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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서영 Jun 04. 2023

엄청난 확률의 아가

임신 4주차의 기록

엄청난 확률로 맞이하게 된 아가(태명 미정)!


올해 만 37세의 나이를 바라보면서 만약에 아이를 갖는다면 올해가 마지노선이고, 올해 안에 출산하려면 3월까지 임신해야 한다고 남편에게 이야기했었다. 많지 않은(?) 시도가 있었는데 그 한번이 바로 턱하니 임신으로 이어질 줄이야. 혹시나 해서 했던 얼리 임신 테스트기 2건들이 거의 줄이 안보여서 아닌가 싶고, 생리 직전에 생리통 증상이 심해서 아 임신은 아니겠구나 싶어서 더 안심하고 맥주도 마셨었는데..! 나의 예측이 틀렸었다. 



이번주 들었던 감정들과 생각들은 초반에는 대부분 확률에 대한 것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바로임신이 되지?' '이게 사실인가?'와 같은 놀라움에 대한 것이었다. 임테기를 하고 선명한 두줄을 보고 바로 필라테스를 하긴 했지만, 필라테스를 하면서도 앞으로 운동을 못할 것 같다는 아쉬움과 이것이 정말 사실인지에 대한 재확인의 의지가 가장 컸다. 

다음날 오전, 우리 집 주변에서 가장 일찍 오픈하는 40년 전통의 홍익 산부인과를 방문하였다. 예전에는 그래도 입원 병동도 운영했을 것 같은 규모의 홍익 산부인과는 지긋하신 선생님과 간호사님이 운영하고 계셨다. 원래는 피검사를 통해서 임신 여부를 확인하고 싶었는데, 임테기 두번했으면 맞을 것이라고 하면서 바로 초음파로...! 

작은 점이 아기집(?)

"엽산은 드시고 계셨나요?" 

"아니요."

"오늘부터 당장 드세요. 하루에 3mg 씩 처방해드릴게요." 


나의 나이와 이미 자궁내에 자리잡고 있는 근종 친구들 때문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신신당부하는 선생님을 마주하고 있자니 갑자기 핑 산소가 부족해지는 느낌이 들어서 밖으로 나가 앉았다. 선생님은 조심하고 뛰지 말라고 신신당부. 뛰지 말아야 하는 것은.. 중력이나 충격에 의해서 아가가 떨어질 수도 있는 걸까요? 


홍익 산부인과 침대에 포개어진 나 


혼란의 하루를 보내고, 저녁에 있던 회식에 참석하지 않고 집에 와서 저녁 잠을 잤다. 다음날에 미국 출장을 같이 가기로 한 로사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하루 하루가 지나갈때 마다 팀원들에게 조금씩 커밍아웃을 했다. 혼란스러웠던 나와 다르게 환하게 웃으며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얼굴들을 보며 새삼 아이를 갖는 건 정말 사회적으로 좋은 일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런데 생각보다 내 주변의 출산을 잘 챙기지 못했구나. 더 도움이 되었어야 하는데 상황들을 충분히 잘 몰랐었구나. 나랑은 알게 모르게 먼(?)일로 치부했었기에, 그 동안 수많은 건강한 엄마 친구들이 건너야 했던 고행들에 내가 너무 무관심했었구나. 라는 반성도 많이 지나갔다.


4주차는 아주 초기여서 사실 큰 몸의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오전의 엄청난 허기.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무언가를 먹어도 오전 10시 30분쯤 되면 다시금 허기를 느낀다. 오전에는 많이 배가 고프고, 오후에는 그만큼 소화가 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무언가 늦은 오후가 되면 철분이 부족한 느낌의 두통이 오기도 한다. 오랫동안 앉아있으면 배가 더부륵하고, 조여온다.


훈식오빠는 지금 가장 바쁜 시기여서 올해의 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고 했다. 오빠는 굉장히 상냥하고 보수적으로 변했다. 오빠는 회식도 가지 말라고 하고, 커피도 마시지 말라고 하고 모든 변수를 최소화하자고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 언니 왈.. 자기 자식이니까..


임신 소식을 가까운 지인들에게 알리고 조금씩 조언을 받은 1주. 아라가 보내준 임신 출산 대백과를 조금씩 읽고, 태아보험을 조금씩 검색하고, 나라에서 주는 출산보조금(?) 100만원도 카드로 신청해서 재빠르게 받게 되었다. 다음주에는 병원을 정하고, 마포구 보건소에 가서 임산부 등록을 해야 한다. 그리고 에어콘 + 공기 청정기도 재빠르게 설치해야 한다.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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