통신이고 정답은 없다. 토종인 나로써는 무조건 시험점수를 잘 받아야 된다고 생각했고, 풀타임으로 지멧을 준비하는 만큼 과감하게 "3개월 내 730점"을 목표로 잡았다.
GMAT은 딱히 자료가 많은 시험은 아니라서 교재도 공식적으로 매년 발간하는 GMAT Official Guide 책이 전부다. 이 외에는 이전 년도 오피셜 가이드에 조금씩 다르게 수록되어있는 문제를 참고하거나, "mba.com"에서 제공하는 prep이나 연습 문제 세트를 사용해 연습할 수 있다.
여튼 외국인에게도 어려운 시험인만큼 자습보다는 학원이 낫겠다는 판단으로 (한국의 강점 아니겠는가!) 2018년 1월 한 GMAT 학원을 등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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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참고할 점은 GMAT 학원 선생님들의 영어가 fluent 하게 느껴지지는 않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내 친구중에는 선생님 발음이나 엑센트를 듣기 힘들다고 학원 수업을 듣지 않는 친구도 있었다. 하지만 지멧을 잘 가르치는 것과 영어발음은... 적어도 내 경험으로는 다른 문제였다.
그리고 그 후 장장 7개월간 정말 지옥같았던 GMAT 여정이 시작되었다.
지멧은 1년에 총 5번까지만 시험을 볼 수 있는데 5번을 다 쳐가면서야 점수를 받아낼 수 있었다.
내가 공부했던 방법은 크게 다음과 같았다.
[초기] 학원공부: 이론 수업 1달 -> 실전 수업 1달
[중기] 개인공부: 인강 + 하루 3세트씩 문제풀이 + 개인 과외 2달
[후기] 복습: 남자친구 가르쳐주며 이전에 풀었던 OG(Official Guide) 몇 권 리뷰
사실 콧대만 높았던(?) 나의 원대한 계획으로는 1월부터 준비해서 3월달에 730 받고 4-5월 토플 준비해서 끝내고 좀 놀면서 에세이 준비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여튼 최대한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으로 초기부터 학원 수업도 열심히 듣고 복습&숙제 열심히 한 덕에 모의고사 (Prep) 점수도 670점 대에서 750점 대까지 획기적으로 올랐다. 그래서 시험도 문제 없으리라 생각했다.
3월 3일 첫 시험 670점.
GMAT 공부조차 하기 전에 prep으로 본 점수와 동일했다. 정말 당혹스럽기 이를 데 없었다. (지멧 점수는 당일에 바로 뜬다. 시험을 다 치고 마지막 엔터를 치자마자 점수가 나옴..... 4시간 미친듯이 집중해서 진짜 열심히 시험 쳤는데 쓰지도 못할 점수 나오면 정말 멘탈에 타격온다)
실전에서 긴장하는 타입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공부를 하기전과 점수가 같다니..... 이렇게 불안한 실력으로는 뭘 해도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빡센 자습 기간을 시작했다. 하루에 3세트씩 (한 세트당 약 2시간 소요) 문제 풀이를 돌리고 인강을 들었다.
이렇게 하자 오피셜 가이드 문제들이나 존재하는 학원 문제들은 거의 외우는 수준이 되어서 Prep 점수는 계속해서 770점이 나왔다. 이제 진짜 준비가 되었다는 생각에 다시 시험을 쳤다.
하지만 이게 왠걸?
3월 31일 두 번째 시험. 710점.
4월 18일 세 번째 시험. 710점.
솔직히 나쁜 점수는 아니었지만, 매일 열심히 하고 있는 것과 높게 나오는 prep 점수에 비하면 실망스러운 점수대였다. 매일매일 너무 열심히 공부하는데, 실전에서 계속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자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고, 다시 시험을 치고 싶은 마음도 자꾸만 사라졌다. GMAT 별로 안 중요하다는 사람들도 있던데 그냥 710으로 지원할까 싶기도 했고 힘든 마음에 중간에 토플도 한 번 치고 왔다. (토플이 휴가인 현실)
이후 케빈도 GMAT을 한 번 쳐보겠다고 해서, 케빈에게 GMAT을 가르쳐주면서 다시 오피셜 가이드를 리뷰했다. 열심히 준비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기왕 같이 준비 한 거 시험을 쳐보자 싶어 네 번째 시험을 쳤다.
6월 22일 네 번째 시험. 680점.
680이라니...... 첫번째 시험에서 10점 밖에 오르지 않은 점수대. 눈물이 났다. 솔직히 시험 점수가 뭐라고 이 나이에 이러고 있나 싶지만 진짜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안 나오니 답답했다. 설상가상 케빈은 2주 공부하고 첫 시험에서 바로 740점을 받았다. 축하하면서도 6달 공부하고 이런 점수 받은 자신에게 화가 나는게 더 컸다. (물론 케빈도 이후 3번의 시험에는 이만큼 점수가 안 나왔으니 각자 운과 컨디션이 다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진짜 GMAT이 지긋지긋했다! 아오 정말 문제를 너무 많이 봐서 다 외울 지경인데 실전에서는 매번 다른 표현, 다른 유형이 나오는데 어쩌란 말인가. 게다가 수능때도 너무 떨어서 시험 못 쳤고, 지멧에서도 매번 손을 덜덜 떨 정도로 긴장했다. (발표할때도 안 떠는데 시험에만 왜 이런담...) 우황청심환도 소용이 없었다. 이건 뭐 공부하건 안하건 되는 시험 같지도 않고 그냥 710으로 내야겠다 싶었다.
그런데 케빈이 말하길, 어차피 이제 밑져야 본전이니까 공부 하나도 하지 말고 당일 컨디션을 최대화 할 수 있는 전략을 짜서 딱 한 번만 더 시험을 쳐보라고 했다.
크허.... 내가 여기 투여한 돈과 시간만 얼마인가. 근데 이걸 또 하라고?
진짜 너무 지긋지긋했지만 그래도 1년에 주어지는 기회 5번을 다 채우지 않으면 후회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에라 모르겠다 마지막 시험을 쳤다.
7월 19일 다섯 번째 시험. 760점.
엥? 760점? 760점???? 눈을 씻고 다시봐도 760점이었다. 드디어 됐다! 게다가 목표 점수보다도 훨씬 높은 점수. 상위 1%에 가까운 점수가 나왔다!
그간 내가 들인 노력과 돈ㅋㅋㅋㅋ을 생각하면 자랑스러운 점수였지만 그간 이 점수를 받기가 너무나 어려웠기에 믿기지 않는 점수이기도 했다. 당장 점수를 리포트했고 자랑스럽게 내 성적표를 갖고 나왔다.
좀 말도 안되고 누구에게나 적용될 내용도 아니지만 혹시나 당일 긴장해서 시험을 잘 못 치는 사람이 있다면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라도 시도해보길 추천해본다 ㅋㅋㅋㅋ
<시험 컨디션 최대화 계획>
1) 시험 전날 문제를 많이 풀지 않고 약 10문제 정도만 풀어보고 저녁 8시쯤 수면유도제 먹고 일찍 잠
2) 다섯시쯤 깨서 견과류/사과/다크초콜렛/요거트 등 뇌에 도움되는 음식 위주로 아침을 먹음.
3) 누트로픽 (뇌에 좋은 영양제) 주스에 타먹음. (시험 약 2주 전부터 꾸준히 먹음)
4) 빠른 속도로 소리내어 영어책을 읽으며 뇌를 깨움
5) 엄청 빨리 돌아가는 사진 영상을 보며 뇌를 깨움.
6) 오답노트 1독하고 Verbal 문제를 5문제 정도 품.
7) 커피와 화이트 와인을 소량 마심
8) 포도당 캔디를 사서 시험 시작 전과 쉬는 시간 중간중간에 엄청 먹음.
특히 이 중 와인을 소량 마신 게 신의 한 수 였던 거 같지만 아무에게나 추천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ㅋㅋㅋ 하여간 그렇게 감사한 결과로 지난했던 지멧의 여정이 마무리되었다.
개인적으로는 학원에서 초창기 집중적으로 배운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초기 두 달 정도는 학원에서나 학원이 여의치 않는다면 인강으로 빨리 시험을 익히기를 추천한다. 내가 다닌 학원은 켄프렙이었고 인강도 국병철 선생님 인강을 봤다. 수학은 학원보다도 이상규샘 인강이 국내에선 독보적인 거 같다. 이거보고 속도만 연습하면 대체로 50, 51 나오는 듯하다. (스터디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별로였음) IR이나 AWA는 어느 정도 문제 유형이 정해져있으니 인강으로 유형을 받아 익히고 차분히만 풀면 어렵지 않다.
자습에 있어서는 Official Guide 나 mba.com 에서 추가 문제를 구매해서 "반드시" 시간을 재며 푸는 것이 좋다. 1세트에 해당하는 문제 수대로 실전 시험 시간과 동일하게 푸는 것이다. 컴퓨터로 치는 시험이므로 OG도 mba.com 을 통해 (혹은 pdf로) 컴퓨터로 문제를 보면서 풀이해보는 것이 좋다.
단어의 경우 국병철 선생님 버벌책 뒷 부분에 나온 일부 필수 단어들을 외운 것이 도움이 되었고 그 외에는 오답 위주로만 확인해도 충분하다.
Yes. 도움되었다고 생각한다. 리스크가 있는 창업 커리어(이름 아는 기업 전무), 평균 수준의 토플과 학점으로 그래도 인터뷰도 많이 받고 몇 군데는 합격까지 했으니 말이다. 최종적으로 전액장학금을 받는데도 큰 역할을 했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그 중 지멧 영향이 얼마나 큰지 알수는 없다)
물론 학교에 따라 총 지멧 시험을 몇 번 쳤는지 쓰게 하고 다섯 번까지 치는 걸 권장하지 않는 곳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점수를 올릴 확신이 있다면, 아니면 그냥 나처럼 미련이 남을 것 같다면 스스로를 위해서도 해보는 게 좋은 거 아닌가 싶다.
이렇게 긴 글이 될 줄 몰랐는데 쓰다보니 생각보다 길어졌다. 이렇게해서 그간 공감할 사람이 없어 묵혀만 두었던(?) 나의 지멧 여정에 대한 기록을 마무리한다. 얼른 입시 내용 다 쓰고 엠비에이 생활 공유해야지 :)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는 글이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