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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클레어 Jun 30. 2020

MBA 인턴 3주차, 닥치는대로!

첫 번째 프레젠테이션, 첫 번째 월급

지난 주 금요일까지 해서 어느덧 인턴십도 3주가 지났다. 이번 주는 일주일 동안 Summer Shutdown 이라고 전사가 쉬는 기간이라 막간을 이용해 이렇게 블로그를 남겨본다.



3주간 있었던 일


1. 팀원들과의 미팅

재택근무라 그런가? 다들 미팅도 워낙 많고 시간 맞추기가 힘들어서 2주차 마지막날 오후에야 팀원들과 Happy hour 를 가질 수 있었다. Happy hour 가 늦어졌다보니 사실상 그 전에 이미 각 팀원들과 개별 커피챗을 끝낸 상황이긴 했다. 그래도 Happy hour 는 좀 더 사적인 얘기도 나누고 친해지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상 화상통화로 여러명의 사람들이 회식마냥 가깝게 얘기하기는 쉽지 않았다. 약 한 시간 가량 돌아가면서 서로 집 보여주기를 했는데 난 Airbnb 에서 묵는지라 딱히 집에 보여줄 게 없기도 했고.. ㅋㅋㅋ 여전히 팀원들과 친해지는 면에 있어서는 사무실에 나가는 게 훨씬 나았을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 들기는 하지만! 어쨌든 이젠 팀원들도 클레어가 이 팀에 있다는 걸 알긴 한다는 점에 의의를 두기로... 


2. 멘토의 변경(혹은 추가)

인턴십을 시작하면서 내 매니저(직속 상사) 외에도 멘토가 배정되었다. 내 매니저는 직급이 높은 편이라 일주일에 한 번 미팅을 하긴 하지만 Day to day 업무를 물어보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어서, 그런 부분에서 도움을 받으라고 배정된 멘토였다. 하지만 사실상은 멘토가 너무 바빠서 뭔가를 질문하거나 도움을 받기가 매우 어려웠다. 원래 격주에 한 번 하기로 했던 미팅도 취소하고 그냥 슬랙으로 연락하라고 했는데 슬랙으로 같은 걸 4번 요청해도 답변이 없고.. ㅠㅠ 내가 뭘 밉보인건가... 다른 팀원들 얘기를 들어보면 그 사람이 워낙 일이 많고 바쁘것 같긴 했지만, 그래도 배워가며 일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모든 걸 스스로 찾아내야 해서 좀 힘들었다. 그 와중에 그 사람 미팅 Shadow 해도 되냐고 물어봐서 꾸역꾸역 미팅 몇 개에 같이 초대를 받긴 했지만 그것뿐.. ㅋㅋㅋ 


그래서 고민 끝에 슬며시 매니저에게 얘기를 꺼내봤는데 매니저도 그걸 알았는지 이미 다른 사람을 추가적으로 멘토로 배정해두었다고 했다. 말이 추가지 사실상 변경에 가까울 것 같다. 혹시나 기존 멘토가 매니저한테 무슨 말을 꺼낸건가 해서 불편한 마음이 아예 없진 않았지만, 그래도 내가 일하기엔 다른 멘토가 추가되는 게 훨씬 나을 것 같다. 읽씹은 이제 그만...


큰 테크 회사들에서는 개인들이 선택하는 커리어 트랙이 대체로 크게 두 방향으로 나뉘는데 1) People manager 라고 사람들을 관리하는 매니저쪽으로 빠지는 게 있고 2) Individual Contributor 라고 그냥 각자 업무 분야의 개인 전문가로 빠지는 방향이 있다. 아는 언니 생각으로는 아마 그 멘토는 People manager 가 될 관심이 없어서 그런 거 아니겠냐고 하긴 했는데 과연 그랬을지는... 여튼 미국 문화가 그런지 몰라도 딱히 인턴을 챙겨준다기보다는 알아서 생존해야 한다는 느낌이 강했던 것 같다 ㅋㅋ 그래도 매니저는 훨씬 잘 챙겨주는 편이라 다행이었다.


3. 매니저의 3주 휴가 선언 + 프로젝트 중간 발표

그러던 어느날(?) - 아마 2주차 마지막 날이었던 것 같다 - 매니저가 7월 22일까지 약 3주의 휴가를 선언했다. (전사 공휴일인 이번주를 포함하면 약 4주) 꽤 오랜기간 떠날 예정이다보니 떠나기 전 금요일에 내 프로젝트 진행상황을 팀 전체에 발표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떠냐고 제안했다. 


나의 첫 주 포스팅을 보면 알겠지만 첫 주까지만 하더라도 여전히 워낙 붕 뜬 상태여서 회사생활 자체에 대한 감을 잡기 바빴던 터라 벌써 내 프로젝트에 대해 1시간이나 얘기할 게 있을까 해서 진짜 걱정을 많이했다. 하지만 매니저가 떠나기 전 다른 팀원들을 내 프로젝트에 Engage 시킬 좋은 기회라는 생각도 들어서 원래는 8월 말에나 한 번 하기로 했던 발표를 매달 한 번씩 1,2,3차로 진행하기로 했다.


물론 한 시간 내내 내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30분은 되어야 할 것 같았는데 그 조차도 그렇게 긴 프레젠테이션을 영어로 혼자 해 본적이 없어서 좀 부담스러웠다. 사실 영어도 영어지만 안 그래도 미팅 많은 요즘 모두의 시간을 아깝게 하고 싶지 않아서 컨텐츠 채우느라 특히 부담이었다. 워라벨은 갖다버리고 월화수목 종일을 발표 준비에 바쳤다. 내 프로젝트의 다음 단계는 유저 인터뷰였지만 그건 밟아야 할 단계가 많았던 고로, 그 외에 현재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들이나마 여러모로 분석해서 집어넣고 리서치도 하고 앞으로의 계획도 최대한 상세하게 공유했다. 그리고 인턴십 시작하기 전 유저로써 생각해봤던 아이디어들도 공유하면서 의견을 들었다. 


컨텐츠 채우는데도 시간이 부족해서 실제 프레젠테이션 준비는 링글로 두 번 정도? 밖에 못해서 좀 아쉬웠다. (그래서 충분히 자신감있게 표현이 안된거같아서 그게 좀 아쉽..) 그래도 컨텐츠적으로는 다행히 많이들 흥미로워하는 것 같았고, 특히 PM이 두 번째 발표도 꼭 오고 싶다고 다른 PM들 불러온다고 해서 뿌듯하고 좋았다! 매니저도 칭찬을 아끼지 않아 그간의 야근이 결실로 돌아오는 순간이었다. 물론 또 2-3주 후에는 상사의 상사와 1:1 미팅이 있고, 얼마 안 있어서 2차 발표, 그리고 또 3차 발표가 있을테니 1차 발표는 시작일 뿐이지만... 그래도 뭔가 어떻게 하면 될지 감을 잡아간다는 느낌이다.


4. 첫 급여

열심히 준비했던 발표가 끝나고 금요일에 드디어 첫 급여를 받았다. 내 회사가 아닌(?) 다른 회사에서 받는 첫 급여라 왠지 감회가 새로웠다. 부모님께도 바로 감사의 용돈을 쏴드렸다. 




각종 느끼는 바 & 앞으로의 기대


이번 경험은 정말 여러모로 나에게 처음 해보는 경험이다. 대기업에서 일하는 것도 처음, 미국 회사도 처음, 재택근무도 처음, Growth marketer 라는 업무도 처음이니 말이다. 그러다보니 다양한 방면에서 느끼는 게 참 많다.


대기업 vs 스타트업

아직 3주밖에 안되었지만 그래도 확실히 차이를 느끼는 것들이 있다. 우선 큰 회사에서는 사람들의 롤이 매우 세분화/전문화되어있다. 그래서 스페셜리스트가 되기에는 좋지만 여러 분야의 스킬을 갖고 있고 활용하고 싶어하는 경우에는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다소 제한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사람이 많은 만큼 하나를 하려고 해도 밟아야 하는 스텝도 많고 얻어내야 하는 협업도 많아서 뭔가 결정이 되고 진행되는 것도 아무래도 더디게 느껴진다. 또한 개인적으로 일을 할 때 최대한 관련된 많은 걸 파악하고 이해하고 싶어하는 편인데, 프로덕 하나에도 관련된 팀과 사람들이 너무 많다보니 그것도 훨씬 더 어려운 느낌이랄까.


하지만 당연히 강점도 있다. 각 분야만 깊이 고민하는 전문가들이 모여서 일하다보니 모든 스텝을 확실히 퀄리티있게 잡고 넘어간다는 느낌이다.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도 많고! 만약 내가 스타트업으로서 똑같은 걸 했다면 어떻게 했을지가 그려지는데, 그 땐 분명 이 분야도 공부하고 저 분야도 공부하면서 많은 시간을 썼어야 했을거고, 그랬더라도 어느 정도 퀄리티를 포기하고 그냥 실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겠지. 그리고 또 하나 다른 점은 스타트업은 내가 하는 업무를 평가해줄 사람이 없고 실패확률도 워낙 높다보니 내 능력에 대해 객관화가 안된다는 느낌이었는데, 대기업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고 비교적 내 능력의 객관화가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짧게 일하고 결론을 내리긴 이르겠지만 지금으로써는 좀 더 규모가 작은 회사에서 좀 더 자율성과 넓은 범위의 책임을 가지고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하지만 진짜 아직 일한지가 너무 얼마 안되었으므로 판단을 최대한 보류하기로!


기대되는 것들

중간발표를 위해 현재 상황 분석을 하다보니 내 이번 여름 프로젝트가 팀에도 중요한 프로젝트라는 생각이 들어서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그리고 지난 학기에 배웠던 데이터 분석을 매우 직접적으로 써먹고 있어서 그 점도 너무 재밌다. 또한 이전 창업에서는 COO로 주로 실무단을 맡다보니 내가 갖고 있는 창의성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인턴십에서 각종 아이디어들을 내는 게 너무 재밌고 그런 아이디어들에 대해 반응도 좋다보니 스스로의 Creative side 에 대해서도 좀 더 자신감을 갖게 된 것 같다. 


이런 강점 개발 외에도 좀 더 큰 단위로는, 미국사회에서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의 협력과 협조를 얻어내며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는 첫 번째 경험이 될 것 같다. 정말 여~러모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아 감사하다. 



닥치는 대로


지금까지의 인턴십 경험을 요약하자면 '닥치는대로' 라는 말로 요약할 수가 있을 것 같다.

어찌보면 MBA를 처음 시작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미팅이니 커피챗이니 하나하나 굉장히 부담느끼고 미리 준비하는 스타일인데, 정작 인턴십이 시작되니 이런 게 너무 많이 들이닥쳐서 이전만큼 준비도 못하고 그저 닥치는 대로 해내는 느낌이다. 뭔가를 두려워하거나 완벽해질때까지 준비할 틈도 없고 약간 '그냥 하는' 느낌. 


근데 그게 나같은 성격에는 도움 되는 면도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조금씩 닥치는 대로 하면서 나 자신을 단련시키다보면 어느새 미국에서도 좀 더 자신감있게 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이번엔 너무 100% 일기같은 글이 된 것 같다. 다음엔 MBA 인턴십에 대한 좀 더 전반적인 생각을 공유하는 글을 적어봐야겠다. 우선 그 전까지 내 프로젝트 잘 마무리하고, 팀에도 기여하고 나도 성장하는 시간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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