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프레젠테이션, 첫 번째 월급
지난 주 금요일까지 해서 어느덧 인턴십도 3주가 지났다. 이번 주는 일주일 동안 Summer Shutdown 이라고 전사가 쉬는 기간이라 막간을 이용해 이렇게 블로그를 남겨본다.
1. 팀원들과의 미팅
재택근무라 그런가? 다들 미팅도 워낙 많고 시간 맞추기가 힘들어서 2주차 마지막날 오후에야 팀원들과 Happy hour 를 가질 수 있었다. Happy hour 가 늦어졌다보니 사실상 그 전에 이미 각 팀원들과 개별 커피챗을 끝낸 상황이긴 했다. 그래도 Happy hour 는 좀 더 사적인 얘기도 나누고 친해지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상 화상통화로 여러명의 사람들이 회식마냥 가깝게 얘기하기는 쉽지 않았다. 약 한 시간 가량 돌아가면서 서로 집 보여주기를 했는데 난 Airbnb 에서 묵는지라 딱히 집에 보여줄 게 없기도 했고.. ㅋㅋㅋ 여전히 팀원들과 친해지는 면에 있어서는 사무실에 나가는 게 훨씬 나았을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 들기는 하지만! 어쨌든 이젠 팀원들도 클레어가 이 팀에 있다는 걸 알긴 한다는 점에 의의를 두기로...
2. 멘토의 변경(혹은 추가)
인턴십을 시작하면서 내 매니저(직속 상사) 외에도 멘토가 배정되었다. 내 매니저는 직급이 높은 편이라 일주일에 한 번 미팅을 하긴 하지만 Day to day 업무를 물어보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어서, 그런 부분에서 도움을 받으라고 배정된 멘토였다. 하지만 사실상은 멘토가 너무 바빠서 뭔가를 질문하거나 도움을 받기가 매우 어려웠다. 원래 격주에 한 번 하기로 했던 미팅도 취소하고 그냥 슬랙으로 연락하라고 했는데 슬랙으로 같은 걸 4번 요청해도 답변이 없고.. ㅠㅠ 내가 뭘 밉보인건가... 다른 팀원들 얘기를 들어보면 그 사람이 워낙 일이 많고 바쁘것 같긴 했지만, 그래도 배워가며 일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모든 걸 스스로 찾아내야 해서 좀 힘들었다. 그 와중에 그 사람 미팅 Shadow 해도 되냐고 물어봐서 꾸역꾸역 미팅 몇 개에 같이 초대를 받긴 했지만 그것뿐.. ㅋㅋㅋ
그래서 고민 끝에 슬며시 매니저에게 얘기를 꺼내봤는데 매니저도 그걸 알았는지 이미 다른 사람을 추가적으로 멘토로 배정해두었다고 했다. 말이 추가지 사실상 변경에 가까울 것 같다. 혹시나 기존 멘토가 매니저한테 무슨 말을 꺼낸건가 해서 불편한 마음이 아예 없진 않았지만, 그래도 내가 일하기엔 다른 멘토가 추가되는 게 훨씬 나을 것 같다. 읽씹은 이제 그만...
큰 테크 회사들에서는 개인들이 선택하는 커리어 트랙이 대체로 크게 두 방향으로 나뉘는데 1) People manager 라고 사람들을 관리하는 매니저쪽으로 빠지는 게 있고 2) Individual Contributor 라고 그냥 각자 업무 분야의 개인 전문가로 빠지는 방향이 있다. 아는 언니 생각으로는 아마 그 멘토는 People manager 가 될 관심이 없어서 그런 거 아니겠냐고 하긴 했는데 과연 그랬을지는... 여튼 미국 문화가 그런지 몰라도 딱히 인턴을 챙겨준다기보다는 알아서 생존해야 한다는 느낌이 강했던 것 같다 ㅋㅋ 그래도 매니저는 훨씬 잘 챙겨주는 편이라 다행이었다.
3. 매니저의 3주 휴가 선언 + 프로젝트 중간 발표
그러던 어느날(?) - 아마 2주차 마지막 날이었던 것 같다 - 매니저가 7월 22일까지 약 3주의 휴가를 선언했다. (전사 공휴일인 이번주를 포함하면 약 4주) 꽤 오랜기간 떠날 예정이다보니 떠나기 전 금요일에 내 프로젝트 진행상황을 팀 전체에 발표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떠냐고 제안했다.
나의 첫 주 포스팅을 보면 알겠지만 첫 주까지만 하더라도 여전히 워낙 붕 뜬 상태여서 회사생활 자체에 대한 감을 잡기 바빴던 터라 벌써 내 프로젝트에 대해 1시간이나 얘기할 게 있을까 해서 진짜 걱정을 많이했다. 하지만 매니저가 떠나기 전 다른 팀원들을 내 프로젝트에 Engage 시킬 좋은 기회라는 생각도 들어서 원래는 8월 말에나 한 번 하기로 했던 발표를 매달 한 번씩 1,2,3차로 진행하기로 했다.
물론 한 시간 내내 내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30분은 되어야 할 것 같았는데 그 조차도 그렇게 긴 프레젠테이션을 영어로 혼자 해 본적이 없어서 좀 부담스러웠다. 사실 영어도 영어지만 안 그래도 미팅 많은 요즘 모두의 시간을 아깝게 하고 싶지 않아서 컨텐츠 채우느라 특히 부담이었다. 워라벨은 갖다버리고 월화수목 종일을 발표 준비에 바쳤다. 내 프로젝트의 다음 단계는 유저 인터뷰였지만 그건 밟아야 할 단계가 많았던 고로, 그 외에 현재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들이나마 여러모로 분석해서 집어넣고 리서치도 하고 앞으로의 계획도 최대한 상세하게 공유했다. 그리고 인턴십 시작하기 전 유저로써 생각해봤던 아이디어들도 공유하면서 의견을 들었다.
컨텐츠 채우는데도 시간이 부족해서 실제 프레젠테이션 준비는 링글로 두 번 정도? 밖에 못해서 좀 아쉬웠다. (그래서 충분히 자신감있게 표현이 안된거같아서 그게 좀 아쉽..) 그래도 컨텐츠적으로는 다행히 많이들 흥미로워하는 것 같았고, 특히 PM이 두 번째 발표도 꼭 오고 싶다고 다른 PM들 불러온다고 해서 뿌듯하고 좋았다! 매니저도 칭찬을 아끼지 않아 그간의 야근이 결실로 돌아오는 순간이었다. 물론 또 2-3주 후에는 상사의 상사와 1:1 미팅이 있고, 얼마 안 있어서 2차 발표, 그리고 또 3차 발표가 있을테니 1차 발표는 시작일 뿐이지만... 그래도 뭔가 어떻게 하면 될지 감을 잡아간다는 느낌이다.
4. 첫 급여
열심히 준비했던 발표가 끝나고 금요일에 드디어 첫 급여를 받았다. 내 회사가 아닌(?) 다른 회사에서 받는 첫 급여라 왠지 감회가 새로웠다. 부모님께도 바로 감사의 용돈을 쏴드렸다.
이번 경험은 정말 여러모로 나에게 처음 해보는 경험이다. 대기업에서 일하는 것도 처음, 미국 회사도 처음, 재택근무도 처음, Growth marketer 라는 업무도 처음이니 말이다. 그러다보니 다양한 방면에서 느끼는 게 참 많다.
대기업 vs 스타트업
아직 3주밖에 안되었지만 그래도 확실히 차이를 느끼는 것들이 있다. 우선 큰 회사에서는 사람들의 롤이 매우 세분화/전문화되어있다. 그래서 스페셜리스트가 되기에는 좋지만 여러 분야의 스킬을 갖고 있고 활용하고 싶어하는 경우에는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다소 제한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사람이 많은 만큼 하나를 하려고 해도 밟아야 하는 스텝도 많고 얻어내야 하는 협업도 많아서 뭔가 결정이 되고 진행되는 것도 아무래도 더디게 느껴진다. 또한 개인적으로 일을 할 때 최대한 관련된 많은 걸 파악하고 이해하고 싶어하는 편인데, 프로덕 하나에도 관련된 팀과 사람들이 너무 많다보니 그것도 훨씬 더 어려운 느낌이랄까.
하지만 당연히 강점도 있다. 각 분야만 깊이 고민하는 전문가들이 모여서 일하다보니 모든 스텝을 확실히 퀄리티있게 잡고 넘어간다는 느낌이다.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도 많고! 만약 내가 스타트업으로서 똑같은 걸 했다면 어떻게 했을지가 그려지는데, 그 땐 분명 이 분야도 공부하고 저 분야도 공부하면서 많은 시간을 썼어야 했을거고, 그랬더라도 어느 정도 퀄리티를 포기하고 그냥 실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겠지. 그리고 또 하나 다른 점은 스타트업은 내가 하는 업무를 평가해줄 사람이 없고 실패확률도 워낙 높다보니 내 능력에 대해 객관화가 안된다는 느낌이었는데, 대기업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고 비교적 내 능력의 객관화가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짧게 일하고 결론을 내리긴 이르겠지만 지금으로써는 좀 더 규모가 작은 회사에서 좀 더 자율성과 넓은 범위의 책임을 가지고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하지만 진짜 아직 일한지가 너무 얼마 안되었으므로 판단을 최대한 보류하기로!
기대되는 것들
중간발표를 위해 현재 상황 분석을 하다보니 내 이번 여름 프로젝트가 팀에도 중요한 프로젝트라는 생각이 들어서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그리고 지난 학기에 배웠던 데이터 분석을 매우 직접적으로 써먹고 있어서 그 점도 너무 재밌다. 또한 이전 창업에서는 COO로 주로 실무단을 맡다보니 내가 갖고 있는 창의성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인턴십에서 각종 아이디어들을 내는 게 너무 재밌고 그런 아이디어들에 대해 반응도 좋다보니 스스로의 Creative side 에 대해서도 좀 더 자신감을 갖게 된 것 같다.
이런 강점 개발 외에도 좀 더 큰 단위로는, 미국사회에서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의 협력과 협조를 얻어내며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는 첫 번째 경험이 될 것 같다. 정말 여~러모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아 감사하다.
지금까지의 인턴십 경험을 요약하자면 '닥치는대로' 라는 말로 요약할 수가 있을 것 같다.
어찌보면 MBA를 처음 시작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미팅이니 커피챗이니 하나하나 굉장히 부담느끼고 미리 준비하는 스타일인데, 정작 인턴십이 시작되니 이런 게 너무 많이 들이닥쳐서 이전만큼 준비도 못하고 그저 닥치는 대로 해내는 느낌이다. 뭔가를 두려워하거나 완벽해질때까지 준비할 틈도 없고 약간 '그냥 하는' 느낌.
근데 그게 나같은 성격에는 도움 되는 면도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조금씩 닥치는 대로 하면서 나 자신을 단련시키다보면 어느새 미국에서도 좀 더 자신감있게 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이번엔 너무 100% 일기같은 글이 된 것 같다. 다음엔 MBA 인턴십에 대한 좀 더 전반적인 생각을 공유하는 글을 적어봐야겠다. 우선 그 전까지 내 프로젝트 잘 마무리하고, 팀에도 기여하고 나도 성장하는 시간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