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면 잔잔해질 줄 알았다

감정이 사라진 게 아니라, 말이 줄어든 것뿐이었다.

by 서율


어른이 되면 모든 감정이 잔잔해질 줄 알았다. 큰일에도 흔들리지 않고, 조용히 넘길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런데 나는 생각보다 훨씬 많이 요동치고 있었다. 고요해진 것이 아니라, 그저 슬픔 앞에서 말을 아끼는 법만 배웠을 뿐이었다.


어릴 적에는 어른을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하고 모든 상황을 우아하게 헤쳐 나가는 존재라고 여겼다. 어른이 되면 감정도 자연스럽게 다룰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어른이 된다는 것은 원하는 대로 사는 일이 아니라, 원하지 않는 마음을 조용히 삼키는 일이 더 많다는 걸 서서히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기쁘면 기쁜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살아도 되는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웃음도 눈물도 ‘조절’해야 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완전히 변한 것은 아니다. 나는 여전히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사람이고, 기쁠 때는 크게 웃고 슬플 때는 아이처럼 울어버리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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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그래서 아직 철이 덜 들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는 사람이 오히려 더 단단한 어른이라고 믿는다. 어른이기에 울지 말라는 말보다, 울고 난 뒤 다시 걸어가는 어른이 더 멋지다고 생각한다.


혹시 지금, 어른이라는 이유로 감정을 눌러 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조용히 말해주고 싶다. 감정을 감춘다고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기쁠 땐 마음껏 웃고, 슬플 땐 조금 흔들려도 괜찮다고. 그렇게 흔들린 날들이 쌓여 우리를 더 단단한 어른으로 만들어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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