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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클레어 Jun 13. 2020

MBA 인턴 첫 주, 경력같은 신입? 신입같은 경력?

미국 재택근무 인턴십 첫 주 후기

이 글을 쓰는 지금은 금요일이다. 인턴 첫 주부터 주 4일밖에 일을 안 했다! 다음주에도 흑인 해방의 날을 기념한 Juneteenth 로 금요일은 쉰다고 한다. 



휴.. 어디서부터 얘기를 해야할까. 일단 재택근무 첫 주는 좀 정신이 없고 붕 뜬 느낌이다.


사실 인턴십을 시작하기 약 3-4주 전부터 매니저랑 일주일에 한 번씩 정도는 미팅을 했었다. 미리 이번 여름동안 어떤 걸 생각하고 있는지 얘기했고 또 내 나름대로 서비스를 써보고 아이디어를 정리해서 공유하기도 했고.. 근데 솔직히 아무리 그렇게 했어도 실제 들어와서 내부 정보를 볼 때랑은 이해의 수준이 다른 거 같긴하다. 백 번 듣느니 한 번 보는게 낫다더니 정말 그렇다.


여하간... 이번 인턴십은 재택근무이고, 내 개인 Laptop 으로 할 거라길래 2시간 걸려서 겨우 이것저것 필요한 거 세팅했는데 인턴 시작하기 직전 주 금요일 아침에 회사에서 랩탑이 도착했다. 나 뭐한거지? ㅋㅋㅋ 여튼 맥북 프로인데 내가 가질 건 아니지만 괜히 기분이 좋았다. 아마존은 HP 노트북 주던데.. 왠지 회사 색깔이 드러나는 거 같다. 어도비는 역시 디자인 회사니까! (괜히 좋음 ㅋㅋㅋㅋ)


Anyway, 월요일 첫 날은 오전 7시반부터 오후 약 1시까지 점심시간도 없이 다양한 오리엔테이션을 들었다. 그 후 오후에는 원래 팀을 만나는 일정이었는데 매니저가 바빠서 뒤로 미뤄졌다. (수요일로 미뤄지더니 금요일로, 그리고 결국 다음주로 미뤄짐..) 솔직히 사람들이 다 바빠서 이대로 가다간 언제 만날지 모르겠다 ㅋㅋㅋㅋ 아마 개개인 커피챗으로 먼저 만나게 될듯. 그래도 적어도 슬랙이랑 이메일에서만큼은 다들 너무 친절해서... 분위기가 좋은 거 같다 ㅋㅋ  


+ 이건 참고로 내가 Spark 로 만든 자기소개 페이지 ㅎㅎ


내가 속한 조직은 크게 보자면 CC Light 라는 팀이고, 그 안에서도 Adobe Spark, 그 안에서도 Growth Marketing 팀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팀 내에 있지만 내 동료격이라고 할 수 있는 핵심 멤버는 총 4명 정도다. 그 네 명과는 빨리 커피챗을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최대한 빨리 잡으려고 했는데 다들 바빠서 다음주 쯤에야 커피챗을 할 수 있을 듯 하다.


그렇다면 나의 여름 프로젝트는 무엇이냐! 바로 Adobe Spark 를 위한 Engagement Strategy 를 세우는 것이다. Adobe Spark 는 온라인 마케팅이 필요하지만 전문적인 디자인 툴에는 익숙치 않거나 익힐 시간이 없는 바쁜 현대인들을 위한 간편한 디자인 툴이다. 다양한 온오프라인 마케팅 컨텐츠에 대한 디자인 템플릿을 제공하고 그 템플릿을 기반으로 간단하게 디자인을 할 수 있다. 


내가 비록 영어는 부족함에도 이 롤에 적합했다고 느끼는 건 내가 정확하게 이런 제품의 타겟유저였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경쟁 제품을 쓰긴 했지만) 나야말로 전문 디자이너가 아닌데 생존을 위해 디자인을 했어야 했던 스타트업 Hustler 였기 때문 ㅋㅋㅋㅋ 



여하간 Spark 는 Adobe 내에서는 비교적 새로 나온 제품인데 어도비라는 큰 회사에 속함에도 불구하고 작은 조직으로 큰 지원 없이 스타트업처럼 운영이 되어왔었다고 한다. (지금은 조직이 좀 더 커졌다) 그 동안은 마케팅 퍼널의 초반 부분 (Awareness/Acquisition/Activation) 에만 집중해왔기 때문에 Retention 을 올리기 위한 노력은 부족했고 그 부분을 채우는 것이 내 역할이다. 즉, 유저들이 어떻게 하면 우리 제품을 더 자주 이용하고 그래서 결론적으로 더 오래 떠나지 않고 남아있을 수 있도록 하는지에 대한 전략을 짜는 거라고 보면 되겠다.


참고: AAARRR Funnel


첫 주가 정신이 없었던 이유는 뭐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업무환경 및 툴에 익숙해지는 데 좀 시간이 걸리는 거 같다. Mac도 너무 오랫만에 썼더니 조작법이 어색하게만 느껴지고 Outlook 은 처음 써보고, 팀 내에서 쓰는 Amplitude, Airtable, Braze 이런 앱들도 전부 새로 익히고 있다. 그 외에도 어도비 사내 플랫폼들도 있고. 그 외에 물리적으로는 샌프란으로 이사와서 새로 세팅해야 하는 게 되게 많았다. (인터넷, 책상 의자 등등.. 뉴욕에 그냥 있을걸 생각 100번 한 거 같음ㅋㅋ) 


그 중에서도 Amplitude 가 제일 어렵다. Amplitude 는 유저 데이터 분석 툴인데 쉽게 말하자면 Google Analytics의 진화버전? 쯤이라고 보면 되겠다.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정보를 보는거야 어렵지 않지만 내가 원하는 데이터를 Amplitude 를 통해서 뽑아내는 방법을 아직 잘 모르는 거 같다. 차라리 SQL 쿼리를 쓰는 게 쉬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럴 권한이 없음.


위와 같은 이유가 정신 없는 이유 두 번째다. 스타트업 경험만 많고 큰 조직 생활이 처음이다보니, 어디까지가 가능한지, 내 권한인지에 대해서 아무래도 좀 조심스럽다. 그리고 그 과정이 복잡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뭔가를 하고 싶으면 그냥 하면 됐었는데, 이제 누구한테 request 를 해야하는지 무슨 포맷으로 해야하는지 그런걸 다 알아봐야 하니까 말이다. 커뮤니케이션도 내가 이 사람한테 바로 말해도 되나? 이런 게 은근히 신경쓰인다. 이거야 말로 신입같은 경력? ㅠㅠ 또한 버츄얼이다보니 뭘 질문해도 바로바로 답변이 안 오고 슬랙에서 마냥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


세 번째 정신없는 이유는 내 여름 프로젝트이다. 딱히 가이드가 없고 굉장히 오픈하다. 내 나름대로 리서치하고 분석해서 Engagement 전략 제안하는 프레젠테이션/리포트 만들고, 운 좋으면 협업해서 간단한 실험 몇 개 해보는 정도인데 주변 조언은 많이 받겠지만 사실상 개인 프로젝트다. 근데 그 와중에 재택이니 내가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어떻게 보여주지? 이런 게 은근히 부담스럽다 ㅋㅋㅋㅋㅋ 일의 진척이 분명한 탁탁 쳐내는 업무가 그런 면에서는 좀 더 편하긴 한 거 같다. 게다가 알고보니 Intern project expo 라고 이번 여름인턴들은 필수로 자기 프로젝트를 7월 말까지 제출해야하는데 그걸 어도비 전사 직원들이 보고 투표를 한다. 작년 프로젝트 엑스포를 보니 진짜 극단적으로 표 못 받은 프로젝트들도 있고 너무 적나라하게 비교되어서 ㅋㅋㅋㅋㅋ 허 참 냉정하다 싶었다. (역시 인기투표의 천국 미국ㅋㅋㅋㅋ) 


마지막 우려는 커피챗. 미국은 커피챗이 직업 생활에서 너무 큰 역할을 차지 하는 거 같다. 일자리를 구하려고 할 때도 관련 업계 사람들과 커피챗을 해야하고, 이렇게 인턴십이 된 다음도 회사 내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과 커피챗을 해야 한다. 난 인턴을 구할 때 사실 커피챗을 많이 안 했다는데,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훈련이 안되어있고 좀 어색하다. 물론 영어 문제가 가장 크고.. 근데 Full time offer 받는데도 사내 관계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하고, 당장 매니저가 커피챗 하라고 아예 직접적으로 말한 사람만도 여러명이라 좀 걱정이다. 혹시나 말 잘 못하는 어리버리한 이미지 되는 건 아닌지 ㅋㅋㅋ 어제 처음으로 PM 인턴이랑 커피챗을 해봤는데 역시나 말이 막 유려하게 나오지는 않는다. 얘가 날 똑똑하게 봤을 거 같진 않다... 하지만 그런 거 생각하기 시작하면 스트레스 받는다. 그냥 해야지 뭐 어쩔거야



하지만 돌려 생각해보면 이 모든 게 엄청난 배움의 기회가 될 것 같다.


인턴십이 시작하기 전 감사하게도 Reforge 라는 엄청나게 (비싸고) 인기가 많은 Growth 관련 수업을 들을 수 있었는데, 그런 컨셉들을 실제 적용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거 같아서 신난다. 사실 MBA 수업들 들으면서 천상 문과인줄 알았던 내가 통계나 데이터분석을 꽤 재밌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놀랐고 그걸 실무에 써먹어 볼 수 있다는 건 진짜 감사한 기회인 거 같다, Amplitude 도 처음에 너무 헤매서 진심 짜증나다가 나중에 해답을 발견했을 때의 그 짜릿함이란 ㅋㅋㅋㅋ 지금 고통받는 만큼 이 모든 툴을 잘 익혔을 때 더 경쟁력이 있는 내가 되겠지... 여름 프로젝트도 새로운 분야이긴 하지만 어쨌든 애매한 과제를 명확한 to do 로 쪼개서 풀어나가는 게 나의 강점이니까 한 번 최선을 다해봐야겠다! 데이터로 말하기!


또한 재택근무 경험도 나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사실상 많은 테크 회사들이 앞으로 재택근무를 늘려갈 방침인데 재택 환경 속에서 어떻게 일과 삶을 잘 조화시켜가면서 생산적으로 일하느냐에 대한 훈련이 될 것 같다. 일단 4일간 일해 본 결과, 재택근무 환경은 확실히 일과 삶을 분리하기가 어렵다. 업무 성격상 고민하는 만큼 할 일이 생기다보니 뭔가 끝나도 끝나지 않은 느낌. 아직은 어색하지만 다음 주 부터는 영어와 운동도 병행해가면서 일할 수 있는 스케쥴로 좀 짜봐야 할 거 같다. 크게는 내 스피드로 움직일 수 있으니 더 좋은 것 같음!


큰 회사에서 일하는 것도 그만큼 협업을 위한 시스템이 잘 갖춰져있다는 뜻이기도 하니 나중에 내 창업을 한다고 하더라도 배울 점이 많을 것 같다. Onboarding, 가이드 문서 같은 것들도 정말 잘 되어있다. 또한 직원들이 대우받는다고 느끼게 할 만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과 문화적인 장치들이 있는 것 같아서 그것도 인상깊었다. 





어쨌든..... 아직은 초반 문제 정의 단계에서 허우적대고 있지만..... 부디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고 또 그 과정에서 재택 근무 / 큰 조직/ 글로벌 회사 / 영어 / 미국 문화 등의 새로운 업무 환경들에도 좀 더 익숙해져서 성장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풀타임 오퍼보다 내가 더 원하는 건, 실질적인 기여와 성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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