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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서영 Aug 15. 2022

ROAS가 무너진 시대

오가닉한 성장에 집중할 때

코로나 이후 온라인 광고의 단가가 점점 오르고, 또 앱들의 개인 정보 수집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수년동안 온라인 광고로 성장해온 서비스들의 ROAS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 1-2년 전에 냈던 매출을 동일하게 내기 위해서 지출해야 하는 마케팅 비용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또 거시적인 요인들로 스타트업 씬의 투자가 점점 동결되고 있는 시점이기에 더이상 '승자독식'형 기업을 만들기 위하여 이익을 상회하는 광고비를 태우기가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이제 브랜드들은 '광고' 이외의 성장 전략을 오랜만에 떠올려볼 때가 되었다. 


최근 5-6년 동안 마케팅의 가장 주요했던 키워드가 퍼포먼스 마케팅이었고 많은 마케터들이 퍼포먼스 중심의 커리어를 밟아왔기에, 오랜만에 그 이외의 성장 전략을 떠올리기 쉽지 않을 수 있다. 다른 성장전략, 무엇이 있을 수 있을까? (물론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리텐션 또한 중요하지만 주로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입장에서 글을 써보았다.) 


1. 콘텐츠 - 세부적인 키워드로 양질의 콘텐츠로 승부하기 

현재 브랜드가 다루거나 신경써야 할 매체는 네이버,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등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콘텐츠를 기획하는 것도, 콘텐츠를 집행할 매체를 결정해서 제작을 하는 것도 모두 몇년 전에 비해서 복잡도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하나의 큰 좋은 신호는 많은 플랫폼들이 '큰 키워드'가 아닌 '세부 키워드'에서의 콘텐츠 퀄리티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작년부터 검색이 많이 되는 200만 개의 키워드에 대해서 검색 결과를 소주제별로 블록화 해서 보여주는 '스마트 블록' 형태의 검색 엔진을 선보였다. 아래는 '커피 머신'을 네이버에 검색했을 때 나오는 결과이다.  


'커피 머신'과 관련된 브랜드 콘텐츠가 노출된 뒤, 구매 가이드/ '필립스커피머신' 후기/ '반자동 커피머신'이 자동으로 블럭으로 생성된다.


이제 네이버의 스마트 블록은 '커피 머신' 키워드를 검색하는 사람들의 의도를 최대한 예측하여 하위 키워드를 4-5가지 생성하고, 그 하위 키워드 내에서 가장 적합도가 높고 양질의 콘텐츠를 내고 있는 카페/블로그 글을 상위로 노출시킬 것이다. 왜 네이버의 로직이 이렇게 바뀌어가고 있을까? 사람들이 점점 네이버의 광고성 블로그 글들에 지쳐 정보성 콘텐츠를 유튜브에서 검색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 블록 전략은 유튜브로의 이탈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읽혀진다. 현재의 검색 알고지름은 대키워드 하나만 입력해도 하위 키워드를 예측해서 보여주어서 원하는 결과값으로 더 빠르게 갈 수 있게 만들어주고 있다. 


네이버에서 발표한 두번째 요인은 MZ세대들의 검색어가 점점 단순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웹서치를 PC검색으로 시작했던 우리네 세대는 보다 구체적으로 "반자동 커피 머신 90만원대 추천"이라는 것 까지 타이핑해서 정확한 검색 결과값을 얻어내는 것이 익숙했던 반면, 이제 MZ세대들은 '커피 머신'까지만 타이핑을 한다. (네이버가 직접 든 예시로는 고양이를 입양해서 키우게 되었을 때 고양이 사료가 필요한 시점에 '고양이 사료 추천'으로 검색하지 않고, '고양이'로 검색을 한다고 한다.) 모바일로 디지털을 접했고, 유튜브 중심으로 콘텐츠를 접했기에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제 마케터들은 영상이든 블로그이든, 본인이 속한 시장의 대키워드와 그 밑의 하위 키워드들을 파보고 그 안에서 가장 상위에 올라갈 만한, 정보성 퀄리티가 높은 컨텐츠를 만드는데 집중해볼 수 있다. 내가 커피 머신을 판매 한다고 치면, 예전에는 해당 커피 머신의 후기를 파워블로거들에게 협찬해서 광고성 글을 만들어내는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상위 노출을 할 수 있는 세부 키워드 군들을 잡아서 양질의 콘텐츠를 많이 만들어내는게 중요하다. (예: OOO 커피 머신의 데일리 세척 루틴, N만원대 커피 머신의 퀄리티 N개월차 리뷰) 


2. 커뮤니티 빌딩 - 이제 모두가 필수로 바라보는 시기 


4-5년전부터 팬덤 커뮤니티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계속 논의들이 있었다. 이제는 나아가 브랜드나 대표의 주요 의사결정 자체를 콘텐츠화 하여 수익화하는 프로세스 이코노미의 개념도 생겨나고 있다. 이는 참여형 고객을 일컫는 프로슈머보다 더 넓고, 고객입장에서는 접근성이 높은 개념인데, 유튜브/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들이 커나가면서 보다 정착화된 개념으로 보여진다. 프로슈머는 브랜드가 상품의 기획이나 방향성을 잡는데 있어서 고객의 참여를 계획적으로 관여시키는 것이라고 하면, 프로세스 이코노미는 브랜드의 뒷모습을 보다 실시간으로 현장감있게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사소한 의사결정에 빠르게 투표를 받고 의견을 수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요즘 많은 브랜드들이 자신들의 브랜드 커뮤니티에 이름을 붙이는 콘테스트를 여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건 유튜브의 인플루언서들이 구독자들에게 이름을 붙이는 행위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이제 보다 많은 청중들이 가벼운 좋아요나 투표, 퀴즈 참여만으로도 다양한 브랜드에 참여하고 있다는 참여감을 느낄 수 있다. 


오바라 가즈히로의 프로세스 이코노미


수많은 브랜드들이 커뮤니티 빌딩에 힘을 쏟고 있는 와중에, 우리 브랜드에서 커뮤니티를 만들려면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 


원론적인 이야기이지만 커뮤니티 빌딩은 1)브랜드가 이루고자 미션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2)장기적인 헌신이 담보가 되어야 한다. 최근에 흥미롭게 보고 있는 야채/과일 정기구독 서비스인 '어글리 어스'의 경우에는 팔로워들을 부르는 명칭을 콘테스트를 통해서 '어니언'이라고 이름짓고, 그들에게 '채소 구출'에 함께할 것을 호소한다. 어니언들은 박스를 배송받을 때 마다 소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생매장(?) 당할 뻔 한 채소들을 구출하는 소방관 같은 기분을 느낀다.(혹은 유기견을 입양하는 듯한..!) 커뮤니티의 존재의 목적이 브랜드가 이루고자 하는 미션과 밀접하게 연관되어있으면 브랜드 내부적으로 커뮤니티를 빌딩하고 운영하는데 명확한 정량적인 효과가 측정이 되지 않더라도 긴 호흡으로 바라보고 자연스럽게 서로를 대할 수 있게 된다. 

대파 구출일지, 출처:어글리어스 인스타그램

위에서 언급한 1,2번을 잘 활용하고 있는 브랜드들 중에는 눈여겨볼만한 유튜버들이 많다. 특히 커피 업계 유튜버들은 전체 구독자 수 자체는 많지 않지만, '커피' '홈브루잉' '카페 투어'같은 좁은 범위의 취미를 공유하는 순도 높은 구독자들이 모인 경우가 많아 본인의 구독자 기반을 갖고 원두나 커피 기구 공동구매를 풀어가는 경우들이 많다. 콘텐츠 이외의 커머스 모델을 비교적 명료하고 간단하게 붙여나간 것이다. 이들의 구독자들은 단순히 이들의 콘텐츠를 유료로 구독하는 것 뿐만 아니라 이들이 추천하는 제품을 믿고 구매하게 된다. 유튜버들은 자신의 업과 밀접한 '콘텐츠 발행' 자체가 콜라보 제품의 홍보가 되기 때문에 광고 비용없이 본인의 구독자들에게 자연스럽게 구매를 유도할 수 있다. 


로스터리들과 협업하여 원두 공동구매를 풀어내고 있는 대표적인 로스터리들. ('22년 8월 15일 기준) 


3. 오프라인의 의미 - 흘러들어온 사람을 사랑에 빠트리게 하기 


온라인 광고 객단가가 점점 높아지면 역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만드는 대안이 상대적으로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일단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는 노출될 수 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트래픽 노출이 가능하며, 한정된 디스플레이의 온라인 지면보다 넓게 공간의 기획과 감도를 더 세부적으로 경험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브랜드 경험의 폭이 다르기 때문에, 온라인 광고로 흘러들어온 사람의 브랜드 충성도와 오프라인 매장에서 좋은 경험을 하고 나간 사람의 브랜드 충성도는 다를 수 밖에 없다. 자주 하는 이야기이지만, 온라인에서 누군가를 사랑에 빠트리게 하기는 무척 어렵지만(반면 짜증나게 하기는 무척 쉽다) 오프라인에서는 관찰력이나 세심한 배려로 누군가를 감동시키기는 제법 쉬운 일이다. 

'22년도부터 오프라인 매장들을 공격적으로 출점하고 있는 논픽션


4. 리퍼럴 프로그램 - 내 친구한테도 꼭 이야기해주고 싶은 그런 서비스인가 


그로스 해킹의 사례들로 자주 등장하는 에어비앤비나 드롭박스의 리퍼럴 프로그램 (Referral Program, 지인에게 소개해줌으로서 지인과 본인 모두에게 이득이 돌아가도록 설계된 마케팅 메트릭)만큼이나마 성공적인 사례는 최근에 찾아보기 쉽지 않다. 그나마 최근 사례는 제한적인 수의 친구 초대를 가능하게 한, 코로나 초기에 전세계적인 붐을 일으켰던 클럽하우스 정도. 이는 리퍼럴 프로그램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우리가 '친구에게 보낼 정도로 유익하거나 새롭거나 신기한' 서비스의 수가 점점 희소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서비스가 정말 필요한 것인가? 누군가가 친구에게 알려주고 싶은 그런 서비스인가?에서 뾰족한 포인트가 있다면 메리트도 명확하고 고객 입장에서도 수행하기 쉬운 리퍼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5. 이 모든 것이 필요하지 않은 수준의 바이럴 지수 


하지만 1,2,3,4 번이 필요없게 만드는 높은 바이럴 지수의 파괴적인 무언가를 꾸며보는 것도 방법이다. 최근 수많은 유통가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고 가장 긴 웨이팅 행렬을 만들고 있는 김씨네 과일가게 는 불과 몇개월 사이에 인스타그램으로 화제를 모으고 홈쇼핑, 배스킨라빈스와의 콜라보, 더현대 팝업 등을 진행하게 되었다. 김씨네 과일가게가 이렇게 단기간에 성공한 것에 대해서 진정한 디테일한 컨셉팅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금까지 감도가 높은 컨셉츄얼한 많은 것들이 '이해할 수 없는, 의문을 자아내는' 젠틀몬스터 / 아더에러형에 가까웠다면 김씨네의 경우에는 보다 직관적이고, 레트로 향의 구수한 컨셉에 가깝다. (물론 그만큼 객단가도 접근성이 높다.) 


김씨네 과일가게 팝업 _ 출처: 김씨네 인스타그램

물론 바이럴지수가 높은 것은 여러 단계로 나뉘어져있고, 어느정도 범위(연령대, 지역, 관심사 기반)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긴 하다. 전국적인 바이럴을 2-3년 넘게 일으킬 수 있다면 위의 오가닉한 Seeding의 고민들은 크게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단기간의 국소 범위의 바이럴이라면, 이제 그것을 어떻게 더 확장해갈 것인가에 대하여 다시금 고민을 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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